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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인과 나

Free Speech | 2008. 12. 30. 13:39 | Posted by 김수민

"자기 힘으로 벌어 먹고 살도록 해줘야지, 돈 몇푼 적선하는 건 도움이 안돼." 이런 말을 누구에게, 어느 때 처음 들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들었을 말이고, 그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행인들은 구걸행위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걸인들의 의지나 능력에 상관없이 주머니 속의 동전을 건네주리라고 결심했다.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것도, 게으름을 꾸짖는 것도 내가 할 일은 아니다. 그저 내 동전 한잎이 그의 삶의 질을 당장에 좌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막상 동전을 꺼낼 때마다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쭈그리고 앉은 이에게 선 자세로 다가가 적선한다는 것이 상하관계의 한 풍경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거드름을 피우는 것 같고, 걸인은 굴복한 것만 같았다. 며칠 전 겨우 마음을 다잡고 또 동전을 꺼냈다. 떨어트리는 느낌을 없애기 위해 500원짜리 하나를 바둑돌처럼 놓았다. 허나 위에서 아래로라는, 방향을 바꿀 수는 없었다. 나는 나쁜 짓하다 걸린 아이처럼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어찌 됐거나 그에게 동전만큼 쓸모 있는 것은 없다. 앞으로도 나는 걸인들을 만나면 주머니 속 동전에 대한 기득권을 포기할 것이다. 다만 나라는 사람은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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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vs. 나경은

Free Speech | 2008. 12. 28. 09:01 | Posted by 김수민
88만원 세대 최고의 우상, 나경원. 놀란 토끼 관상이건 한나라당 의원이건 상관 없다. 서울법대 미녀 출신의 법사라니, 그저 최고의 스펙왕일 뿐이고! 역사상 최고의 덜떨어진 청년세대에게는 아무 부족함이 없다.

(나경은은 그냥 이름이 비슷해서 거론했을 뿐이고) 파업에 돌입한 MBC 아나운서들이 이대, 연대앞 거리로 나왔단다. 마침 나경원은 언론악법 5적 가운데 한명이다. 드디어 싸움이 정면으로 붙었다. 아무래도 20대 중반과 후반, 지난 촛불시위 때처럼 이번에도 철저히 뒤로 밀릴 것 같다. 어쩌겠어 자업자득인 것을.  

(88만원세대의 명작 '좌빨' 또 나오는지 아닌지 두고 보겠다. 이젠 그 말 꺼내면 지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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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쪼 유로댄스 싫어

Listen to the 무직 | 2008. 12. 27. 17:05 | Posted by 김수민

한국인은 참 대단한 민족이다. 테크노도 아닌 음악에 맞춰 테크노댄스를 추고, 디스코가 아닌데 디스코춤을 춘다. 모던 토킹이든 666이든 한국인들이 디스코춤이나 테크노댄스의 배경으로 깔았던 음악들 대부분은 유로댄스 쪽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의 그루브한 박수가 어떻게 나왔는지 신기할 정도로 한국인들은 정박 위에서 춤추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롤라장과 디스코텍의 시대는 갔지만 나이트클럽에서 '만들어진 전통'은 지속되고 있다. 반면 펑키한 리듬에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베이시스트 정한종은 '다운타운', '레처', '알 에프 췰드런'을 거치면서 헤드뱅보다 허리 아래가 들썩거리기에 좋은 록음악을 만들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다들 신통치 않았다. 

내가 미취학 아동기에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이었다. 하지만 그후 학원 파티나 보이스카웃 여행길 버스에서 '디스코 타임'동안 틀어준 노래들은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이었다. 나는 그 노래들이 지겨웠지만, 가족 나들이에서도 차안에서 그런 노래들을 모아놓은 테이프에 시달려야 했다. 거기서 나를 꺼낸 것이 록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는 박남정, 소방차, 김완선의 한계를 깨는 도전이기도 했으나, 나를 설레게 한 것은 전기 기타 리프였다.

하지만 ROCK은 흔든다는 뜻이고 결국 세상의 모든 음악은 댄스 뮤직이다. 에어로스미스와 런 디엠시의 합작 이래 록과 힙합이 접목해서 만들어진 곡들은 차고 넘친다. 롭 좀비나 람슈타인의 노래는 나이트 클럽에서 틀어도 손색이 없다. 나는, 나이트 클럽에 가본 적은 없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들의 노래가 들려오면 서슴없이 말한다. "이들 음악의 본질은 헤비메틀이 아니라 댄스다!" 예컨대 독일밴드 람슈타인의 <두 하스트>의 마지막 동기에 띵띵거리는 건반음은 크라프트베르크 이후 축적된 테크노 사운드의 노하우를 전달한다.

그래도 나는 유년기에 질린 유로댄스가 여전히 달갑지 않다. 아마도 키보드보다는 베이스와 드럼에 더 마음이 쏠리고, 이왕 춤출 거라면 정박보다 엇박이 좋다는 취향 탓일 것이다(내가 소녀시대보다 원더걸스를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다만 예외는 몇가지 있다. 투명한 유리창 같은 A-HA의 <Take on me> 같은, 어제 나온 신곡이라고 뻥을 쳐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곧이 들을 만한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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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Film Tent & 2nd Stage | 2008. 12. 24. 10:20 | Posted by 김수민

영화 <예스맨>에서 주인공 알렌(짐 캐리)은 테러리스트로 몰려 공항 수사대에 체포된다. 그의 직장 근무와 취미활동은 물론 이름까지 모조리 생사람잡는 증거로 설정된다.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씬이지만, 이는 <마제스틱>, <트루먼 쇼>의 연장선상에 서 있고, 톰 매카시 감독의 <비지터>(2007)에 등장하는 공항에 걸린 성조기와도 묘한 화음을 이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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