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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ewell To Love

2010. 2. 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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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칼럼니스트, 박은석

Listen to the 무직 | 2009. 12. 31. 17:14 | Posted by 김수민

음악평론가 박은석은 태준식 감독의 <필승 연영석 ver. 2.0>을 스쳐지나간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인 그가 수상자인 연영석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건네는 장면이다. 그것이 인사치레로 들리지 않는다. 올해 그가 <한겨레>에 연재 중인 '세상을 바꾼 노래'를 꾸준히 읽은 사람이라면 그럴 것이다. 박은석은 아티스츠 유나이티드 어게인스트 아파르트헤이트의 <선 시티>(1985)를 소개하며 "'선 시티'에 참여했던 49명 뮤지션의 면면을 통해, 역사의 반동에 임하는 이 나라의 대중음악 스타들을 다시 생각하며 2009년 말미를 갈무리"하였다.

 

'세상을 바꾼 노래'는 말그대로 세상을 바꾼 노래들을 소재로 삼는다. '바꾼'에서 풍기는 과거형 늬앙스는 올드팝 팬들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하지만 그것 뿐만은 아니다. 예전 일제시대 독립운동사에 접근했던 이들이 '독립된 오늘'을 믿지 않고 변혁투쟁에 나섰듯, 박은석은 세상을 바꾼 노래들을 글에 담아 세상을 개선하려 힘쓰고, 그럼으로써 오랫동안 유리되었던, 근래에는 서로 닿을듯 말듯했던 문화적 신선함과 정치적 올바름을 연결짓는다. 연영석이나 블랙홀의 노래처럼 말이다. 

 

삽을 든 '빅 브라더'와 '사상경찰'이 '1984'년쯤에나 가능했던 방법으로 그들만의 '멋진 신세계'를 건설한다며 텔레비전을 볼모 삼으려는 지금,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은 시민적 의무와 다르지 않다.

- 길 스콧-헤론의 <더 레볼루션 윌 낫 비 텔리바이즈드> (1971년)

 

생각건대, 언론소비자 주권 운동이 범법행위 취급을 받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이 심대한 위협을 받는 지금 여기의 상황은 이 노래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함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 엑스레이 스펙스의 <오 본디지, 업 유어스!>(1977)

 

역설적으로, 이 노래를 정치/자본/언론 권력에 대해 우리가 견지해야 할 태도의 지침이라고 의도적으로 오역한들 이제 궤변이라고 할 일은 아니다.

- 폴리스의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1983년)

 

박은석의 음악평론에 녹아든 현실 비평은 추상적 거대담론이 아니다. 그의 화살이나 과녁은 분명하다. "평범한 영웅의 위대한 도전을 허망하게 쫓아버린 우리의 실패를 기억할 일이다." 이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본 투 런>(1975년) 리뷰의 마지막 문장이었으며 게재 시점은 6월초였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바의 <댄싱 퀸>(1976년)을 다루며 이렇게도 썼다. "'댄싱 퀸'은 무엇보다 절충적 실용성의 승리였다. 요즘 우리 곁을 떠도는 일방적 실용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한편 스페셜스의 <고스트 타운>(1981년)에서는 초입부에서부터 경제위기로 인해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이 역사의 심판대로 소환되었다고 역설하는가 하면, 마지막에는 "행복도시라는 아이러니한 약칭 탓에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세종시 계획의 분열상에서 21세기 대한민국에 나타날지도 모를 유령도시를 떠올린다면 이 노래는 안성맞춤의 사운드트랙"이라고 추천한다.

 

그때 거기부터 지금 여기까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이념의 차이를 빌미로 재앙의 위험을 외면하는 정치 권력의 비인간성이다.

- 밴드 에이드의 <두 데이 노 이츠 크리스마스?>(1984년)

 

용산 참사, 촛불 진압, 그리고 법치를 빙자한 일련의 폭력적 조치들 속에서 '피의 일요일'을 살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이보다 더 적확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그래서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더 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일까? 얼마나 더 이 노래를 부르며 각성해야 하는 것일까?

- 유투의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1983년)

 

박은석이 한국의 음악평단을 이끈 장본인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매주 연재하는 이 짧은 칼럼에도 그의 열렬한 음악애호와 꼼꼼한 조사연구의 자취가 숨어 있음은 이제 별스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읽고 나서 항상 노리에 또렷이 남은 건 문화창작이, 그중에서도 현실정치와는 거리가 멀 법한 음악평론이 이렇게 정치적이고 선동적일 수도 있느냐는 경탄이다. 따지고 보면 이 칼럼의 선배는 꽤 있다. 만화 <20세기 소년>에서 도탄에 빠진 인류를 일으켜 세우는 주인공 켄지의 노래 <밥 레넌>, 뜻하지 않게 거리의 노래가 된 김민기의 <아침이슬> 등이 그렇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박은석은 활자로 노래한다는 것이다. 방송출연으로 친숙했던 평론가는 오늘, 스러져가는 활자로 침체에 빠진 음악을 이야기한다.

