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내려와서 어머니한테 얼마 전 아버지와 구미 경실련의 간부와 식사를 함께할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대충 감이 온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 못하는 어머니에게 인상착의에 대해 물었고,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가 맞다고 한다.
C. 인민노련의 옛 활동가. 노동자 출신으로 대학생 출신들을 직접 가르쳤다는 인물. 한국사회주의노동자당과 한국노동당의 구미 지역 대표자였다. 민중당이 망한 후 경실련에 투신하여 지금 구미 지역에서 가장 명망있는 시민운동가이다. 내가 서울에 올라와 겪은 에피소드를 따라도 그렇다. '구미'하면 늘 진보운동가 두명이 꼽혔다. 하나가 김기수(민주노동당 전 최고위원, 현 진보신당)고 다른 이가 C이다.
원래 부부동반 모임을 제의했는데 그는 혼자 나왔다고 한다. 접대에 대해서 굉장히 조심스럽고 또 깐깐해 보였다는 것이 어머니의 후문이다. 그냥 척 보기에도 똑똑하고 일에 잔뼈가 굵고 인품이 훌륭해 보였다고 한다.
그의 현황과 그에 대한 평가가 어떨런지는 잘 모르겠다. 인민노련에서 중책을 맡았던 모 선생은 "참 똑똑한 사람"이라면서도 "중간층이 튼튼해야 진보정치가 발달한다"는 C의 견해에 대해서는 "계급은 두가지 뿐, 저것은 패배를 부르는 발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노동당에서 그를 만났던 또 다른 어떤 이는 작년에 "언젠가는 다시 함께 할 사람"이라고 하였다. 나는 작년에 노회찬의 경선 출정식에서 지나가다 그를 본 적이 있다. 인민노련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이들이 모여 있었다.
당원인지는 몰라도 그는 (당연히)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아버지와 무슨 목적으로 만났는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협의차 만난 것은 물론 아니고 지역 명망가 둘이 만나서 의견을 나누는 차원이었던 것 같다. 대충 '대운하'가 주요 화제였나 보다. 그는 잘라 말했다고 한다. "대운하를 파면, 결국에 주로 쓰이는 건 관광용입니다. 뭔가 싶어 한번 유람선을 타보기야 하겠지요. 그라고 끝입니더."
뉴스를 검색해 보니 그는 근래에 금오공대와 경북대 공대 통합, 삼성전자 기술센터 등의 문제에 뛰어든 것 같았다. 그의 인터뷰에는 좌파가 하기는 힘든 어휘와 수사가 있었다. 나는 그런 것으로 좌우를 가리거나 하나의 축으로 한 인간의 포지션을 판단하는 것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일단 그가 정통적이라고 여겨지는 좌파운동가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또, 그의 행보가 '지역 유지'쯤으로 비쳐지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는 그러나 이념이 서린 구호를 핏대 올려 소리지르기보다 온갖 현안을 하나씩 짚어가고 발언하고 움직이며, 또 일을 성사시키는 데에도 유능한 민완 시민운동가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그를 조금씩이나마 매체로 접해보면서 내가 내린 평가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판적 지지니 뉴라이트니 하며 이탈하는 와중에서도 C는 진보적 활동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곧 그의 경험과 테제, 수완이 더욱 귀중하게 다루어질 날이 올 것이다. 어머니가 전하는 이런저런 인물평을 들으며, 나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임에도 뿌듯함이 밀려왔다.
'Free Speech'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육실습 첫날 (1) | 2008.05.06 |
---|---|
채플, 졸업, 거처 (2) | 2008.04.27 |
그들이 돌아왔다... -_- (1) | 2008.04.22 |
대반전과 뒤통수 (2) | 2008.04.15 |
어디서 배우긴요 (0) | 2008.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