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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냐?

Free Speech | 2009. 9. 9. 22:30 | Posted by 김수민
지인 한분께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였다. 기존의 종교적, 또는 근본적 평화주의에 의한 병역거부하고 약간은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 그간 '국가권력'의 횡포와 부조리를 몇몇 구체적인 측면을 들어 고발했다. 조금 더 정치적인 거부인 셈이고, 대체복무 논란하고는 거리가 떨어질 것 같다. 앞으로의 싸움이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그 주목의 대부분은 걱정이다. 그분의 건투를 빈다.

이에 반해, 아예 세상을 군대로 만들려고 작정한 무리들도 가까이서 우연히 눈에 띈다. 해마다 이맘 때 운동장을 지나가다 보면 연고전을 준비하는 기수단의 연습을 목격할 수 있다. 소리를 질러가며 군기 잡는 모습에 피식 웃으며 지나갔는데, 그동안에는 보지 못했던, 선착순과 엎드려뻗쳐를 목격했다. 그걸 시킨 애들은 작년이나 재작년에 고개 숙이고 있던 바로 걔들일 것이다. 대학에 가서까지 그러고 싶니? 기합 주는 애들과 받는 애들 모두가 우스꽝스러웠다. 

아까는 늦게 저녁을 해결하러 식당에 들렀는데, 옆자리 일행의 이야기가 아주 가관이다. 무언가를 조지고자 하는 한 여학생의 앙칼진 말투부터 귀에 들어왔다. 특히나 웃긴 대화는 이 부분: "걔한테 애들이 잘해주던데, 왜 그러는 거야?" "예쁘니까. 말투도 예쁘고." "그으래? 어디 한번 손을..." 혹시 기수단 애들인가 귀동냥을 해보니, 맙소사 밴드하는 애들이란다. 신입 후배들 혼내키다가 나이가 자기보다 더 많음을 알게 되어 새로운 긴장이 조성된 사연도 나온다. 아이구, 선배라고 까분 김에 그냥 쭉 나가시지 그땐 또 나이가 걸리시나? 나는 아예 대놓고 비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듣자하니 동아리내에서 술처먹고 주먹다짐, 정확히는 폭행까지 벌어졌나 보다. 이때도 그 여학생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뭐 몇대 맞으면 어때?" 하마터면 '야이 씨댕년아, 너 내가 나온 전투경찰대로 타임머신 여행 같이 갈래?'라는 읖조림이 나올 뻔했다. (하기야 이런 애는 '년'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새끼'라고 부르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를 것이다. 나는 전 모 의원 같은 이들을 욕할 때 절대 '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씨방새"나 "새끼"라고 하지. 맞잖아? 전 모 의원이 여성인 건 내가 알 거 없고 확실한 건 그는 마초니까.)

나는 이런 육갑쟁이들의 천적이었는데, 세월 지나니까 내 곁에도 그런 새끼들이, 남아 날 리가 없으므로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포부의 공동체'뿐만 아니라 '지역적 공동체'에서도 그렇다. 서울 지역 대학은 지방에 비해 이른바 과기(합)가 매우 드문 편이니. 세상이 바뀌어가니 지방도 마찬가지일 거다. 내 동갑내기 친구들 중에도 사관학교에서 얼차려 받은 친구를 빼면 과기를 겪은 친구는 없다. 그러나 얼마 전 <한겨레>가 연세대 음대 기합 현장을 잡아냈듯, 이 대학가에 사각지대는 남아 있다. 이런 거나 탁탁 털어버리고 나올 걸.

며칠 전 술자리에서 어떤 애가 주먹질을 벌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호되게 밟아 놓으려고 했는데, 뒷일(패고 나서 감당해야 할 법적 문제나 합의금 등등)이 걱정되어 딴 데로 끌고 가 졸라리 욕하고 일장훈시하고 집에 보냈다. 다음날, 결정을 내렸다. 이번 일은 함구하는 대신(물론 이렇게 해줘도 정신 못차리고 숨어서 욕하는 사람있다. 그러면 별 수 있나. 함구는 끝날 수밖에), 우리 일행, 우리 모임에서 파문시킬 것. "공적으로는 폭력을 휘두르면 안 되지만, 사적으로는 휘두를 수 있다"던 걔의 변명 때문이었다. "나는 잘못 없다. 큰 맥락을 봐야 한다"는 예전 어떤 녀석의 변명 이후 최고의 수준이었다. 공부 많이 하고 실천해봐야 속내가 이런 수준이다. 그러니 엣지 있는(?) 인간들의 병영 같은 공동체는 계속되는 것이다.

알았던 놈이든 모르는 놈이든, 하여간 근래 구타유발자들이 너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동안 오래 참았는데 여생을 마저 참게 제발 좀 도와주라, 으잉? 그게 싫으면, 밟고 밟히는 게 세상 이치라고 우격다짐 할 거면, 이 기회에 한번 밟혀보시든가. 때리는 거 말고도 방법은 많다. "차라리 때리라"는 절규가 저절로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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