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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Film Tent & 2nd Stage | 2008. 2. 16. 23:59 | Posted by 김수민

<추격자>를 개봉 첫날에 봤다. 김윤석과 하정우는 예전부터, 내가 감독이었다면 캐스팅하고 싶은 1순위 배우였다. 김윤석은 한석규가 그렇듯 안경을 쓰고 나올 때와 쓰지 않고 나올 때로 연기가 나뉘어지는데(<야수>와 <타짜>), <즐거운 인생>에서 그 중간을 개척한 다음 연기폭이 더 넓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정우는 여성들을 홀릴 만큼의 외모를 지녔지만 그 속에는 마이너리티 감성이 내재되어 있고, 그 스스로도 마이너적인 행보를 선택해 이어갔다.

만들어질 리 없는 영화지만 내가 상상해본 영화는 정보요원과 지하조직의 대립을 다룬 영화인데, 하정우를 정보당국의 젊은 요원으로, 김윤석을 지하조직의 지도자로 설정해 보았다. 김강우를 지하조직의 젊은 행동가로, 천호진을 정보당국의 고위 책임자로, 백윤식을 <콘스탄틴>의 중립자와 비슷한 캐랙터로 설정해 보기도 했었다(막판에 반전이 있는 영화다. 안 만들어져도 반전은 안 밝힌다 ㅋ).

어쨌든 그 두 배우가 나온다는 이유로 몇주전부터 엄청 주목했던 영화다. 감독은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던 이여서 더 궁금하기도 했다.

영화는 절묘한 추리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추격'에 초점을 맞춘 하드웨어적(?) 작품이었다. 무전을 칠 때 실제 경찰에서 쓰는 약어를 사용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들이 경찰 복무했던 나로서는 리얼하게 느껴졌다(물론 실제로 용의자를 그렇게 패진 않으니, 혹은 패는 걸 적어도 난 본 적이 없으니 다른 오해는 없기를). 예상과는 달리 연쇄살인 사건의 행적을 뒤쫓기보다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짧은 시간을 다루었는데, 밀도 높은 이야기를 무리없이 농축시킨 것 같다.

다른 매력은 잘 모르겠다. 보다 보니까 시간이 가서 극장을 나왔을 뿐. 복기가 필요한데, 요즘 내가 그럴 능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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