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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Film Tent & 2nd Stage | 2008. 12. 24. 09:13 | Posted by 김수민

<오스트레일리아>는 영화 속 영화 <오즈의 마법사>와 같은 옛 영화들에 비견될 장면전환을 고리로 하여, 무려 2시간 40여분동안 제2차세계대전기 호주 북부를 비추며 제국주의의 과거를 반성한다. 감독과 남자 주연배우는 호주인이다. 영국 귀족을 연기한 여자 주연배우도 호주인이다. 영국 여성들 가운데 현대 세계인의 취향에 맞는 빼어난 미녀를 찾기는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올리비아 뉴튼존, 카일리 미노그, 나탈리 임브룰리아 등 유수의 호주인들이 영미 대중문화계로 수혈되고는 했는데, 니콜 키드먼도 그 일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새라 애쉴리(니콜 키드먼 분)가 혼혈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플레처를 후려치는 것이 페미니즘의 표상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귀족이고 그는 평민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는 그 순간 이후로 양심적 귀족의 반열에 선다. 그녀는 '패러웨이 다운스'를 '통치'하지만, '군림'하지는 않는다. 반면, 평민 출신으로 주인을 배반하고, 살인적인 방해공작을 펼치고, 끝내 새 주인을 몰래 살해하고, 그 딸과 결혼한 플레처는 '새로운 자본주의' 또는 '진정한 자본주의'의 퍼블릭 에너미다. 애쉴리와 손잡은 몰이꾼(휴 잭맨 분)은 원주민과 더불어 생활하며 사랑하는 이 곁에도 묶이지 않으려는 자유인, 하얀 얼굴을 하고 들판을 유랑하는 경계인이다. 그러나 그는 피부색을 이유로 바에 들어가지 못하는 자신의 옛 처남과는 달리, 수염만 깎으면 백인 상류층의 무도회에 입장할 수 있다.

애쉴리와 몰이꾼은 축산업계의 큰손 카니를 보좌하는 플레처를 꺾고 육우 떼를 선박으로 몰아넣는다. 플레처가 소 한 마리가 지나갈 수 있는 통로에 의존하다 때를 놓치는 장면은 독점자본이 맞이한 황혼을, 새라와 몰이꾼이 무도회에서 추는 춤은 신흥자본가와 히피세대의 동맹을 상징한다. 그래서 인종차별을 사과한다는 이 영화는 올해 흑인 후보를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한 미국 민주당의 자축 무도회처럼 비쳐진다.

한편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역경에 처하는 어보리진(호주 원주민) 캐릭터들은 어떠한가. 애쉴리가 물질과 모성을, 몰이꾼이 주요한 노동을 제공하는 동안 이들은 마법을 부린다. 그러나 시대는 바야흐로 마법으로 멈출 수 없는 포탄세례로 점철되고 있고, 원주민 할아버지도 막판에는 무기를 쓰고 손자와 함께 숲속으로 떠난다. 원주민들이 숲에 머무르든 거기서 나오든 백인은 그들을 해칠 권리가 없다, 그러나 원주민도 결국 숲과 마법 없이는 제대로 살 수 없다? 어보리진은 여기서 그저 신비화되고 있고 그만큼 타자화되었다. 이 영화는 '어떤 백인들'이 저지른 제국주의를 자성하지만, 오리엔탈리즘을 반성하지는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의미심장한 역사 묘사는 내가 꼽기로는 딱 한 차례 등장한다. 폭격 맞은 바(bar)의 주인은 조금 버티다 마침내 '깜시 출입금지'를 해제한다. 다 무너진 마당에 구별짓기가 무슨 미념이 있으랴. 섬뜩한 진실이지만 인권신장과 복지향상 등 20세기 중반에 맞이한 행복의 배후에는 전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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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Film Tent & 2nd Stage | 2008. 12. 18. 00:07 | Posted by 김수민

주인공은 전철에서 여중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붙들려 꽁꽁 묶인다.

피해자의 편을 자임하며 무죄추정을 거스르는 자들과

근엄한 얼굴의 법제의 틈으로 스며든 인간의 태만과 편견,

그리고 그들 사이에 이어진 졸렬한 끈에 의해서.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주인공의 주장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경찰과 검찰과 판사의 태도에 분개하게 된다.