 

인생을 바꾼 음악이 있고, 음악에 건 인생이 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음악이 넘쳐나지만 정작 그것을 느끼고 감사하는 법은 망각해버린 시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무엇이다. 음악은 그렇게 우리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건지 모른다.

돈 매클린의 <아메리칸 파이>(1972년)

 

2008년 말 그는 킹 크림슨의 <트웬티 퍼스트 센추리 스키초이드 맨>(1969)의 표지 얼굴이 "가진 자의 물욕이 초래한 경제 한파와 성장 만능의 구태의연한 발상이 자초한 사회 분열이란 안팎의 위기를 살아야 했던, 올해 2008년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에 다름 아니"라고 썼다. 2008년을 2009년으로 바꾸어 읽어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변변한 저항조차 못하고 세밑에 다다른 처지에 이른 이 시민의 귀에는 그 문장이 더욱 우렁차게 울린다. 박은석을 2009년 '올해의 칼럼니스트'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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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샌로지즈 내한공연

Listen to the 무직 | 2009. 12. 16. 20:20 | Posted by 김수민
건샌로지즈 싫어한다. 내한공연에 갔을 리 없다.

김작가가 쓴 건샌로지즈 내한공연 혹평에 댓글 논란이 한창이다.

당일 라이브 수준이나 사운드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지 못할 거라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바람직하다.

추억과 반가움?
신촌 놀이터에서 똘똘이 앰프 놓고 공연해도 만족하는 게 팬 아닌가? 이해한다.
다만 팬은, 팬으로서는 거기까지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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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의 비하인드 스토리

Listen to the 무직 | 2009. 12. 11. 16:10 | Posted by 김수민
11일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는 김현식 트리뷰트 방송으로 진행되었다. 김현식을 술회할 때 엄인호와 함께 빠질 수 없는 인물인 김종진, 전태관이 출연했다. 흥미로운 몇가지 이야기들 중에 유재하가 밴드에서 탈퇴한 사연이 있었다. 김현식이 후배들에게 곡을 받을 때 유재하는 나중 자신의 음반에 들어가게 되는 곡 전부를 줬다. 그러나 김현식은 한곡씩만 받는다는 취지로 박성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김종진의 <쓸쓸한 오후>을 선택했고, 유재하의 곡 가운데서도 <가리워진 길>만을 골랐다. 상심한 유재하는 그래서 탈퇴했고 자작곡들을 손수 묶어 음반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2 - 인터뷰 편>(선)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밝힌 비하인드 스토리에도 실려 있다. 그들이 꺼낸 이야기는 둘인데, 나머지 하나가 유재하의 죽음에 얽힌 사연이다. 운전을 못했던 유재하가 운전면허증을 땄던 날이 바로 11월 1일이었다. 그는 면허증 획득을 자축하는 파티를 하고 나서 직접 운전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세상을 떠났다. 내놓기 다소 꺼림직한 그의 실수로, 우리는 한가지를 잃었고 한가지를 얻었다. 잃어버린 한가지에 대해 따로 주절거릴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얻은 한가지는 그의 유작이다. 단 하나의 음반은 마치 전집처럼 남았다. 그 음반의 실린 이 곡 저 노래는 김현철, 신승훈, 유희열에 이르는 흐름을 두루 예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꼭 같은 날 김현식이 세상을 떠났다. 이미 유명한, 우연의 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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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단상 (속)

Listen to the 무직 | 2009. 9. 25. 18:15 | Posted by 김수민
로이 슈커에 따르면, 월드 뮤직은 인위적으로 보존된 음악이 아니라야 한다. '국악'은 이 조건을 날렵하게 빠져나갈 수 없다. 한국 땅에서는 월드 뮤직의 물줄기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대중의 내면 깊이 각인된 '전통가요'는 존재한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뽕작 매니아는 극히 드물겠지만 그들도 뽕짝을 부른다. 내가 'MT 트로트'라고 부르는 그 흐름은 뽕짝이 가요프로그램의 중심에서 밀려난 뒤에도 명맥이 끊어진 적 없다. 

