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쯤이었나. 어떤 이와 술자리에서 언쟁이 붙은 적이 있었다. 말리는 다른 이는 내게 타일렀다. "후배인데, 좀 부족해도 봐줘야지요." 깍해야 두 살차이였고, 그가 새내기인 것도 아니었다. 청년세대의 힘이 약해진 건 88만원세대가 시작이 아니다. 386세대부터다. 88만원세대는 386의 충실한 직계 후배일 뿐이다. 혁명의 시대, 정확히는 혁명이념의 시대에서 386세대의 꼭대기에 앉은 이들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나머지 동조자나 방관자들도 마찬가지다. 민주화의 시대에 민주화를 외쳤고 세계화의 시대에 세계화에 편승했다. 그리고 그들의 적잖은 수는 지금, 한때의 객기나 여전한 순응주의를 반성하지 않고 '민주시민'을 자임한다. 어떤 열린우리당 의원은 자신을 항의방문한 대학생에게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나도, 아직 자민통이야!" 그러나, 그는 학생들이 미숙한 패기에 가득차 있다고 봤을 것이며 자신도 옛날엔 어려서 좀 과했었다 생각했을 것이다. 주사파나 스탈린주의자였던 놈들 중 일부 또는 상당수도 그렇다. 싸워서 세상을 바꾼다는 이념이, 싸워서 바꿔야 할 세상을 만들고 있었는데도, 태연자약하게 자신의 어렸음에 책임을 돌리나. 함부로 "죽여라"를 외치는 미취학기 아동과 별 차이가 없는 행위를 벌인 이들이 정녕 죽기 전에 철이 들지는 의문이다. 몇주전 나이가 마흔 넘은 어떤 분에게 "그때는 어려서 그랬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다름아닌 네 해전이었다. 그가 견해를 바꾼 까닭은 자신이 따르던 어떤 인물의 영향이었다. 앞으로 더 어려지실 터이니 아무 짓도 안하는 게 낫겠다. 나는 예전에 그랬듯 살면서 그따위 변명은 하지 않겠다. 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 저지른 모든 잘못이나 실수는 나이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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