그러나, 물론 작자는 주인공이 진실하다는 전제를 깔았겠지만,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정말이지 '근본적'으로 말해서,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진실이 어디에 있든 주인공이 받은 처사는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숱하게 힘의 논리나 감정의 흐름이

진실을 단정짓는 사례들을 목격한다.

이 영화는 그런 태도가 제도와 법에 의해 더욱 공고화되는 현실을,

2시간 20여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고도의 추리과정은 없지만 치밀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펼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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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세기 소년 1 - 강림>

Film Tent & 2nd Stage | 2008. 9. 18. 21:16 | Posted by 김수민
만화를 오려내서 콘티에 붙였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상영 직전에 나오는 서태지 뮤비는 안 넣는 게 나았겠다. 갖다 붙이기도 적당히 해야지.. 그게 뭐냐.

주인공 중 하나로 출연한 토키와 다카코. '유키지' 역할 치고는 지나치게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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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entioneers

Film Tent & 2nd Stage | 2008. 9. 2. 04:10 | Posted by 김수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국 공화당원 남자와 민주당원 여자의 러브스토리,라는 소개에 입맛을 다시는 이들이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개봉을 하지 않았던 영화고, 아마 DVD를 구하기도 험난할 것 같다. 나는 2005년 부산까지 내려가 해운대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봤다. 물론 그 작품 하나를 보기 위해서 간 것은 아니다. 그 영화는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내가 처음 본 영화이다. 나는 다음 영화(아마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였던 것 같다) 입장시간이 임박해서 '감독과의 대화'가 시작되기 전 자리를 떠야 했다. 아일랜드 국적의 모라 스티븐즈 감독의 미들 네임은 '미옥'으로 그의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이 영화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버랩되며 만들어졌다. 대사에서 민주당원은 좌익으로 공화당원은 우익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주로 부시 정부의 외교정책에 초점이 맞춰진다(이런 영화가 유럽을 배경으로 했다면-이를테면 영국 노동당원 여자와 보수당원 남자가 주인공이었더라면 정치적 주안점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공화당 전당대회는 픽션이 아니다. 규탄하러 나온 시위대는 현실의 시위대였다. 힙합, 레게 등 다양한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고, 사물놀이패의 풍경도 잠시 스친다. 그중에는 "부시도, 캐리도 싫다. 우리에게 선택권을 달라"는 플래카드도 섞여 있다. 미국인으로 치면 거기에 가까울 나는 사실 감독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한국 진보정당의 당원인데, 민주당이 영화 내내 '진보'나 '좌익'으로 일컬어지니 서글프다." 다음 영화만 아니었다면(영화제에서는 늦게 도달한 관객에게 커튼을 열어주지 않는 게 관례다) 정말 그렇게 말했을 터이다. 

내가 가장 유심히 봤던 건 양측의 문화양식이었다. 공화당원 남자는 중절모를 쓰고 정장을 빼입으며 동료 당원들과 전당대회를 맞이한다. 민주당원 여자는 동료 운동가들과 모의를 하는데, 이념적인 대화는 거의 없고 퍼포먼스와 소품에 관한 토론이 많았다. 가령 전쟁반대 시위에 쓸 관과 그것을 덮을 성조기를 어떻게 마련하고 어떻게 장식할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그때 나는 미대가 없는 소속학교의 특성과 그것이 학내 학생운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또다른 긴장을 유발하는 존재는 민주당원 여자의 친구이다. 그는 학생운동가 출신의 수화 통역사인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수화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시름에 빠진다. 정치적 신념에 어긋나지만, 장애인들의 편리를 모른체하기 힘들었고, 더구나 생활여건상 일거리를 외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임무를 마친 뒤 재킷을 열어 티셔츠의 반전 표식을 보여주는 기습시위. 그러나 그는 통역만을 마치는데, 부시가 있는 무대 옆에서 열심히 수화를 하는 그의 모습에 거대정치의 구도로 읽어낼 수 없는 인간의 삶이 스쳐간다.(영화 스탭들은 이 장면을 찍느라 곤욕을 치렀다. 장내 씬도 바깥의 규탄시위 장면처럼 실재였고, 스탭들은 촬영 도중 붙잡혀 구류를 살아야 했다.)

