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때 의성에서 (구미로) 전학 온 친구가 있었다. 그는 내가 소풍 장기자랑을 맡길 만큼 오자마자 괴짜로 잘 지냈고, 졸업할 때까지 쭉 그랬다. 그는 졸업하고 전자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 학교는 국립이었고 나름대로 '굴지'라는 수식어가 어울렸다. 그는 그 학교에 들어갈 성적은 못 되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교실에 들어가는 야간과정으로 입학했다.
언젠가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장에서 일하던 중 감전되었다는 것이다. 그후 10년이 다 되도록 나는 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그를 만나지도 않았고 연락하지도 않았다. 실업고로 간 친구들과는 대부분 그랬다. 몇달동안 만나다가도 소식이 끊겼다. 다른 인문계 고등학교로 간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내 고향은 이른바 비평준화 지역이다.
요즘 <20세기 소년>을 읽고 있다. 몇달 전 읽은 <올드 보이>와 비교해 보면, 일본만화에서 '동기동창'이라는 코드가 혹시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내게는 간만에 만나 떼거지를 이룰 초, 중등학교 친구도, 꽤 오래 잊혀졌다 불현듯 뇌리에서 불꽃을 일으키는 동창도 없다.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들은 중학교 시절 만난 이들이었다. 나와 함께 키득거리고 다니는 넘들은 대부분 성적이 중상위권, 중하위권이었다. 우리는 스무살도 되기 전에 이리저리 갈라지고 어색해지는 운명에 처해졌고, 떨어져 있는 세월동안 나누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꺼리 하나 만들기도 벅차거나 불가능했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지금 내겐 없는 거나 진배없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도 기껏 하는 이야기는 롹이나 두고두고 울궈먹는 학교 다닐 적 에피소드들이다.
정말 간절히 만나고픈 동창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을 만났을 때 예상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벌써 겪어버린 과정: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 밥을 먹는다. 옛날 이야기를 꺼내며 킥킥 거린다. 요즘 뭐하냐고 묻는다. 머뭇거리다가 대충 이야기를 꺼내고 접으려 한다. 상대는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지거나, 또는 내 입장에선 건방진 코멘트를 꺼내든다. 나는 엄청난 괴리를 느끼거나, 짜증이 난다. 그리고... 사정이 이러니 초등학교 반창회 같은 데는 얼씬거리지 않은지 꽤 오래됐다. 아마 반장이 결석하는 반창회도 잘 없을 텐데...
소위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것, 그럼에도 시쳇말로 '비전' 없이 살고 있다는 것. 동창과의 재회를 이중으로 압박하는 요인들이다. 물론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지만 나는 소인배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나는 그녀석의 생사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걔는 안 죽었다. 그놈은 아직도 소풍 가서 주주클럽의 노래에 맞춰 가슴에 넣은 풍선을 덜렁거리고 있다. 그놈이 감전 따위 당했을 리가 없다. 미안하다. 왠지 겁이 나서 확인할 수가 없었어.
언젠가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장에서 일하던 중 감전되었다는 것이다. 그후 10년이 다 되도록 나는 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그를 만나지도 않았고 연락하지도 않았다. 실업고로 간 친구들과는 대부분 그랬다. 몇달동안 만나다가도 소식이 끊겼다. 다른 인문계 고등학교로 간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내 고향은 이른바 비평준화 지역이다.
요즘 <20세기 소년>을 읽고 있다. 몇달 전 읽은 <올드 보이>와 비교해 보면, 일본만화에서 '동기동창'이라는 코드가 혹시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내게는 간만에 만나 떼거지를 이룰 초, 중등학교 친구도, 꽤 오래 잊혀졌다 불현듯 뇌리에서 불꽃을 일으키는 동창도 없다.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들은 중학교 시절 만난 이들이었다. 나와 함께 키득거리고 다니는 넘들은 대부분 성적이 중상위권, 중하위권이었다. 우리는 스무살도 되기 전에 이리저리 갈라지고 어색해지는 운명에 처해졌고, 떨어져 있는 세월동안 나누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꺼리 하나 만들기도 벅차거나 불가능했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지금 내겐 없는 거나 진배없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도 기껏 하는 이야기는 롹이나 두고두고 울궈먹는 학교 다닐 적 에피소드들이다.
정말 간절히 만나고픈 동창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을 만났을 때 예상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벌써 겪어버린 과정: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 밥을 먹는다. 옛날 이야기를 꺼내며 킥킥 거린다. 요즘 뭐하냐고 묻는다. 머뭇거리다가 대충 이야기를 꺼내고 접으려 한다. 상대는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지거나, 또는 내 입장에선 건방진 코멘트를 꺼내든다. 나는 엄청난 괴리를 느끼거나, 짜증이 난다. 그리고... 사정이 이러니 초등학교 반창회 같은 데는 얼씬거리지 않은지 꽤 오래됐다. 아마 반장이 결석하는 반창회도 잘 없을 텐데...
소위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것, 그럼에도 시쳇말로 '비전' 없이 살고 있다는 것. 동창과의 재회를 이중으로 압박하는 요인들이다. 물론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지만 나는 소인배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나는 그녀석의 생사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걔는 안 죽었다. 그놈은 아직도 소풍 가서 주주클럽의 노래에 맞춰 가슴에 넣은 풍선을 덜렁거리고 있다. 그놈이 감전 따위 당했을 리가 없다. 미안하다. 왠지 겁이 나서 확인할 수가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