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의 많은 당원들은 당대표가 지역구를 옮겨 재보선을 치르는 데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 대고 "재보선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고 반박하는 건 또 뭔가. 재보선이든 정기총선이든 간에 명분이 없다, 그러니까 불가피한 게 아니라고 말을 해뒀는데 바둑두는 사람은 어디 가고 리핏 버튼 눌려진 오디오만 남아 있느냐 말이다.
또 선무당 논리가 하나 더 나왔다. 선무당은 성긴 이론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잘못된 사례 관찰에서도 나온다. 노무현, 정몽준, 정동영 등등도 지역구를 옮기지 않았느냐는, 익히 예상된 뻔한 질문이자 씨알도 먹히지 않을 비교가 등장했다.
노무현은 1996년 총선, 그나마 익숙한 부산을 버리고 종로에 나와서 이명박, 이종찬에 이어 3위로 낙선했다. 3등으로 죽을 거 뻔하게 알고 있었던 차였다. 여기에 비교하려면 심상정도 3등으로 전사하려고 출마하는 거라는 동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노무현은 몇년 뒤 종로 재보선에 출마하여 당선되었지만, 이는 1996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며, 다시 몇년 뒤 부산으로 갔다.
정몽준은 울산 동구에서 몇번씩이나 국회의원을 했고, 정동영도 지역주의적 기반이 있는 곳에서 연거푸 당선을 했다. 이런 그들이 대선주자급 정치인으로서 당선가능성이 더 떨어지는 수도권으로 옮겨 격전을 벌였다.
심상정이 노무현, 정몽준, 정동영의 지역구이동에 비교되려면, 적어도 한번 이상씩은 지역구에서 승리의 결실을 보거나, 아니면 강남이나 호남, 영남 등 진보정당의 불모지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 정도 수준이면 나도 단순히 '지역구이동'을 비판하며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억지를 쓰는 건지, 아니면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건지. 현실정치에 대한 무감각 또는 무관심이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에 찬성론자들은 "이건 정치"라고 우겨들 대신다. 예의 그 고약한 수법이다. 누구는 그럼 탈정치 차원에서 접근하는 건가? "너는 강시다!"를 외치며 부적을 아무리 붙여본들 나는 움직인다. 왜, 난 강시가 아니니까.
이런 실력 가지고 어디가서 토론하면, 부녀회 아줌마, 택시기사 아저씨, 복덕방 할아버지한테 작살나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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