이 영화에서 정치는 두 남녀 간에 두드러지는 차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스티븐즈 감독 본인도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감독이 민주당 지지자는 아닐지라도 부시반대인 것 같기는 하다. 잠시 공화당원 남자는 대학 동창인 민주당원 여자에게 이끌려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하면서 착잡함에 사로잡힌다. 영어독해에 취약한 탓에 외신 따위를 읽을 리가 없는 내가 그라운드 제로의 의미가 180도로 뒤집혔음을 깨달은 것이 바로 그 덕택이다. 아니, 외신을 읽는 쪽보다 더 내게 이로웠다. 기사 읽고 사진 한장 보았다면 그냥 알고 끝났을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안다는 것과 깨닫는다는 것은 다르다(이와 동일한 문장이 고종석의 소설에 있음을 밝히는 바지만, 누구나 '안다는 것과 깨닫는다는 것은 다르다'는 걸 알고 있고 또 깨달아가지 않는가).


2004년 말, 담배를 피다 머리를 싸쥐었었다. "김수민 수경님 진짜 걱정이 되십니까." "그렇지. 나야 몇달 지나면 제대지만, 니네는 큰일이다. 생각해봐. 부시가 되면 데모가 많아지겠냐, 적어지겠냐?" "아, 그렇지 말입니다." 어느새 4년이 흘렀다. 작년 루아얄이 프랑스 첫 여성대통령 탄생을 앞두고 좌절할 때 그러려니 지나쳤던 사람들도 이번엔 오바마의 당선을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게 그렇다.

이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자의 대선 후보지명 전당대회를 끝냈다. 저 컨벤셔니어즈 가운데서도 또 영화 주인공들이 나올지 모르지. 그나저나 <컨벤셔니어즈>는 어떻게 끝나냐고? 아 참, 참고로 영화에서 민주당원 여자는 약혼자가 있고, 공화당원 남자는 유부남이다. 덧붙이자면, 이 참고사항은 힌트일 수도 아닐 수도 있고 나의 하릴없는 장난일 수도 있다. 결말은, 비밀이다. 다만 난 당신이 어디선가 이 영화와 마주치게 된다면 놓치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고!(마지막 문장은 개그콘서트 '이색극장'의 안상태 말투로 읽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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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 메모 4

Film Tent & 2nd Stage | 2008. 8. 20. 23:23 | Posted by 김수민
8월 18일

<돌아오지 않는 해병>

감독인 이만희 선생은 빨치산을 '인간적으로' 다뤘다가 곤욕을 겪기도 했었지만, 이건 전형적인 반공영화. 이만희는 영화배우 이혜영의 아버지이기도 하니, 영화배우 이혜영은커녕 '코코'의 이혜영도 겨우 알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사람이리라. 이번 영화제에서 영화음악상을 수상한 고 전정근 선생이 OST를 맡았다. 최무룡, 독고성 같은 당대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출연하나, 가장 돋보이는 건 구봉서이다. 1963년작인 이 영화 하나를 놓고 말하는 것이 부실하기는 하나, 그 당시의 구봉서는 얼핏 지금으로 치면 송강호 같다.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49&no=168


<드럼비트>

꼬이고 꼬이다 파탄이 나는 줄거리를 가진 영화. 그러나 입체적 구성에 기울인 노력이 너무 과다했는지 산만하고 지루한 중반부 진행을 보인다. 또다른 감독이 만들어 OST로 깐 드럼 사운드가 더 돋보인다.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44&no=148


8월 19일

<모로코 힙합 페스티벌>

이런 류의 영화는 앞으로도 쭉 나올 것이다. 회교 국가에서 뮤지션들이 겪는 난항을 다루었다. 모로코의 힙합 뮤지션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하는 가운데서도 자국의 전통음악을 접목시키는 등의 가상한 노력을 기울인다. 사회의 천시는 물론 심지어 힙합팬으로부터도 야유를 받는 소녀 래퍼도 주목할 만하다.

