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최근에야 알았지만
그동안의 활동을 의심케 할 생각을 내비친 사람이 있었다.
아주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끊임없는 회피와 왜곡에
답답해진 나는 아무개가 근래에 쭉 써온 쓴 글을 읽어보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그는 읽지 않았던 것이다.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문제 없다.
다만 그러면서도 계속 거기에 대해 읽은양 찬성하는양
말해온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당장에 반감이 없으니까
그냥 시늉을 한 것이다.
그는 그 필자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 필자를 믿지 않는 것이랑 그 이야기의 옳고그름을 판별하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논리적 연관이 없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의 느낌을 가지고 현상을 쉽게 재단하고
그 재단을 가지고 그 인물을 쉽게 논하고 흉보고는 했다.
그러다가는 어느새인가 친해져서 어울려 다녔다가
또 한편에서는 그 거꾸로의 장면을 연출하고는 했다.
나는 언제나 그러한 습성을 나무랐다.
그는 그냥 면피한 것이지 새겨들은 것은 아닌데
마치 새겨들은 양 나와도 어울린 것이다.
그의 고집스러운 자세란 분별력도 없이 단순한 당위를 내세울 때나 가능했던 것이고
(분별력 없는 당위는 다른 살펴야 할 당위를 죽여 버린다)
인간에 대한 예의란 그저 친교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었던 것인가.
그러나 나는 뒤통수를 맞지 않았다.
그 친구가 버릇을 고치지 않았다는 걸 그동안 쭉 알고 있었다.
예전 그가 과거 청소년기에 가진 어떤 신념에 대해서 말해준 적이 있었다.
그는 그걸 기억하면 부끄럽다고 했다. 하지만 곰곰히
돌아보면 그때와 별다른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더이상 간여하고 싶지 않다. 비맞은 중처럼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노래를
읖조린다.. 렛 잇 비~ 렛 잇 비~
여기서 더 참견하면 꼰대밖에 더 될 것 같고
나 역시 함정에 빠져들어갈 것 같다.
나는 뒤통수를 맞지 않았지만
내 뒤통수를 어루만져 본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아니라
어떤 고민에 파묻혀 다른 고민을 제쳐둔 것은 아닌지
한계를 짚어낸답시고 여지를 없애 버리는 것은 아닌지
나의 상상력과 사려심이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광활한 우주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뒤통수를 어루만지는 이 손으로
나의 뒤통수를 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어느 우주와의 대화를 마감한다.
하지만 'educo'(안에서 끄집어낸다)에 대한 믿음만은
버리지 말기로 하자.
남들이 나더러 가차 없다고 하거나 말거나...
또는 거꾸로 성선설론자라 규정하든 말든...
어디다 꺼내지도 써먹지도 못할
뒤죽박죽 횡설수설
술 안 먹고 쓴 술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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