가령 한국의 록 매니아 가운데 어려서부터 블루스를 듣고 새긴 이가 몇이나 될까. 독특한 가정환경을 배경에 두지 않은 한 힘든 일이다. 신중현의 아들 신대철이 가지는 차별성을 보라. 그렇다고 다분히 한국적인 음악으로 어떤 장르든 소화하기에는 대중의 기호가 걸린다. 블랙홀이 초창기 '정통 록 매니아'에게 받은 냉대를 상기하라. 한국에서 음악을 시도하는 대부분은 자신이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음악과 자신이 동경하고 하고 싶은 음악 사이의 괴리에서 출발한다. 나는 영미팝을 참고하고 추종하고 베끼는 이유는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청취자 및 예비 창작자가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다양한 장르에 노출할 수 있도록, 트렌드와 무관하게 각자가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신있는 음악에 애정을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나가지 않으면, 아무리 표절에 쌍심지를 켜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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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단상

Listen to the 무직 | 2009. 9. 24. 22:56 | Posted by 김수민

표절곡이 만들어지는 경로는 세개쯤으로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의도적으로 베끼는 경우다. 두번째, 무수히 들었던 곡 중 하나가 머리에 남아 있다가 자신의 영감처럼 튀어나온 경우다. 셋째, 듣지도 베끼지도 않았지만 우연하게 일치한 경우다. 셋째는, 수많은 인류가 살고 세상살이가 오묘한 탓에 전혀 가망이 없지는 않으나, 어쨌든 확률이 미미하다고 치자. 그런데 첫째와 둘째는 분간하기 어렵다. 표절곡 창작자로 지목된 이 스스로도 모를 수 있고, 타인의 입장에서 더더욱 판단이 어렵다. 당사자가 의도적으로 베끼지 않았다는데 어떻게 몰아붙이랴. 표절은 윤리적으로 단죄되기가 너무 힘든 행위다. 표절은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쓴다는 뜻인데, 표절이라는 단어를 폐기하거나 예술분야에서 의미를 수정해야 할 밖에 없다.

남은 과제는 의도적 베끼기를 규탄하는 대신, 또는 그런 행동에 앞서, 곡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도를 따져, 유사곡이 앞서 나온 곡보다 그만큼은 열등하다는 걸 공식화하는 일이다. 유사곡의 유명도가 더 높더라도 최소한 앞서 나온 곡의 작자에게 뒤에 나온 비슷한 곡의 수익의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이 돌아가게끔 기준을 세워야 한다. 물론 현재 표절곡을 가르는 기준은 존재한다. 그것은 그러나 표절 여부를 판가름함을 넘어서 정도를 따질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이고 정밀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것이 표절논란에 대한 대책은 아니다. 조금씩 음과 리듬을 비틀어서 기준을 피해가기가 충분히 가능하다. 코드진행을 그대로 베껴오고 크게 다른 멜로디와 리듬을 얹힐 수도 있다. 이것은 잡을 수도, 표절이라고 욕할 수도 없다. 어떤 곡을 참고하되 그 곡과 상당히 다른 곡을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도무지 의도성과 비의도성, 베끼기와 참고하기를 가를 수가 없는 사안이다. 이점은 표절에 관한 사람들의 헛발질을 유도한다.

예컨대 윤도현밴드의 <바다>는 배드 컴퍼니의 <Brokenhearted>와 진행이 유사하다. 심지어 기타 리프는 너무나 비슷해 윤도현밴드측은 음반 속지에 '부분 인용'임을 밝혔다. 허나 멜로디와 리듬이 한꺼번에 겹치는 부분은 없어서 표절이라고 할 수 없다. 또 그들이 밝힌 후문에 의하면 기타 리프는 일부러 인용한 것이 아니고, 만들고 나서 비슷함을 알고 그렇게 썼다고 한다. 이는 지어낸 변명이 아닐 공산이 매우 높다. 반주는 보컬 멜로디보다 패턴이 많지 않고 기타 리프는 유사성을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다. 이곡은 '부분 인용'을 밝힌 덕분인지 노래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본격적인 표절혐의를 받은 적이 없지만, 표절에 대해 날카롭게 신경이 곤두선 사람이나 혹은 음악적 이해가 빈약한 상황에서 무작정 달려든 사람에게는 욕을 먹을 만하다.