모로코는 회교국가로서는 이례적으로 알 카에다의 테러를 당한 나라다. 래퍼들은 테러범들에게 "내 조국에서 손떼!"라고 노래한다. 그런 반면, 미국 대사관이나 코카콜라는 이들의 페스티벌을 지원하는 원군이다. 한국의 반미지상주의자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을 반대하는 편보다는 미국을 더 미워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다.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46&no=174


<위대한 사운드의 세계>

미국에 창궐하고 있는 신인발굴작업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있다. GWS(위대한 사운드의 세계)는 크지는 않은 음반업체로, 오디션에 참가한 아마추어 뮤지션들을 꾀어 음반작업에 끌어들이면서 그들에게 작업비용의 30퍼센트를 뜯어내는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영화는 드라마이면서도, 실제 오디션 장면을 당사자의 허락 하에 영화에 삽입해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일부에 포함하고 있다.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44&no=152


폐막작 <비지터>

이번에 관람한 작품 가운데 가장 감동적이다. 거의 비워놓다시피한 뉴욕의 아파트에 돌아온 경제학 교수가 어쩌다 그집으로 흘러든 불법체류자 커플과 마주치면서 교감이 시작된다. 남이 쓴 논문에 얹혀서 발표자 노릇을 하고 늘그막에 그나마 배우던 피아노마저 포기한 월터 교수 역할은 리처드 젠킨스가 맡았다. 감독은 매카시즘 비판 영화인 <굿 나잇 앤 굿 럭>에 출연했던 톰 매카시(아이러니한 이름이다. 옛날 민주당내에서도 진보파로 꼽혔던 유진 매카시라는 또다른 매카시가 있기는 했으나).

첫 대면의 격함과 쑥스러움으로부터 등장인물이 빠져 나오는 건 '북' 덕분이다. 이들은 함께 북을 치고, 청년이 검문검색에 걸린 후로도 교수는 북을 연마한다. 면회 장면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스토로크와 청년이 시리아로 강제추방된 뒤 정적이지만 깊은 분노에 찬 교수가 지하철에서 북을 두드리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것은 9.11 이후 미국의 이민자정책을 향한 정면 공격이기도 하다.

미국의 어떤 역사나 현실을 비판하는 영화들이 다른 한편으로 애국주의를 더 선동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가 그랬었고, 마이클 무어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는 수용소 벽에 붙은 자유의 여신상과 쌍둥이빌딩 그림, 공항에 붙어 있는 성조기 등으로 미국의 오늘을 야유하면서, 구차하게 '우리가 비판하는 건 가짜 애국이고, 우리는 진짜 애국이다'라고 강변하지 않는다.  

폐막식에 참석한 한나라당 소속의 제천시장과 국회의원은 이 영화를 다 보고 집에 갔을까. 봤다면 어땠을까. "미국이 얼마나 좋으면 고향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저렇게 떼를 썼을까"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물론 초등학생도 영화를 제대로 봤다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모를 일이다. 미국의 우익 공화당원들은 verse를 통째로 빼먹고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미국에서 태어나>의 후렴구를 따라 부르는 꼬라지를 연출하기도 했는데, 한나라당은 그보다 더 멍청하잖아.  

2007년 발표된 영화인데 향후 한국에서 상영일정이 잡혀있는지 모르겠다. 관람을 권한다.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45&no=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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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Tent & 2nd Stage | 2008. 8. 17. 21:48 | Posted by 김수민
<청춘의 십자로>

최소한 5~10분은 졸면서 영화를 하나하나 보던 동생이 조금도 졸지 않고 관람하는 데 성공한 영화. 청풍호반에서 야외상영되었고, 관객들은 30초에 한번씩 웃었고, 2분에 한번씩 뒤집어 졌다.

1934년작으로 아직도 전해지는 유일한 한국 무성영화이자 마지막 무성영화로 기록된 작품. 배우 조희봉이 변사를 맡아 재해석된 결과를 드러냈고, 역시 새로운 OST를 현장에서 연주한 악단의 솜씨도 돋보였다.

제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이 될 듯하지만 상영은 단 한번이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쳤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니까.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52&no=180


<청춘의 십자로>가 끝난 직후 그 자리에서 펼쳐진 힙합 공연은 DJ.DOC, 마브스, 45 RPM 등 부다 사운드 뮤지션들이 출연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고 직전에 상영된 영화처럼 재미난 공연이 됐다. 이들의 한국어 랩이 어째 영화의 변사와 어울리는 듯.

