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인지 발제인지 좀 헷갈리긴 하는데 연세대 교지편집위원회의 부름을 받고 세미나를 맡았다. 군대 가기 전 한창 자치언론 활동할 때는 연세 교지랑 인연이 없었다. 소 닭 보는 사이였던 셈이고, 연세 교지를 격렬히 싫어하는 동료도 있었다. 사회주의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글은 잘도 싣지만 진짜 학교측을 비롯해 기득권측을 불편케 하는 기획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사람은 적어졌고 문제의식은 꽤 근접하게 됐다. 연세 교지는 학교측의 곁눈질을 받고 남을 기획들을 양산해 냈고, 내가 동참하였던 채플 보이콧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가져다 줬다. 학자도 아닌 나부랭이인 내 이름과 글을 주석에 달아준 것도 연세 교지다.
교지에 일하는 용락 씨에게 이미 기고를 두번해서 더 도와줄 것이 없다고 말했었지만, '세미나 간사'를 맡아서 강연하는 것이 있다며 전해줄 만한 좋은 주제와 소재가 없느냐는 문의를 받았다. 나는 졸업논문에서 다루기도 했던 연세대학교 해방전후사를 꼽았다. 그러고 말았는데 아니나다를까 진짜 연락을 받아 버렸고, 해방전후사와 함께 근래 연세대학교의 문제 등을 다루는 강연을 했다.
연세 교지 편집위원들 10여명만 참석한 비개방 강연회였다. 내가 블로그에서 '초딩'이라고 불렀던 08학번도 만났다(도망가지 못했다--). 지난번 <연세통>에게 초청 받아 발제했을 때도 그랬듯, 혼자 떠들다 보면 1시간 30분이 금방가고, 질의 및 응답하면 또 1시간이 금세 흐른다. 말이라는 것이 대체 뭔지...
나름대로 연세대 역사를 추적하면서 얻었던 작업가설과 의심들을 참석자들에게 전수해 줬다. 내가 딱히 다른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니 졸업하기 전에 할 수 있는 마지막 작업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에 어쩌다 선배 티를 내면서 그분들에게 해준 말은 "사실의 편에 서라", "쉽게 형성한 노선은 쉽게 뒤집게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