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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들기를 자제하다

Free Speech | 2009. 9. 17. 01:13 | Posted by 김수민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사는 길에는 일단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남의 인생에서 조연이나 단역을 맡지 않는 것. 두번째는 남의 인생에 끼어들어 주인공이 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깜빡이를 자주 켜는 운전자에게 안전운행은 어려운 일이다. 어디서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를 좋아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바로 표정이 바뀌고 우울해지는 사람들을 나는 싫어했다. 나는 길거리를 갈 때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그렇기에 어떤 자리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람들의 반응과 감정선을 살피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주인공병에 걸린 이들은 너무 쉽게 적발되었다. 주인공병 없이도 자연스레 타인의 이목을 모으는 능력자는 극히 희귀하다. 내 성격의 상당 부분은 타산지석을 통해 형성되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끼어들기를 자제한 것이다. 잘 끼어들지 않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인데, 대화나 토론의 궤도가 나와는 너무나 멀 때 나는 끼어들지 않는다. 전제나 사실부터 일일이 교정해야 할 수고를 감내하기가 귀찮을 뿐더러, 그걸 해낸다고 해도 향후에 오해와 갑갑함만 남기 때문이다. 가령 나는 "진보진영이 한나라당의 지지자들을 끌어들여아 한다"고 했을 때, 자주 "우경화", "계략"이라는 반응을 들어 자신의 진의는커녕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너희들끼리, 그 잘난 중소득 고학력 유권자들 표나 갈라먹다(그러면서도 민중주의적 환상에 빠져 있는 멍청함이라니) 망해라. 가까운 지지층부터 확보한다? 이미 박박 긁어 모든 게 그 수준이고 그게 전부야'라고 돌아섰다. 나는 어떤 패러다임이나 프레임을 다수에게 통용된다는 이유로 인정하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자주 소외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나는 당신(들) 인생의 엑스트라가 아니니까. 그렇지만 끼어들지 않고 그저 듣고만 있어도 좋을 때도 많다. 좋은 이야기들이 나올 때가 그렇다. 가만히 있는 내게 어떤 이들은 종종 묻는다. "재미없죠?" 거기가 술자리였고 재미가 없었다면 나는 듣지 않고 자리를 떴을 것이다. 스무살 넘어서 내가 얻은 것 중에 하나는 말을 듣는 재미였다. 물론 이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내가 말수가 적고 얌전하다는 오해를 하기 때문이다. 한번 잘못 잡히면, 수십분 일장훈시를 듣는 수가 있다. 김수민이가 정말 괴팍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감하구나, 라는 사람도 있으나, 알고 보니 진짜 괴팍하다는 사람도 앞으로 생겨날 수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남의 성격을 짐작한다. 누차 되내지만, 지레짐작은 속은 사람을 양산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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