실제로 표절공세를 받은 사례로는 신성우의 <내일을 향해>가 있다. 이 노래는 벤 헤일런의 <Jump>를 표절했다는 공세를 받았다. 당시는 인터넷은커녕 PC통신 인구도 그리 많지는 않은 시점이었는데, 공륜까지 나서서 표절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두 곡은 건반이 주도하는 앞의 인트로가 닮았을 뿐인데 그마저 리듬과 멜로디는 다르다. '부분 인용'이라고 할 만한 성질도 못된다. <내일을 향해>의 '원곡'으로 지목된 아시아의 <Don't Cry>도 마찬가지다. 공륜은 또 사카이 노리코의 곡도 <내일을 향해>의 원곡으로 지목했었다. 해당 곡명은 검색되지 않는데, 혹시 <Anatani Tenshiga Mierutoki>인가 하는 노래라면, "그 곡의 기타 리프를 듣고 '이걸 갖고 인트로와 비슷하단 말인가'라며 웃었다"는 말을 당시 심의자에게 전해주고 싶,지는 않고 그저 17년 전이라 그랬거니 하며 웃어 넘긴다. 야한 소설 썼다고 소설가들을 잡아간 사건이 그즈음 아니 그보다도 더 뒤에 일어나지 않았던가. 

이런 마당에 윤도현밴드나 신성우가 평소 배드 컴퍼니나 벤 헤일런을 즐겨 듣는다거나 그러한 뮤지션과 닮고 싶다 말한다면 바로 의혹과 공격이 날아와 곤란해질 터이다. 그렇지만 영미 팝계의 어떤 뮤지션들은 자기가 어떤 선배 뮤지션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를 참고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특히 뮤지션들에게 말이다. 창조자적 지위의 훼손을 댓가로 하여, 언제라도 휘말릴지 모를 유사성 내지 표절 논란을 대비하는 길이다.

표절시비는 오늘날 벌어지는 입방아보다 훨씬 거대하고 근본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거칠게 예측하자면 어떤 거대한 변동의 단초일지도 모른다. 표절 말고도 숱하다. '선한 베끼기'인 샘플링도 있다. 당장에 오토튠을 보라. 음정과 박자를 교정해주는 엔지니어에게도 저작권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농반진반의 소리도 있다. 표절을 풍자하며 이렇게 저렇게 하면 곡 하나가 완성된다는 동영상도 있다. 얼마간의 음악적 이해와 테크놀로지를 소유하고 있으면 뚝딱 노래 한곡을 만들어낼 공산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선율이 넘쳐 흐르는 시대에 벌어지는 베끼기나 겹치기에 의해 창작자 개개인과 악곡 하나하나의 아우라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몇몇 사례는 방지할 수 있어도 거대한 흐름은 넘어설 수 없다. 아니, 각자의 주장과 서로간의 토론으로도 변동의 방향과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가 힘들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면 나는 무섭다는 느낌이 들 따름이다. 20세기가 열리며 인류는 쇤베르크와 존 케이지도 경험했고, 동시에 급진적인 실험이 새로운 시대를 열기보다는 하나의 별종으로 그치고 대중은 여전히 익숙함과 편안함을 찾는 현실도 겪었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이 반길 만한 길이 새로 열릴 것인가. 아니면 미어터진 이곳에서 끼이고 치이면서 살아갈 것인가.

일단은 미어터질 각오를 하자. 왜냐면 넘어설 자신감이나 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뮤지션이나 저작권 관련자들보다 대중, 특히 네티즌들에게 맡겨진 임무가 더 무겁다. 어떤 노래들이 서로 비슷하다고 여겨진다면, 그 노래의 곡목을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려보자. 폭로가 아니라 소개 삼아 말이다. 대뜸 표절이라고 달려들지 말고 '비슷하다고 여겨지는데 님들의 의견은 어떤지?'라고 물어보고, 그렇게 해서 '분위기가 비슷한 곡'들끼리 모아 리스트와 계보를 그려보자. 저마다 답변은 다를 것이고 금세 아우성으로 시끄러워질 것이다. 허나 그 속에서 많은 곡들의 참신성이나 독보성을 점차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무래도 조금은 의도적으로 베낀 곡을 포함한 유사곡들이 자신의 주제를 넘는 대우를 받을 여지는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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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한국 메탈로의 여행

Listen to the 무직 | 2009. 8. 12. 05:13 | Posted by 김수민
MP3는 아직도 찝찝하다. 거스르기 불가능한 시대의 폭풍에 음반시장이 뒤흔들린 것쯤이야 별스럽지도 않다. 알게 모르게 바뀐 것은 우리네 음악듣는 문화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불법복제되어 리어카에서 팔리던 '최신가요테이프'를 지나, 국민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입학 즈음이 되면 '독집 음반'을 소유하는 게 통과의례였다. 날을 잡아 시내의 상점에 들러서 산 테이프를 카세트에 꽂으면 뭐가 튀어나올까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이젠 검색과 클릭으로 어지간한 노래는 호출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CD의 음질이 우월하다는 사실, 그리고 얼마간의 소유욕과 의무감으로 레코드샵에 들른다.

