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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돌아왔다... -_-

Free Speech | 2008. 4. 22. 13:48 | Posted by 김수민

5월 5일부터 교육실습(일명 '교생실습')에 들어간다. '어린이날'부터? 물론 그날은 쉬고 이튿날부터일 것이다. 어린이날에 놀토에 스승의날에 석가탄신일에, 놀 복은 터졌다. 나는 중간고사를 치는 과목이 하나도 없어 일단 오늘 집에 내려갔다 올라오려고 한다. 가는 김에 미리 연구주임 교사를 뵈려고 한다. 어제 모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았다.

교사 명단을 봤더니, 허걱, 돌아온 그들이 있었다. 늘 붙박혀 있는 사립학교와 달리 공립학교 교사는 주기적으로 전근을 가지만, 부근의 학교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패턴이 있다. 공교롭게도 딱 맞아 떨어졌다. 작년 교육실습 신청을 하러 갔을 때는 김oo 국어 선생님만 있었지만, 해가 바뀌면서 대거 복귀한 것 같다.

서xx 영어 선생님. 학교 다닐 때 무척이나 악명이 높았다. 공부도 빡시게 가르쳤던 데다가 양뺨을 두 손으로 압축시켜 버리는 체벌이 일품(?)이었다. 그런데 그를 욕하는 졸업생이 아무도 없던 걸로 기억한다. "때려서 나를 바로 잡아주어 고맙다"는 건 아니고 "그래도 알고 보면 괜찮고, 친하게 지내기도 했었지"라는 이유에서인데, 사실 한국 교육에서는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장면이다. 대개의 교사들처럼 나하고는 별 인연이 없던 분인데, 졸업할 즈음 내가 문학특기자라는 걸 알고 뒤늦은 관심을 가져주었다.-- 내가 졸업한 다음 실력을 인정받아 외국어고로 전근을 갔던 기억이 난다.

류xx 수학 선생님. 나를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나에게 약간 관심을 가졋던 사람이다. 고2때 나는 '수학 열등반'에 있었는데 그 반에서는 내가 제일 잘하는 편이었다. 나는 문제풀기를 시키는 데 대비해 자습장을 끼고 살았는데, 한번 시켜서 잘 하니까 자꾸 시키고 결국 내가 못 풀기 시작하니까 "수민아, 공부 포기했냐~"하고 물었던 사람이다. 수학 선생이라기보다는 야간자습 감독 선생으로 더 많이 기억난다. 그는 야간자습에서 1학년 때 내 옆짝과 온갖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다.

김xx 영어 선생님. 영어도 열정적으로 가르치지만 환경미화에 더 열성적이었던.... 학급에만 들어오면 바로 주번을 불렀다. '지각운동'에도 열심이었다. (지각하면 운동하는 거 말이당) 어느날 그 선생님한테 걸려 지각운동을 하다가 한 친구가 어지럼증을 내게 호소했던 날이 있는데, 그날 저녁 그 친구는 결국 사물함 쪽으로 쳐박히듯 쓰러졌고 그 친구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내가 그를 잡았던 기억이 난다. 근데 아주 잠깐 나돈 소문은 내가 사람을 때려서 죽인 걸로... ㅡㅡ;;;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가 새는구만. 여튼 김 선생은 내가 고3때 학년주임 선생이었다. 내가 졸업한지 한 2년쯤 지나 다른 신설 학교로 전근을 갔다. 그 근처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운동장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니 그가 역시나 아이들에게 쓰레기 줍기를 시키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전근가고 얼마 안 지나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 좀 궁금하다.

김-- 국어 선생님. 김00 국어 선생님이 급진적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은 전교조 교사였던 데 반해, 김-- 선생은 보수적인 성향이 보이는 분이었다(당시 두분이 딱히 대립했던 것은 없다). 한편으로는 자유주의적이고 학생들한테도 격의 없이 대했던 분이기도 하다. 그분이 김수영의 시를 읊으면서 정치적으로 조갑제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신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분이 쓴 칼럼을 통해서였다. 그는 최근에 뉴라이트계열의 교사모임에서 대표를 맡았다. 그렇게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분은 아니라고 생각되었고 좀 난감했다. 나를 좋아하는 교사였고 내가 문학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을 때도 연신 잘됐다고 하셨던 분이다. 이번에 만나면 어떨지 모르겠다. 나에게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와 <딴지일보>를 빌려 가셨었는데, '좋은 책 읽는다'는 칭찬만 했다. 물론 이 한마디를 덧붙이면서. "군사독재 청산도 중요하지만 문민독재도 그 이상으로 심각하지 않냐?"

이xx 교감 선생님은 내가 재학 당시에 지구과학을 가르쳤던 분으로, 곱슬머리가 인상적이어서 '김정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작년 학교를 찾아갔을 적에 교감으로 계시는 걸 봤는데, 어라, 머리가 덜 곱슬이고 김정일의 모습을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가벼.

암튼 중요한 것은, 내가 잠시 돌아가 있을 곳애 그들이 돌아와 있다는 사실. ㄷㄷㄷㄷㄷ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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