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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어려서 그랬다"는 말

Free Speech | 2009. 5. 12. 09:29 | Posted by 김수민
3년전쯤이었나. 어떤 이와 술자리에서 언쟁이 붙은 적이 있었다. 말리는 다른 이는 내게 타일렀다. "후배인데, 좀 부족해도 봐줘야지요." 깍해야 두 살차이였고, 그가 새내기인 것도 아니었다. 청년세대의 힘이 약해진 건 88만원세대가 시작이 아니다. 386세대부터다. 88만원세대는 386의 충실한 직계 후배일 뿐이다. 혁명의 시대, 정확히는 혁명이념의 시대에서 386세대의 꼭대기에 앉은 이들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나머지 동조자나 방관자들도 마찬가지다. 민주화의 시대에 민주화를 외쳤고 세계화의 시대에 세계화에 편승했다. 그리고 그들의 적잖은 수는 지금, 한때의 객기나 여전한 순응주의를 반성하지 않고 '민주시민'을 자임한다. 어떤 열린우리당 의원은 자신을 항의방문한 대학생에게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나도, 아직 자민통이야!" 그러나, 그는 학생들이 미숙한 패기에 가득차 있다고 봤을 것이며 자신도 옛날엔 어려서 좀 과했었다 생각했을 것이다. 주사파나 스탈린주의자였던 놈들 중 일부 또는 상당수도 그렇다. 싸워서 세상을 바꾼다는 이념이, 싸워서 바꿔야 할 세상을 만들고 있었는데도, 태연자약하게 자신의 어렸음에 책임을 돌리나. 함부로 "죽여라"를 외치는 미취학기 아동과 별 차이가 없는 행위를 벌인 이들이 정녕 죽기 전에 철이 들지는 의문이다. 몇주전 나이가 마흔 넘은 어떤 분에게 "그때는 어려서 그랬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다름아닌 네 해전이었다. 그가 견해를 바꾼 까닭은 자신이 따르던 어떤 인물의 영향이었다. 앞으로 더 어려지실 터이니 아무 짓도 안하는 게 낫겠다. 나는 예전에 그랬듯 살면서 그따위 변명은 하지 않겠다. 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 저지른 모든 잘못이나 실수는 나이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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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e A Legend

Free Speech | 2009. 5. 11. 13:22 | Posted by 김수민

Winning11 2009는 컴퓨터의 PES 2009로도 즐길 수 있다. 페스 2009에는, 위닝 2009에도 있겠지만 전에 없던 메뉴가 하나 추가되었다. ‘마스터 리그’로 팀을 운영해봤던 사람들이 한번쯤 상상하고 기대했을 수도 있는 선수 일개인적 관점에서의 운영이 가능한 메뉴, ‘Become a legend'이다. 내가 여기에 빠진지 거의 한달이 다 되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패드를 잡을 생각이 전혀 없다. 점심 먹고 난 다음에 늘 하던 게임을 하지 않고 있다. 허탈감도 있다.

레전드를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막막하기 그지없다. 선수의 이름, 국적. 외양 및 신체조건, 처음 출발할 리그까지 결정하면, 어느 팀에 배정된다. 그렇게 해서 ‘KIM SOO MIN'은 관중 하나 없는 연습경기장에서 열 일곱살 2군 선수로 출발했다.

더 막막한 것은 위닝 게임에 단련된 사람조차 적응하기 힘든 새로운 게임의 방법이다. 팀이 아니라 일개인을 조종하다 보니 위치선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하고 처음에 겪는 시행착오가 만만치 않다. 또 선수의 초창기 능력은 찌질한 수준이라 위닝 좀 한다는 사람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군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후반전 교체선수로 주전투입이 된다. 여기서 또 성과를 내면 선발출장이 되고, 최악의 경우는 다시 2군으로 내려가며 능력치가 뛰어나지 않으면 팀을 옮긴 직후에도 2군생활을 해야 한다.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정했다. 어느새 중하위권 팀의 주전선수으로 발탁됐고 조금 더 실력이 늘면서 팀을 옮기기 시작했다. 처음에 있던 곳은 스페인쪽 리그라 팀이나 동료선수 이름을 읽고 기억하기도 버겁다.

조금 풀리기 시작한 것은 파리 생제르망과 계약한 다음부터인데, 동료인 아드리아누가 패스를 죽어라 안해서 나폴리로 옮겨버린다. 패스 안하는 선수 타입도 입력이 되어 있는 걸까. 나폴리에 갔더니 이마뉴엘슨이란 놈이 신나게 혼자서 공을 몰고 다녀 짜증이 나던 찰나에, 드디어 팀에서 방출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그래서 한동안 네덜란드쪽 리그를 전전하다 중간에는 모스크바팀에 들어가 벤치에 앉은 채 엉겹결에 첫 리그컵우승을 경험한다. 되살아난 시점은 다시 파리 생제르망으로 복귀할 때부터다. 거기서는 선발출전선수로서 리그컵 우승을 이룩한다. 이때부터 나의 레전드 중독은 더 심해졌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은 하루 종일 집안에서 게임을 했다.