<심아상영>
1. 너바나: 러시아 여성 둘의 우애를 주제로 하였다. 가면급의 메이크업과 맹렬한 테크노 사운드가 어우러졌다.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44&no=153

2. 도쿄랩소디: 전후 일본인들이 즐긴 노래 11곡(주로 엔카풍이다)을 토대로 만든 드라마들이 엮였다. 심야영화를 세편 보면 한편을 조는 법인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졸지 않았다. 엽기적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일본식 유머 작렬.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44&no=159

3. 쳇 베이커의 초상: 조느라 못 봤다. 앞의 두 영화를 눈뜨고 다 본 대가다. 쳇이 한때 치아가 다 나간 적이 있는데, 그 진상을 밝히는 대목부터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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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Tent & 2nd Stage | 2008. 8. 17. 21:28 | Posted by 김수민
8월 15일
<레드 엘비스 - 동독의 딘 리드>

엘비스와 유사한 스타일을 가진 가수 딘 리드는 동독 시민이 되어 활동한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 수 없어서 동독으로 간 기회주의자라는 비난, 평화와 사회주의를 사랑한 뮤지션이었다는 찬사가 엇갈린다.

관람 내내 복잡한 심경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전처의 증언처럼 순간의 열정을 사랑으로 착각하여 결혼와 이혼을 되풀이하고, 아이를 갖는 것을 극구 반대하다 가정의 분열을 불러 일으키는 이 남자는, 공적으로도 너무 허영심이 컸다. 아옌데와 친구관계를 맺고, 팔레스타인의 해방군에도 가담하는 등 국제적인 행보를 보이는 그는 결국 동독의 갑갑한 현실 속에서 쇠락하게 된다. 그는 전체주의로 전락한 현실사회주의에 반항한 것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미국적 인간으로서 동독이 답답하고 고향이 그리웠던 것일까?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46&no=178



8월 15일 밤에는 청풍호반 수상아트홀에서 일렉트로니카 공연을 즐겼다. 비가 어찌나 쏟아지던지...


8월 16일

<블루스를 부르는 시타>

고전 신화 <라마야나>를 재현한 에니메이션. 그러나 네가지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다채로운 구성을 보인다. 하나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 두번째는 시타-라마 부부의 역경을 담은 <라마아냐>의 줄거리. 세번째는 시타가 블루스를 부르는 뮤지컬. 네번째는 <라마야나>를 둘러싸고 세 남녀가 벌이는 대화. 의외로 네번째 것이 가장 위트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옛 뮤지컬에 대한 오마쥬 삼아 깔린 3분간의 '인터 미션'도 재미있었다.(관객 가운데 한명은 진짜로 화장실을 갔다 왔다)

긴장감 없는 스토리 라인과 등장인물들의 전형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내 생각으로는, 이번 영화제에 관객상이란 게 있다면 이 영화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을 것이다.

뮤지컬에 삽입된 노래는 새로 만들어져 녹음된 것이 아니라, 감독이 친구 집에 얹혀 살던 시절 우연히 들었던 옛날 레코드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저작권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 난관에 부닥쳐 있다고 한다. 감독은 음악계 역시 음반불황의 현실을 저작권료에 기대어 해결하려는 탓에 저예산영화도 과도하게 카피라이트를 행사한다며 아쉬워 했다.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43&no=138


<재즈 싱어>

1927년 영화사 사상 최초로 제작된 유성영화. 거의 모든 대사가 소리 없이 자막으로 처리되는 등 기존의 무성영화와 거의 비슷했지만, 노래와 몇가지 대사는 후시녹음으로 이뤄졌다. 어릴 적 가출해 재즈 가수로 성공한 주인공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유대교 성가대에서 선창했던 아버지의 일을 잇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내용.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47&no=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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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Tent & 2nd Stage | 2008. 8. 15. 17:01 | Posted by 김수민

8월 14일

<로큰롤 인생>

원제는 영앳하트(young @ heart). 제천 시민들은 무료로 관람하는 개막작을 다큐멘터리로 고른 영화제측의 모험에 한표 던진다. 제천 주민들에게 이것이 절묘한 승부수였는지 무모한 도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42&no=171

8월 15일

<이상한 나라의 에드워드>

에두아르가 에드워드인 것은 그가 다니는 다국적 회사 때문이다. 이 뮤지컬에서 신입사원 에드워드는 시종일관 자유주의의 승리를 외친다. 주주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노조위원장이 참여한 룰렛과 로또게임으로 해고의 여부와 규모를 가리고, 마지막에 에드워드가 세계화에 성공했으니 이제는 은하계화를 할 차례라며 우주로 떠나는 장면 등 주주자본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직선적이고 통렬한 풍자가 압권.