나는 그러나 '소리바다'의 적극적인 유저이기도 하다. 떳떳하다. 여전히 CD사는 게 낙이고, P2P를 유료로 사용해서기도 하지만, 더이상 들을 수 없는 노래들을 접할 때 제법 괜찮은 도구가 '소리바다'이기 때문이다. 내가 열일곱살이던 해, 박준흠의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이 나왔다. 언제나 궁금해 했지만 엿보지 못한 세계가 펼쳐졌다. 대표적인 것이 1980년대의 헤비메틀이다. 하지만 시나위 2집을 제외하고는 시중에서 음반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친척 형에게 얻은 시나위 1집은 원래의 그 음반이 아니었다. 대부분 임재범 아닌 보컬리스트가 불렀다. 하지만 중간중간 들리는 임재범의 노래에, 신대철의 기타 굉음에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고, 친구에게 연락해 전화통을 스피커에 갖다 댔다. 우리는 4분동안 말 없이 트랙 하나를 들었다. 아시아나도, 백두산도, 나중에 인터넷에 오른 MP3로 들을 수 있었다.

스무살이 넘어 H2O, 카리스마, 외인부대까지 겨우겨우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몇가지 음반이 재발매됐다. 아시아나, 스트레인저, 락 인 코리아, 프라이데이 애프터눈....... 더 찾아듣고 싶었던 한국 메틀 음반이 있었지만, 시나브로 잊혀져갔다. 그러다 지난해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이 업그레이드되어 <한국 음악창작자의 역사>로 나왔다. 나는 <이 땅에서...>의 처리를 두고 고민했다. 한창 음악을 듣기 시작한 친구에게 줄까...... 하지만 빨간 밑줄까지 그어가며 고1시절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열나게 읽었던 그 책을 차마 남에게 주지 못하고, 헌책은 헌책대로 둔 채 새 책을 샀다. 나는 최근, 이 책을 따라 옛 한국 메탈로의 여행을 떠났다. 지도는 '소리바다'였다. 음반이 아닌 MP3로 들었으니 감상평을 올리기도 쑥스럽고, 저작권 문제 때문에 업로드도 막혀 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고 판매되지도 않은 음반이라 부끄럽지는 않다.

다운타운 1
집(1993). 1998년이었나, 라디오에서 처음 들었다. 김세황과 정한종이 있었던 팀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귀가 쏠렸다. 당시 김세황과 정한종은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던 두 록밴드에서 각각 기타와 베이스를 치고 있었다. 가사가 다소 식상하긴 하나, 음악적 완성도에서 그리 흠잡을 구석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댄스면 댄스, 메틀이면 완전 메틀인 한국사회에서 성공하긴 힘들었던 음악인 것 같다. 저주받은 명작이다. 보컬인 정해연은 검색했더니 정선연과 동일 인물이란다. 1999년께 드라마 OST로 알려진, 임재범과 목소리가 비슷하다던 그 가수 말이다. 경쾌하게 찢어지던 그 목소리가 어떻게 그리되었을까. 믿기 어려운 일이다.



자유(1991). 옛날 시나위와 같은 메틀 음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블루스 헤비록 그룹이라고는 한다.  활동중지 후 신대철이 김영진, 오경환과 함께 만든 밴드다. 3인조 구성에서 알 수 있듯 크림이나 지미 헨드릭스를 이상향으로 삼았던 듯하다. 원래는 그런지 스타일로 가려 했는데, 원안대로였다면 또다른 측면에서 굉장한 프로젝트가 되었을 것이다. 곡들은 난해하지 않다. 박상민이 불러 인기를 끈 <멀어져간 사람아>의 원곡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서 들리는 신대철의 보컬은 의외로 상당히 매력적이다. 나는 여기서 훗날 그와 함께할 보컬리스트의 어렴풋한 흔적도 발견했다.



신대철 1집(1990). 처음이자 마지막인 신대철의 솔로 음반이다. 평론가 성기완은 신대철의 음악세계에 깔린 정신을 장자의, 그러니까 맏아들의 의식이라고 표현했다. 신대철은 시종 시나위를 지키며 블루지와 헤비라는 기반만 남겨둔 채 끊임없는 작은 변신을 시도했는데, 그가 하고 싶은 음악들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도 알기는 어렵다. 보여준 것 중에서 찾기 어렵다는 게 아니라, 보여주지 않은 것 중에 어떤 게 있을까 궁금하다는 뜻이다. 앞장서 변화하다가도 보수적인 자세를 고수해야 하는 그의 위치가 그야말로 맏아들답다. 다만 신대철 1집은 의외성과 일탈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음반은 신대철 혼자 작업했으며, 기타를 뺀 나머지 파트를 모두 미디로 채웠다. 시나위의 여느 음반보다 스케일이 컸다. 이번에 모은 음원들 가운데 가장 큰 수확이다.



