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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Free Speech | 2008. 9. 6. 16:08 | Posted by 김수민
방금 <레디앙>에 들어갔다가 최병천씨가 주대환을 옹호한 글을 읽었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0900

그는 주대환의 비판자 셋을 겨냥하고 있는데, 아이고 이런, 이광호, 박노자와 함께 내가 꼽혔다.

 7. 주대환 비판에 대한 反비판 - 박노자와 김수민의 경우

(중략)
 
셋째, 안티조선에 입각한 비판이다.(김수민) 안티조선이 일시적 ‘시민운동’의 차원에서라면 긍정해줄 여지가 있겠지만 정당에서 대표적 우파 신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상은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발상이다.

민주주의의 철학적 근본전제는 '다원주의'이다. 다원주의란 내가 틀리고 상대방이 맞을 수도 있다는 진리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상대방 주장을 ‘타도의 대상’이 아닌 ‘경쟁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당연히 상호소통을 통한 진리의 상호침투를 승인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극좌파이건 극우파이건 모두 포함된다.)

그런 점에서 정당이 ‘안티조선’의 차원에서 기고, 인터뷰를 금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다원주의를 부정하는 ‘PD적 잔재’에 입각한 체제 부정주의자들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에서 볼 때, 대한민국의 긍정성과 민주주의를 강조한 주대환의 글을 <시대정신>에 기고한 것은 오히려 적절한 행위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태어나서 PD계열에 몸담은 적도 없고 그다지 PD적인 주장을 한 바도 없는 내가 졸지에 '체제 부정주의자들'이 된 까닭은, 조선일보와 어울리는 걸 문제 삼은 것이 다원주의에 반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란다.

칡범과 만나면 칡범과 놀고... 이게 무슨 다원주의인가. 칡범에 물려 죽지나 말지..ㅉ

나는 조선일보가 '우파 신문'씩이나 된다는 데에도 동의하지 않지만
칡범을 죽이자는 말을 한 적은 없다.
분명한 건 그 칡범은 가두어져 길들여지기는커녕 사람을 해치지 않을 거리 바깥에 있지도 않다.

저 글의 한심함은 몇가지 촌평만으로 충분할 만큼의 한심함이 아니기에
정식으로 공개재반론을 펼 수밖에. 근데 <레디앙>에서 내 글 실어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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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봉, 민족주의자인가 사회주의자인가

史의 찬미 | 2008. 9. 6. 02:22 | Posted by 김수민
지난 봄 <일제시기정치사상사특강> 수업 중에 썼던 글이다.

 

성의 있는 김원봉 발제문 잘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발제자께서는 의열단의 노선변화를 설명하시면서 20개조 정강 정책을 창당 당시의 '공약 10조'와 견주어 좌경화 되었다고 평가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정치경제적 사상이 담긴 20개조 정강 정책을 행동강령이라고 할 수 있는 '공약 10조'와 대조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발제문 내용만으로는 사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잘 유추하기가 어렵습니다.


김원봉에 대해서는 그가 얼마나 사회주의적이고 또 민족주의자인가,가 논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예상으로는 이번 수업시간에도 그랬을 것 같은데요. 여기에 관해 준거틀을 마련하는 데 있어, 강의 초반에도 교수님께서 거론하신 바 있지만 개념정리나 구획기준을 한번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공산주의자가 아니면서 민족해방투쟁을 하는 이들을 민족주의자라고 통칭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좌파인데 단계론적으로 반봉건 부르조아 민주주의혁명 노선과 함께 민족독립을 추구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다만 공산주의자라는 공격에 정치적으로 대비한 결과로 '알고 보면 민족주의자(민족적이다)'라는 변명 또는 해명이 나왔던 사정은 있을 것 같지만요. 온건사회주의자와 진보적 민족주의를 구별하지 않으면 남는 건 '공산주의자냐, 민족주의자냐'는 거친 질문 뿐일 것 같습니다.


