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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과 권해효

Free Speech | 2008. 10. 29. 14:48 | Posted by 김수민

뉴스만 보면 '성질이 뻗칠' 지경인데 그래도 유인촌 장관 때문에 허허 웃었다. 양촌리 수남이 아빠 화내시면 성질 급한 노마 아빠는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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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택시 드리벌>이 공연되었을 때 유인촌의 실물을 볼 기회가 있었다. 2000년 9월말, 아니면 10월초였다. 그는 제작자인 동시에 특별출연자였다. '음, 생각보다 머리가 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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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택시운전사 역을 맡았던 사람은 권해효였다. TV에 눌러 앉기 아까운 발성을 가지고 있었고, 지방에 살면서 뮤지컬 아닌 연극은 처음 본 고등학교 3학년생로서는 그의 연기가 신기하기만 했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서 올 차를 맞이하느라 공연장 바깥의 계단을 내려가는데 권해효 씨가 서 있었다. 무슨 연유에선지 그냥 지나치면 안될 것 같아 인사를 하게 되었고, 얼떨결에 악수까지 했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도 불확실한 그런 악수 말이다.  

지금도 뇌리에 선명한 건 내가 뭐라도 된 듯 그의 연기를 칭찬했고, 오히려 권해효씨 쪽에서 무지하게 쑥스러워했던 모습이다. 교복 입은 학생 앞에서 그는 몹시도 부끄러움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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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풍자 코미디 <택시 드리벌>의 2000년 공연에서 현실정치를 다룬 부분이 하나 있었다.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이 합승하게 되며 여당 탓, 야당 탓을 하며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별안간 공을 넘겨받은 택시운전사 권해효가 "저는 요즘 자민련이..."라고 말했다가 두 승객의 눈총을 한 눈에 받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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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권해효가 언론과 정치의 개혁에 관심이 많은 배우인지 2000년에는 몰랐었다. 그는 안티조선운동 참여 이후부터 지금까지, 가장 열성적으로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하는 한국 배우가 됐다. 

유인촌 역시 한동안 환경운동의 아이콘이었다. 쥐나 소나 하는 운동이 또 한국의 환경운동 아니었나. 이명박의 '녹색성장론'이 소웃음을 자아내는 요즘이지만, 2000년대 초반 이미 정몽준이 녹색정치를 운운하고, 그가 낙선운동대상에 걸리면 최열이 그를 엄호하곤 했다.

제작자와 주인공으로서 말고, 유인촌과 권해효의 관계가 어떤지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권해효가 근래의 유인촌 장관을 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니 그게 궁금한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엇갈린 길이 상징하는 바를, '한국에서 정치적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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