1988년에 나온 시나위 '베스트 컬렉션' 가운데 신중현이 작곡한 음원들. 시나위의 디스코그래피 가운데 가장 덜 기억되는 음반이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 팔리다 남은 레코드가 꽤 오랫동안 매장에 남아 있었다. 예전 크래쉬의 안흥찬은 한국록에는 계보가 없고 구멍만 뚫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감안하면, 신중현과 신대철, 김종서의 조우가 담긴 본작은 역사적으로는 꽤 가치가 있다고 해야겠지. 하지만 그 결합이 화학적이라기보다는, 신중현식 올드패션 하드록이 신대철과 김종서의 손을 빌려 헤비메틀 버전으로 나온 정도에 가깝다. 어쨌거나 신대철은, 신중현의 흔적을 고이 간직하면서도 도도한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 가족관계를 통해서나 겨우 이어질 수 있었던 한국록의 계보!




작은하늘 2집. 1집에서 각각 보컬과 기타를 맡은 김성헌, 이근형은 시나위 3집과 카리스마 1집으로 흩어지고, 빈자리를 김재기와 이근형의 동생인 이근상이 물려받는다. 내게는 역사적으로만 의미있었던 음반이다. 김재기는 부활의 그 서정적인 김재기임이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다. 곡들이 부활보다 세기도 하지만, 한껏 높으나 불안하고 갈라지는 목소리가 부담스럽다. 김재기는 부활의 후신인 게임의 당시 보컬리스트와 맞트레이드되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들려줬던 이가 바로 게임에서 작은하늘로 갔던 신동윤이다. 그는 이근상과 '내일뉴스'를 결성해, 신성우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바퀴자국 1집(1987). 뮤즈에로스 1집(1988). 천둥번개(1991). 바퀴자국은 당시 메틀 밴드와는 다르게 3인조로 구성되었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깔끔하고, 메틀보다는 송골매나 전영록에 가까워 보이며, 결국은 거칠지도 않지만 정리되지도 않은 듯한 어정쩡한 느낌을 준다. 뮤즈 에로스는, 파고다 일대 메틀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심상욱이 결성한 것치고는, 실망스러웠다. 천둥번개는 스래쉬메틀과 소위 바로크메틀이 어지럽게 섞여 있고, 사운드가 몹시 조악하다(한국 록의 계보에 구멍이 나 있다는 안흥찬의 견해는 본인과 그 선배들과의 사이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크래쉬는 '송설' 등에서 선배들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음반의 질에서 선배인 멍키 헤드나 한가람 그리고 천둥번개와는 비교되면 안될 만큼 도약했다. 크래쉬는 크래쉬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밖에).



작은하늘 2집을 포함해 위의 음반 네 개로, 그 당시 버텨내면서 발매에까지 성공했으니 굉장한 밴드들이라는 소싯적 내 상상은 남아 있는 부분마저 허물어졌다.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계는 헤비메탈을 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했지만, 젊은 기운으로 덤비는 메탈 키드를 무작정 막아서지도 않았던 시대였던 걸까. 이 음반들이 내 기대를 훨씬 밑돌 수밖에 없었던 건 단지 녹음기술 탓이 아니었다. 한국 메틀의 태동 직전에 나왔던 마그마의 음반도 음질은 좋지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개성이 강했고 흠잡을 곳이 별로 없었다. 일전에 박준흠이 강조했듯 가사 측면의 문제가 컸다(가사 문제는 당대에 날렸던 인기 밴드에서도 나타난다). 뮤즈 에로스의 경우 '한민족'을 주제로 차별화를 꾀했지만 구미에서 온 메틀과 민족주의적 가사의 접목은 이미 무리수에다가 준비되지 않은 채 성급히 이뤄진 일이었다. 악곡적 문제도 못지 않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하려고 했던 음악이, 그들의 야심이 도무지 드러나지 않는다. 몇몇 메틀 음반의 조야함은 그래서 단지 녹음기술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연주가 뛰어나지 않다고 해서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없는 건 아니고, 또한 연주가 뛰어나다고 해서 바로 독창적인 세계를 음악에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맨투맨 1집(1993). 웬 듀엣? 블랙신드롬의 박영철과 김병삼이 보컬을 맡고 있으며 그들이 멤버의 전부다. 나머지는 세션을 썼는데, 첫곡에서부터 풍기는 청춘드라마 OST 스타일이 좀 당혹스러웠다. 1990년대 초중반 세련된 록음악을 추구한 의지만큼은 생생하게 다가온다. 결정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남고, 박영철이 음색이 이런 음악에 맞을까 싶기는 한데, 흥미롭게 듣긴 했다. 건반이나 랩은 한해 전에 나온 넥스트의 1집에 가깝다. <거울속에나>의 한 부분이 신해철을 연상케 할 만큼.