김원봉의 행적이나 타 정파와의 갈등을 보면 마르크스주의자나 공산주의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대신, '사회민주주의자'라고 적극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몰라도, '(비-공산계열의 온건한) 사회주의자'라는 평가는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의 지인이었다는 황용주 씨는 김원봉이 이런 말을 했었다고 증언합니다. "(...) 무산대중을 해방시키자는 데는 이의가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봉건적 구질서를 고집할 수 없다. 불평등한 계급사회는 어디까지나 타파되어야 한다." 당면과제는 반봉건 혁명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계급사회 타파를 지향하고 있는 김원봉의 지향이 드러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하나의 예이겠지요.


계급독재를 지향하는 코민테른형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도 서구나 북구의 사회민주주의, 민주사회주의나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계급사회의 폐단을 없애 나가고 소유를 사회화하는 사회주의자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김원봉은 그에 비슷한 것 같아요.


나중에 여운형이 있던 조선인민당에 참여하는 이여성과 조선노동공제회에서 노동운동의 서막을 연 김약수 등이 그의 친구였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셋은 함께 중앙학교를 다녔고 3.1운동 반년 전에 중국 남경으로 유학도 가지 않았습니까. 또 한편으로 중국으로 건너온 안광천과 1930년 전후에 교류한 것도 의미심장한 과정입니다.


물론 그의 노선은 이여성, 김약수 등과도 다른 부분이 있었고 여기서도 두드러지는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운형이 신한청년당을 구성하고 김규식을 파리강화회의로 보냈을 때 김원봉 등은 외국인에게 호소하여 동적적 처분을 기대하는 것을 못 마땅해 했습니다. '외교를 통한 독립노선'을 강하게 부정한 것이 '비-코민테른 사회주의', '민족협동전선'과 함께 그의 특성으로 꼽힐 수 있는 대목이지요. 이여성, 김약수가 3.1운동을 맞아 조선으로 돌아왔을 때도 김원봉은 해외에서의 무장투쟁에 중점을 두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쑨원의 권유를 받아들여 기존의 의열단 노선을 접으면서까지 '폭력투쟁'을 '무장항쟁'으로 승화시키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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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Free Speech | 2008. 9. 4. 16:44 | Posted by 김수민
20세기 최악의 정치지도자는
히틀러, 무솔리니,
레닌, 마오,
스탈린, 폴 포트, 브레즈네프, 김일성
프랑코, 피노체트, 이디 아민, 후세인, 빈 라덴 등등이 아닌
레이건과 대처다.
놈들은 여전히 건재하며 활개친다.
우리는 마땅히 독재와 광신에 맞선 20세기의 투쟁에 경이를 표해야 하지만,
20세기에 미처 발라내지 못한 미친 살코기는 21세기에 그대로 붙어 있다.
죽은 개가 된 나치즘과 공산주의 따위에 안심하며 '역사의 종언'을 논하지 말라.
 
세계적으로든 일국적으로든 지난 8년의 세월동안 당신은
1960년대는커녕 1980년대 또는 1990년대에 비길 만한 흐름이라도 느낄 수 있었는가?
20세기는 끝나지 않았고, 세기말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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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entioneers

Film Tent & 2nd Stage | 2008. 9. 2. 04:10 | Posted by 김수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국 공화당원 남자와 민주당원 여자의 러브스토리,라는 소개에 입맛을 다시는 이들이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개봉을 하지 않았던 영화고, 아마 DVD를 구하기도 험난할 것 같다. 나는 2005년 부산까지 내려가 해운대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봤다. 물론 그 작품 하나를 보기 위해서 간 것은 아니다. 그 영화는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내가 처음 본 영화이다. 나는 다음 영화(아마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였던 것 같다) 입장시간이 임박해서 '감독과의 대화'가 시작되기 전 자리를 떠야 했다. 아일랜드 국적의 모라 스티븐즈 감독의 미들 네임은 '미옥'으로 그의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이 영화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버랩되며 만들어졌다. 대사에서 민주당원은 좌익으로 공화당원은 우익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주로 부시 정부의 외교정책에 초점이 맞춰진다(이런 영화가 유럽을 배경으로 했다면-이를테면 영국 노동당원 여자와 보수당원 남자가 주인공이었더라면 정치적 주안점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공화당 전당대회는 픽션이 아니다. 규탄하러 나온 시위대는 현실의 시위대였다. 힙합, 레게 등 다양한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고, 사물놀이패의 풍경도 잠시 스친다. 그중에는 "부시도, 캐리도 싫다. 우리에게 선택권을 달라"는 플래카드도 섞여 있다. 미국인으로 치면 거기에 가까울 나는 사실 감독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한국 진보정당의 당원인데, 민주당이 영화 내내 '진보'나 '좌익'으로 일컬어지니 서글프다." 다음 영화만 아니었다면(영화제에서는 늦게 도달한 관객에게 커튼을 열어주지 않는 게 관례다) 정말 그렇게 말했을 터이다. 

