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가오가 상하니까요.
92년 꽃게랑 이후에 CF를 별로 찍지 않았던 그가 하필 학원CF를 찍었는지
좀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학원장인가? 하는 생각도 했지요.
많은 분들이 신해철의 언행이 불일치하다고 하지만 글쎄요.
신해철이 "학원 다 없애야 한다. 학부모들이여, 애들 학원에 보내지 말아라.
얘들아, 학원 다니지 마"라고 한 적 있나요?
저는 들은 적 없는데, 있었으면 알려주세요.
자기 자식은 홈스쿨링을 할 거라고 했으니,
학교는 물론 학원에도 보내지 않으려고 생각하는 것 같긴 합니다.
자기 처지에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내린 결심이겠지요.
자신이 역사나 음악, 국어, 영어를 부인이 과학이나 수학, 일본어을 가르칠 수 있다고 하는군요.
학원 문제는 진보진영에서도 처치 곤란한 것이기도 했지요.
우리 당이나 혹은 민주노동당에서 학원에 몸담았거나
현재에도 몸담는 분들이 계십니다. 당직자가 되신 분들 중에도 있구요.
당연히 그분들은 사교육비가 0에 수렴되기를 바라는 분들일 것입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저항하고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학원이 맥을 못 추는 시절로 접어든다면 굳이 학원강사를 하지 않아도
공교육 속에서, 혹은 다른 영역에서 생계를 꾸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뒤집어 말해 학원의 존폐는 커다란 사회구조의 변화에 달려 있는 것이니까요.
학원은 수요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지 공급이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게 아닙니다.
물론 한편으로 그의 행위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거대기업에게 따낸 돈을 그 기업을 보이콧하는 단체에 기부한
첨바왐바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비교할 일은 결코 아닙니다.
신해철 자신도 이번의 제 행동에 정치사회적인 의미부여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명박 형님 땜에 득템했다,고는 했지만 그게 이명박 정부를 꼬집고 풍자하는
의도인지는 알 수가 없고, 그런 의도가 있다손 쳐도 대단한 행동은 아니며,
그리 해석하면서 찬성과 반대를 논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은 신해철을 꽤 급진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오해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해철의 인터뷰나 라디오방송 진행을 평소에 자주 들었던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는 스스로를 "중도보수"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쾌변독설>에서는 한미FTA에 대한 찬반의견을 유보하면서도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요컨대 '대통령을 좌에서 뽑았다고 해서, 대통령이 반드시 좌쪽의 정책을 쓰라는 법은 없다. 대통령은 국민을 아우르는 사람이니까' 정도의 발언도 했었습니다.
이런 성향을 두고 이견을 말할 수는 있겠지만 '언행불일치'라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문득 2002년도에 노무현이 김영삼을 만난 사건이 생각나는데,
오바와 뻘짓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사건 자체는 노무현의 평소 언행에 매우 부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노무현의 역사적 소임(!)이기도 했구요.
그런데 노무현 지지자의 일부와 노무현 반대자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비난을 하더군요.
자기네들이 노무현을 잘못 안 걸 가지고...
추신:
더불어, 신해철 옹호론에 깔린 어떤 문제도 지적하겠습니다.
논란이 터진 직후 진중권 당원이 게시판에서 견해를 피력하셨지요.
근데 딴 건 둘째치고, 댓글에 드러난 예술인은 좀 봐줘야 한다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하다고 봅니다.
논리적이지는 못한데 사람들을 설득해왔던 예술가-열외주의의 한 발로입니다.
지금은 팬이 많이 준 것 같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문열의 위세는 막강했습니다.
칼럼으로 뻘소리를 해대고 그에 반론을 하면, 이문열의 팬들은 논쟁의 여지를 막아버리며
"뛰어난 문호에게 무슨 짓이냐" "그런 정치적 잣대를 예술인에게 들이대지 말라"고 호통쳤습니다.
이문열 소설은 매우 구리다는 게 제 사견이지만, 어쨌든 당시 한국사회 구성원의 절반 이상은
거기에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찬동할 만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신해철에 대한 진 당원의 그러한 두둔이 과연 얼마나 이문열팬들의 인식과 다를지 모르겠습니다.
진 당원이 두둔하고자 한 것이, 다른 게 아니라 연예인, 예술인의 '오만함'이었다면
그 두둔은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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