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유쾌한 기분이다. 검찰발표가 사실이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든다. 혹은 집단창작이라도 괜찮다. 넥타이에 힘주고 전문가입네 까불던 골드 칼라들의 코가 납작해졌다. 미네르바의 글이 신자유주의의 약한 고리를 쳤다면, 검찰에 체포된 미네르바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을 타격했다.
미네르바 열풍에 가담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반미네르바적 사고를 반성해야 한다. 그 원동력의 큰 부분이 전문가주의를 향한 동경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진보진영도 이런 전문가주의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않았다. 2004년 이후 한나라당 정신에 밀려나기 시작한 뒤 진보정당에서는 '정책'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정책전문가라고 하면 껌뻑 죽는 세태가 생겨났다. '정책'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방향이나 가치판단보다 도표와 수치에 대한 숙지와 기획으로 경도되어 버린 것이다. 깨놓고 말해서, 암기의 달인들이나 쌓은 서류의 높이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미네르바의 눈부신 활약을 진보진영은 그저 입만 벌리고 좇아갔다. "미네르바 대단하다. 우리는 저렇게 못한다. 고로 열독하고 추앙하자." 세 가지를 자문해야 할 것이다. 첫째, 어찌하여 굵직한 스케일을 가지고 메네르바를 '이용'하지 못했는가. 둘째, 전문가도 아닌 미네르바가 할 수 있는 걸 왜 하지 못했는가. 셋째, 거칠고 성긴 이념에 의지해 왔으면서도 한낱 미네르바의 전문가성에 혹하게 된 자신의 컴플렉스는 무엇이었는가.
여담: 체포된 미네르바의 거주지는 서대문구 창천동이라고 한다. 신촌에 '미네르바'라는 유서 깊은 찻집이 있다. 혹시 거기서 이름을 따왔을까. 나를 비롯해서 처음 인터넷에 미네르바 바람이 불었을 때, 그 찻집 이름을 연상한 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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