내가 가장 유심히 봤던 건 양측의 문화양식이었다. 공화당원 남자는 중절모를 쓰고 정장을 빼입으며 동료 당원들과 전당대회를 맞이한다. 민주당원 여자는 동료 운동가들과 모의를 하는데, 이념적인 대화는 거의 없고 퍼포먼스와 소품에 관한 토론이 많았다. 가령 전쟁반대 시위에 쓸 관과 그것을 덮을 성조기를 어떻게 마련하고 어떻게 장식할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그때 나는 미대가 없는 소속학교의 특성과 그것이 학내 학생운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또다른 긴장을 유발하는 존재는 민주당원 여자의 친구이다. 그는 학생운동가 출신의 수화 통역사인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수화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시름에 빠진다. 정치적 신념에 어긋나지만, 장애인들의 편리를 모른체하기 힘들었고, 더구나 생활여건상 일거리를 외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임무를 마친 뒤 재킷을 열어 티셔츠의 반전 표식을 보여주는 기습시위. 그러나 그는 통역만을 마치는데, 부시가 있는 무대 옆에서 열심히 수화를 하는 그의 모습에 거대정치의 구도로 읽어낼 수 없는 인간의 삶이 스쳐간다.(영화 스탭들은 이 장면을 찍느라 곤욕을 치렀다. 장내 씬도 바깥의 규탄시위 장면처럼 실재였고, 스탭들은 촬영 도중 붙잡혀 구류를 살아야 했다.)

이 영화에서 정치는 두 남녀 간에 두드러지는 차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스티븐즈 감독 본인도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감독이 민주당 지지자는 아닐지라도 부시반대인 것 같기는 하다. 잠시 공화당원 남자는 대학 동창인 민주당원 여자에게 이끌려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하면서 착잡함에 사로잡힌다. 영어독해에 취약한 탓에 외신 따위를 읽을 리가 없는 내가 그라운드 제로의 의미가 180도로 뒤집혔음을 깨달은 것이 바로 그 덕택이다. 아니, 외신을 읽는 쪽보다 더 내게 이로웠다. 기사 읽고 사진 한장 보았다면 그냥 알고 끝났을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안다는 것과 깨닫는다는 것은 다르다(이와 동일한 문장이 고종석의 소설에 있음을 밝히는 바지만, 누구나 '안다는 것과 깨닫는다는 것은 다르다'는 걸 알고 있고 또 깨달아가지 않는가).


2004년 말, 담배를 피다 머리를 싸쥐었었다. "김수민 수경님 진짜 걱정이 되십니까." "그렇지. 나야 몇달 지나면 제대지만, 니네는 큰일이다. 생각해봐. 부시가 되면 데모가 많아지겠냐, 적어지겠냐?" "아, 그렇지 말입니다." 어느새 4년이 흘렀다. 작년 루아얄이 프랑스 첫 여성대통령 탄생을 앞두고 좌절할 때 그러려니 지나쳤던 사람들도 이번엔 오바마의 당선을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게 그렇다.

이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자의 대선 후보지명 전당대회를 끝냈다. 저 컨벤셔니어즈 가운데서도 또 영화 주인공들이 나올지 모르지. 그나저나 <컨벤셔니어즈>는 어떻게 끝나냐고? 아 참, 참고로 영화에서 민주당원 여자는 약혼자가 있고, 공화당원 남자는 유부남이다. 덧붙이자면, 이 참고사항은 힌트일 수도 아닐 수도 있고 나의 하릴없는 장난일 수도 있다. 결말은, 비밀이다. 다만 난 당신이 어디선가 이 영화와 마주치게 된다면 놓치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고!(마지막 문장은 개그콘서트 '이색극장'의 안상태 말투로 읽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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