오늘 아침 이명박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읊은 '자유주의' 타령은 이 영화와 제대로 포개진다. 케인즈주의적 마인드를 가진 재무팀장은 에드워드에게 극빈층의 증가로 회사의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고 따지고, 에드워드는 거지를 위한 판자집을 짓자면서 회사의 스타가 된다. 해고로 인해 생산이 힘들다는 재무팀장의 지적에 에드워드 왈, "한국에 맡기면 된다." (자막만 그런 게 아니라 분명히 대사로 그렇게 나왔다.)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51&no=126


<세 친구>, <DIY>

동남아 음악영화에 작지만 알찬 기대를 갖게끔 이끄는 단편들.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51&no=112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51&no=128


<솔로몬의 노래>

작달막한 키에 하이톤의 목소리. 마이클 코헨이라는 배우의 깊이를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준다. 그가 랍비로서 예배 도중 부르는 노래와 그를 매혹시킨 여가수의 팝송은 상이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코드적 친연성을 가진다. 이런 설정은 세속과 종교, 절제와 쾌락의 스펙트럼에서 균형과 조화를 선택한 솔로몬의 발밑을 든든하게 해준다.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51&no=116


<영웅은 날개를 필요치 않는다>

팔 없는 DJ를 따라다니는 다큐멘터리. 진지하면서도 소박하기 그지없다.

청력 잃은 DJ의 재기를 다룬 리얼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좆됐다 피트 통>을 본 사람이라면 감흥이 또 색다를 것이다. 물론, <...피트 통>은 웃기고 무지막지한 픽션이므로, 두 영화의 공통점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http://jimff.or.kr/2008/contents/section_detail.asp?sn=51&no=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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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O 내한공연

Film Tent & 2nd Stage | 2008. 4. 6. 16:21 | Posted by 김수민

                   
                       

TOTO/ Falling in Between



돔아트홀에서 TOTO 내한공연이 있었다. 서대문 선거유세에 정태인 본부장이 오셨는데 나를 안다고 했다. 그러나 그와 더 이야기할 기회를 포기하고 10만원을 바친 보람을 찾아 어린이대공원으로 갔다. 길을 잘못 들었지만, 나와 같은 처지인 어떤 이를 몰래 뒤따라 뜀박질하여 공연장에 도착했다. 경기장이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내한공연만을 경험했던 내게 돔아트홀은 조금 독특한 곳이었다. 2000석의 객석이 꽉 찼고,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거의 전원이 일어나(앞에 사람 일어나면 어쩔 수 없지) 스탠딩 공연을 즐겼다.

TOTO는 한국인들에게 황인용의 라디오프로그램의 로고송인 <아프리카>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TOTO를 '팝 그룹'으로만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친구도 "토토를 롹으로 볼 수는 없지 않냐?"라고 물었다. 어제 공연은 그런 사람들의 인식을 깨트리고도 남을 공연이었다. 근래에 나온 <Falling In Between> 음반도 그렇다. 물론 토토의 헤비 넘버들은 디스토션을 넣더라도 개성이 뚜렷하다. 그들은 '세션 맨 의식'이 강해서 장르주의에 잘 빠지지 않는다.

그들의 유연함이야말로 한국 관객들의 취향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메틀 사운드를 좋아하는 팬들이 한국과 일본에 많이 남아 있는데, 동아시아 롹팬들은 한편으로 발라드에 대한 선호도 굉장히 깊다. 그리고 화려한 테크닉에 대한 탐닉이 있다. 토토는 그 모든 요소들을 충족시켰다. 2008년 투어의 마지막 공연지를 서울로 선정한 것은 그들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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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Film Tent & 2nd Stage | 2008. 2. 16. 23:59 | Posted by 김수민

<추격자>를 개봉 첫날에 봤다. 김윤석과 하정우는 예전부터, 내가 감독이었다면 캐스팅하고 싶은 1순위 배우였다. 김윤석은 한석규가 그렇듯 안경을 쓰고 나올 때와 쓰지 않고 나올 때로 연기가 나뉘어지는데(<야수>와 <타짜>), <즐거운 인생>에서 그 중간을 개척한 다음 연기폭이 더 넓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정우는 여성들을 홀릴 만큼의 외모를 지녔지만 그 속에는 마이너리티 감성이 내재되어 있고, 그 스스로도 마이너적인 행보를 선택해 이어갔다.