게임 1집(1990). 부활의 휴지기에 김태원이 주도해 결성한 밴드. 여기에 참여한 걸 가지고 신성우가 부활 출신이라고 와전되기도 했다. 사실 나는 신성우(신동윤)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언젠가 <핫뮤직>에서 메틀 밴드 시절의 신성우의 사진과 함께(그 특집기사에는 박명수 닮은 이승철의 옛 모습도 나온다), 그무렵 나온 잡지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추측하건대 그 시절의 신성우는 솔로데뷔후보다 고음역이나 두성이 더 두드러졌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김종서, 김성헌, 김재기 등과는 너무도 크게 다르고, 메틀 보컬리스트 가운데는 임재범, 김준원과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갈 만했다. 하지만 작은하늘에서나 게임에서나 그는 음반에 노래를 남기지 않았다. 게임 1집에 참여한 보컬리스트는 홍성석. 이 음반은 내가, 동시대 메틀밴드와 차별화되는 부활의 서정성을 알기에 큰 기대를 걸고 들었다. 역시나 부활의 음반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그렇지만 <비와 당신의 이야  기>, <인형의 부활>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곡은 없었다.

위 음반들 사이를 걸으며 나의 평가와 호응도 들쭉날쭉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곡선에는 관심이 없다. 위의 음반은 하나같이, 특히 그 음반의 뮤지션들은 모두, '저주'받았기 때문이다. 볕들지 않는 고된 생활, 인정받기를 기다리던 실력을 되새긴다. 음반 아닌 음원으로 접하고 이렇게 소개해야 하는 내 처지가 안타깝고, 또 해당 뮤지션들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 만일 위의 음반 중 현재 유통 또는 판매되고 있는 음반이 있다면 더 죄송스러울 뿐이다. 아울러, 절판된 책을 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듯, 인터넷 DB로 현매되고 있지 않은 음원들을 감상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이제 나는 시대를 더 거슬러, 시나위 직전에 헤비 메틀에 근접해 있던 '무당', 오늘날엔 아이돌기획사 대표지만 왕년에는 록을 한 이수만, 그리고 '사랑과 평화'에 닿았다.
한여름 밤 내리는 빗줄기와 건배하며, 마치 <헤드윅>의 종반부처럼 소리친다. 나의, 우리의, 록커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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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가요제의 여파

Listen to the 무직 | 2009. 8. 8. 13:07 | Posted by 김수민
당구장 옆자리에서 누군가 <난 멋있어>를 부른다. 길거리에 나갔더니 <냉면>이 들리고, 골목 귀퉁이를 돌아 나오니 <Let's Dance>가 흘러나오고, 술집에서는 <바베큐>가 나온다. 일부 대목만 소개됐고 가요제에는 등장하지 않은 <전자깡패>의 음원은 불티나게 나가고 있다. 이 정도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는 이미 선풍을 예고하고 있었다. 무도 출연진은 대한민국 인기최강의 연예인들이다. 그런 그들에 실력파 뮤지션들이 붙어서 곡을 쓰고 공연을 했다. 시간적 한계와 무도 출연진의 역량 때문에 그 곡들의 완성도가 매우 높지는 않았지만, 뮤지션들은 출연진의 개성에 맞춤한 곡을 써냈다. 시청자들은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생히 보며 곡을 곱씹었다.

정치에서 문화까지 대한민국 곳곳에 소비자 우월주의가 스며들어 있다. 대중음악이 이에 대항하는 방법은 당연히 감상자들에게 창작자적 관점을 안겨다주는 것이다. 무한도전은 높은 시청률을 이용해 그 활로를 뚫어낸 셈이다. 타이거 JK가 무도의 1인자 유재석에게 직접 건반과 드럼패드를 내주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한 평론가는 무한도전이 기획 하나는 잘했다고 비꼬았지만, 본인이 그걸 배울 생각은 전혀 없는 듯하다. 평단이 좁은 관계로 한국대중음악 평론가는 기획가의 지위를 겸할 기회를 얻는데도 말이다. 

