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맞이 컨디션 조절에 성공하는가 싶더니 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지승호가 인터뷰해서 만들어낸 <신해철의 쾌변독설>을 한숨에 다 읽다가 밤을 새버린 것이다. 인터뷰어, 인터뷰이, 독자의 관심사가 다 비슷했던 탓이 가장 크다. 후반부 진중권과 <디워>에 대한 이야기는 압권이다.
2003년 초에 '아웃사이더'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크라잉 넛을 다룬 데 이어 신해철에 관한 책을 낼 것이며, 내 글이 하나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넥스트 팬의 성장사와 거기에 깔린 멘탈리티와 문화적 맥락'에 초점을 맞춘 느슨한 에세이 하나를 쓰기로 했다. 그러나 끝내 최종청탁은 들어오지 않았다. 출판과 함께 나오기로 한 넥스트 5집이 연기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넥스트 5집은 2004년에야 나왔고, 책은 지승호의 인터뷰만으로 구성되어 다른 출판사에서 이제서야 나왔다. 한마디로 '다른 책'이지 뭐.
나도 사실 청탁을 받았을 땐 인터뷰를 맡고 싶었으나, 이미 그무렵 지승호는 인터뷰 전문가로 자리를 확고히 굳히고 있었다. 아마 내가 인터뷰했다면 대마초, 간통, 정치 이야기 등은 지승호보다 적게 꺼냈을 것이다. 대학 시절 이야기가 좀 더 많이 나오고(신해철은 이 책에서 공부는 NL에서 하고 시위는 CA에서 했다고 잠깐 털어놨다), '보컬론'이 반 챕터쯤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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