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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용, <길은 복잡하지 않다>

책이라곤 읽지 않는 | 2009. 12. 31. 03:34 | Posted by 김수민
책을 산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펼쳐 한달음에 읽어내려갔고 저녁 6시에 책장을 덮었다. 숱하게 등장한 인명을 이 독자의 머리에 입력해두기가 어려우나, 어쨌든 '부드러운 직선'보다 그냥 직선을 좋아한다는 그는 실명 거론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권용목과 김창현인데, 권용목을 향한 안타까움은 이미 오마이뉴스에서 드러냈었고, 김창현과 이영순은 가히 낙선운동 대상자급이었다. 김과 이를 위시한 울산연합의 행태에서 놀랐던 것은 이들이 통일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좌절과 민주노동당 분당에 관한 회고[각주:1]가 없다는 점을 빼면, 민주노총 위원장과 구청장을 지낸 인사의 자서전으로서 여러모로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 특히 투쟁과 협상의 방법을 적은 메뉴얼이 인상적이다. 그다지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가 펼친 활동 가운데 내게 가장 경이를 안겨다준 건 골리앗 투쟁도 민주노총 위원장 활동도 아니었다. 다름이 아니라 구청장 시절 참여예산제를 시행하기 위해 중고등학교 학생회장들과 가진 면담이다. 또 그는 곳곳에서 애국주의, 가족주의, 연고주의, 정파주의 등 각종 집단주의를 경계하고 배격한다. 그는 견결한 사회주의자다. 그러나 그보다 더 돋보인 것이 탄탄한 민주주의였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갖고 있었던, 구청장 시절 공문서 조작 사건에 대한 의구심도 풀렸다. 현중 활동가 여럿의 훼절에도 불구 직선으로 걸어온 그가 잘되길 빈다. 그리고 자신이 곡선도 꽤 잘 그린다는 걸 인식했으면 한다. 사실 나와 그의 이념적 거리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는 노총이나 연맹의 지도자급에 해당하는 굵직한 노동운동가 중에 내가 가장 덜 꺼려하는 사람이다. 이갑용은 여전히 민주노총 직선제를 주장한다. 직선제가 되면 우파(국민파)의 득세가 온존 내지 강화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업장 매몰, 연맹이기주의, 정파의 패권추구를 꺾고 노동계급의 연대를 지향하려면, 조합원 개개인에게 표와 이니셔티브가 돌아가야 한다. 가입이나 조합비 납부에서도 그렇다. 내가 만일 언젠가 민주노총 조합원이 된다면, 직선제 쟁취에 뜻을 보태련다. 노동운동의 G-드래곤, 갑드래곤의 또다른 히트작을 기다리며.    
  1. 이갑용은 문제의 2.3 당대회에서 최고의 명연설을 남겼다. 남한진보정파연합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이 수명을 다하기 직전 터져나온 것이었다. 그는 일심회 사건을 해당행위가 아닌 국가보안법상의 탄압으로 연계시키려는 자주파에게,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경고했다. 다른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면 나는 피식 웃었을 테고, 특히나 세상 물정 모르는 선동가가 그랬다면 '네가 노동자대표냐?'고 따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갑용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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