쓸데없는 입방아를 찧고 손가락질 해대는 평자들의 면면을 잘 살펴보자. 그들은 대체 무얼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지. 애초에 위협받을 시장 따위는 없었다. 이미 망한 상황에서 개탄만 남았을 뿐이고, 빌미를 잡아 예능프로에 책임을 씌웠을 뿐이다. 이 같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겠지만, 거기에 깔린 사고방식은 오래된 것일 터이다. 무도가요제의 선풍이 폭로한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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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 <우울하게 하는 건>

Listen to the 무직 | 2009. 7. 24. 18:28 | Posted by 김수민
머리보다 발이나 허리가 먼저 움직이는 댄서너블한 락이
1993년에 이미 한국에 있었다.

김세황(g), 정한종(b), 이창현(ds), 정해연(v).
쟁쟁한 라인업이다.
(김세황은 자넷 잭슨의 '블랙 캣'을 좋아한다.
글쎄 우리 어머니도 티비에서 '블랙 캣'을 듣고는, 기타 연주가 김세황 같다고 하지 뭔가.
김세황은 직선적인 메틀을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넥스트에선 신해철이 어렵게 설득했다는 후문이 있다.)

1998년도쯤 라디오에서 듣기로는 소찬휘가 백 보컬을 맡기도 했단다.

음반도 찾지 못하고 살다가 근래 들어 음원을 발견했다. 

재발매 안하면 첨부파일 안 내릴겨(협박)!
라고 했더니, 저작권관계로 독자들은 음악을 못듣게 막아놨군.

여튼 제발 복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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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Rock>

Listen to the 무직 | 2009. 7. 19. 18:14 | Posted by 김수민
중고생 때 록에 흠뻑 빠졌다가 나중에 그렇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음악에의 열정을 거의 잃었고, 어떤 이들은 프로그레시브 록을 거쳐 재즈나 클래식으로 나아갔다(이것은 일종의 코스가 되어 버렸다). 만화 <Paint It Rock>의 저자 남무성은 후자의 경우다. 후자 코스에는 종종 엘리트주의나 변질된 록문화 등의 요인이 깔려 있기도 하지만, 다 나쁜 건 아니다. 록의 마력을 통해 음악에 입문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선의 경우, 한 평론가 겸 만화가가 재즈와 록에 대한 입문서를 다 써내는 성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남무성은 <Paint...> 이전에 <Jazz It Up>이라는 명작을 낸 걸로 유명하다.

내가 '왕년의 롹팬'에게 싫어했던 게 어떤 거냐면, 헤비메틀만을 록의 전부로 여겼다가 스무살 넘어 힘 좀 빠졌다고 멀어져가는 태도였다. 내 나름대로는 그 원인을 알고 있다. 뿌리 없이 줄기와 잎사귀만 잠시 걸친 결과라는 것이다. 오늘날 펑크나 브릿팝을 좋아하는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Paint...>의 2권이 나올 때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 안도한다. 내용의 대부분이 195, 60년대인 1권부터 유심히 읽혀지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그때의 음악을 편하게 듣기를 바란다. 비틀즈든 레드 제플린이든 너바나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 척 베리 없는 비틀즈, 더 후 없는 레드 제플린, 허스커 두 없는 너바나... 이런 건 없다. 록 스피릿이니 뭐니 하는 그따위 말은 필요없지만, 덜 하드했을 때 또는 덜 헤비했을 때도 나타났던 고갱이를 놓쳐버린 한, 현재의 취향이란 소싯적에 그랬다는 나중의 나레이션을 위한 소재일 뿐이다. 골치 아프게 책 찾아 읽는 걸 권유하고 싶지도 않고, 실제 관련한 책이 많지도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국의 록문화가 다채로운 것도 아니니, 가이드 하나쯤은 필요할 성 싶다. 남무성의 만화를 추천한다.

추신: 책 속에는 NEW TROLLS 내한공연 10% 할인권이 끼워져 있다. 초판 한정이라는데 언제쯤 앵꼬가 날지 모르겠다. 이왕 살 사람은 빨리 사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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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거기 있을게

Listen to the 무직 | 2009. 6. 27. 16:48 | Posted by 김수민
학대가 있는 또는 없는 모든 곳에...

높은음자리의 <바다에 누워>에 이어, 태어나 두번째로 좋아했던 노래 <빌리 진>...

그리고 그 가수가 어릴 적 JACKSON 5에서 부른 이 노래...
틀림없이 잘 부르는 노래에
심금을 울리는 맛도 있지만
어딘가 남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다른 노래를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가수의 매끈한 노래와 현란한 춤이
어린 시절 고된 훈육으로 비롯된 것임은 나중에 알았고,
어느새 그는 다른 학대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었다. 

비인간적 훈련으로 탄생한 세계적 골퍼 앞에서 
<상록수>를 틀어놓고 감격에 빠진 지난 날 우리의 자화상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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