머리, 오른발, 왼발 KIM SOO MIN의 퍼펙트 해트트릭 & 호날두에게 밀어준 어시스트. 이날 경기는 5대1


레전드에는 영국리그 팀이 없어서 현실의 프리미어리거들은 온갖 팀에 흩뿌려져 있다. 호날두와 루니, 긱스, 카를로스가 속한 팀이 보르도. 파리지앵 생활 청산하고 포도주나 마시자고 혼자 농담하면서 팀을 옮겼다. 어느새 드리블, 패스, 슈팅 능력은 엄청나게 향상되었고, KIM SOO MIN은 스트라이커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AMF가 되었다. 그리고 유럽챔피언컵 우승. MVP에 득점왕까지 되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났다. 보르도는 몇번 더 유럽챔피언컵과 리그컵 우승을 달성했고 끝내 시즌 우승의 위업까지 이뤘다. KIM SOO MIN은 한국 국가대표로서 2018년 인터내셔널컵 16강, 2020년 아시아-오세아니아컵 우승을 거친 뒤, 드디어 어제, 게임 시점으로는 2022년 인터내셔널컵에서 서른살 나이로 우승컵과 MVP를 받았다. 한국팀으로는 게임이 어렵기 때문에 게임 난이도를 낮췄고 결승에서 잉글랜드를 꺾었다(레전드는 레귤러 등급으로 리그경기를 치르지만 국가대표 경기에서는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다).

더이상 올라갈 데도 없고 해서 머리를 밀어버렸다.



이제 더이상 올라갈 데가 없다! 레전드에서는 은퇴선언을 할 수가 있는데 그동안 키워놓은 능력치와 실적이 아까워 아직은 보류하고 있지만, 나는 게임을 할 맛을 잃고 말았고 오늘 패드를 잡을 맛이 싹 사라진 것이다.

쉽고 빨리 달성될 수 없는 것들. 중독성은 더 강해졌고, 한편으로는 처음부터 다시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쨌든 한달동안 즐거웠고, 친구와 한판 붙는 것보다 열배로 재미났다.그만하면 됐다.

덧: 만일 도전하실 분들이 있다면 두 가지를 알려드리고 싶다. 그러지 않아도 눈치를 깔 수도 있지만 알아두면 초반에 헛수고하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초창기에는 한 게임 시간을 5분으로 줄이고, 많은 게임들을 건너뛰어라(스킵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도 능력치는 저절로 올라가니까. 열 일곱 나이에 일찍 성공하겠다는 야망은 버리는 것이 좋다. 시간 지나면 알아서 크고, 국가대표도 된다. 두번째, 나 아닌 선수의 동작 중에 슈팅은 게이머가 조작할 수 있다. 이걸 활용하면 팀의 득점도 많아지고, 자신의 어시스트 실적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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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Free Speech | 2009. 5. 7. 05:53 | Posted by 김수민

도대체 심판이 날려먹은 페널티킥감이 몇개냐? 3개? 4개?

교체되어 벤치에 앉아 있던 드록바는 심판에게 맹렬히 항의하다 경기 후 옐로우 카드를 받고  
급기야 카메라를 향해 퍼킹을 외치고 말았다.

한점승부보다는 추가골을 노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첼시는 후반 인저리 타임에서 동점골을 허용함으로써 전반 9분경 넣은 선취골을 지키지 못했다.
(1-1을 만들면 FC바르셀로나가 결승에 진출하는 상황이다)
실점 후 마지막 코너킥 기회가 왔지만 심판은 또 핸드링을 모른체...
(나는 골키퍼 체흐가 한껀 터트리게 해달라 기도했다;;)

가장 관심있는 팀은 맨유지만, 가장 좋아하는 스트라이커는 드록바고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히딩크고 가장 좋아하는 미드필더는 램파드인지라...
결승에서 맨유랑 첼시랑 붙으면 누구를 응원할까 고심을 많이 했다.
(그동안은 두 팀이 붙으면 딱히 응원을 하지 않았다.)

FC바르셀로나 가슴팍에 붙은 유니세프에겐 약간 미안하지만
(그리고 첼시 가슴팍에 붙은, 나중에 맨유 가슴팍에 붙을지도 모르는 마크는 재수없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이번 유로챔스 결승전은 맹렬히 맨유 응원이다...

아 진짜 심판 나쁜넘..
FC바르셀로나 입장에서도 공정한 심판은 아니다.
엉뚱할 때 아비달을 퇴장시키질 않나...

오죽하면 두 팀 감독이 어깨동무를 하는 장면까지 나오고, 더없이 의미심장하게 비쳐졌겠나.

그나저나 바르샤 감독은 훈남이더라. 정장빨 지대. 요한 크루이프의 제자란다.

여하튼 히딩크 지못미ㅠ 동점골 허용할 때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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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로서 올리는 말씀

Free Speech | 2009. 5. 2. 14:45 | Posted by 김수민
유명한 일화지만 한번 더.

하루는 어느 절에서 중들이 땔감이 떨어져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러자 노스님 한 마디.
"밥팅아. 불상을 떼면 될 거 아니냐?"

모든 우상 숭배를 벗어나
성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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