만들어질 리 없는 영화지만 내가 상상해본 영화는 정보요원과 지하조직의 대립을 다룬 영화인데, 하정우를 정보당국의 젊은 요원으로, 김윤석을 지하조직의 지도자로 설정해 보았다. 김강우를 지하조직의 젊은 행동가로, 천호진을 정보당국의 고위 책임자로, 백윤식을 <콘스탄틴>의 중립자와 비슷한 캐랙터로 설정해 보기도 했었다(막판에 반전이 있는 영화다. 안 만들어져도 반전은 안 밝힌다 ㅋ).

어쨌든 그 두 배우가 나온다는 이유로 몇주전부터 엄청 주목했던 영화다. 감독은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던 이여서 더 궁금하기도 했다.

영화는 절묘한 추리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추격'에 초점을 맞춘 하드웨어적(?) 작품이었다. 무전을 칠 때 실제 경찰에서 쓰는 약어를 사용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들이 경찰 복무했던 나로서는 리얼하게 느껴졌다(물론 실제로 용의자를 그렇게 패진 않으니, 혹은 패는 걸 적어도 난 본 적이 없으니 다른 오해는 없기를). 예상과는 달리 연쇄살인 사건의 행적을 뒤쫓기보다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짧은 시간을 다루었는데, 밀도 높은 이야기를 무리없이 농축시킨 것 같다.

다른 매력은 잘 모르겠다. 보다 보니까 시간이 가서 극장을 나왔을 뿐. 복기가 필요한데, 요즘 내가 그럴 능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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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Film Tent & 2nd Stage | 2008. 1. 13. 22:00 | Posted by 김수민
영화가 좀 심심했으려나? 소금이나 후추를 더 쳤으면, 다대기를 풀어넣었으면, 또는 조금더 쫄였으면 하는 관객들이 있지 않았나 싶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세 친구>를 본 나로서는 익히 예상한대로였다. 임순례다운 영화였다. 좋은 영화였다. 그런데 할 말을 많이 남기지는 않는 영화다. 국수주의나 영웅주의로 빠져 들지 않았다는 호평이 가능하지만, 그건 기본이잖아? <디 워> 때문에 그게 칭찬이 됐다.

전형적인 스포츠영화로 끌고 가지는 않겠다고 했다. 순간 내 귀에는 경기 장면 갖고 뭐라하지 말라고 들렸지만, 나름대로 촬영은 잘 되었던 것 같다. 내 예상보다 배우들은 핸드볼에 잘 적응했고, 시스템이 화려하지 않았다지만 기본적으로 얼마간 역동성이 있었다.

내가 거슬리는 건 두가지였다. 자기편이 또는 상대편이 공격을 하고 있는 와중에 휘슬이 울리는 장면이 내 기억에는 없었던 것 같고, 경기나 피리어드가 끝나기 직전에 골이 들어가는 장면이 너무 많다.  극적인 타이 또는 역전을 묘사하는 전형적인 방법이지만, 그렇게 여러번 쓰면 클리셰로도 적합하지 않다.

두번째는 마지막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와 사진이 논픽션에 자연스레 섞이지 못했었다는 거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등장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굳이 그걸 피한 건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마 위의 두가지 지적은 다수의 관객들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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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Film Tent & 2nd Stage | 2008. 1. 8. 22:52 | Posted by 김수민

재밌게 잘 봤다. 간명한 영화인데도 생각보다 정리가 쉽지 않다. 모노 드라마로 극장에 세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려해보게 된다. 중간중간 좀비들과의 액션을 빼면 흐름이 역동적이지는 않다. 사람 사는 게 그렇지 뭐. 사냥총 들고 노루 쫓고 좀비 피해 백날 뛰어봐야 사회가 없으면 개인은 정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결론을 "뉴욕에만 사람 사는 줄 아냐?"로 받아들였다. 어째 뿌듯한 기분까지 든다. 도시에 남아 백신을 개발하던 주인공도 영웅주의적 틀틀 없이도 이해가 간다. 가족이 다 죽어 버렸으니께..

여기에 스포일러는 없으니 안심하고 글도 읽고 영화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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