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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Free Speech | 2009. 9. 27. 16:56 | Posted by 김수민
빛좋은 품성보다는 어둑한 배려를. 예전 강연회를 주최할 때면 늘 뒤풀이에 관해 세운 원칙을 되새겼다. 주최자는 연사 곁에 앉지 않는다. 모두 그럴 필요는 없지만 나는 가장자리에 앉는다. "평소 참 뵙고 싶었습니다"하고 알은체하기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다. '선수'들이 아니라 손님들이 연사 곁에 앉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주최자는 그쪽 곁에 앉아 대화해야 한다. 뭐, 한번은 예외가 있었다. 단 두명이서 고전하며 준비한 강연회가 있는데, 다들 내게 고생했다며 연사와 함께 중간쪽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대신 2차에서는 연사 곁에 앉지 못한 방문자들 가까이에 있었다. 

얼마 전 촛불시민들이 마련한 어느 자리에 갔다. 말씀하시기가 불편하신 분이 계셨다. 그는 뒤풀이 자리에서 궁금한 점을물어보려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 계신 분들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다른 분들은 대화에 빠져 있을 때 다른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성격이신 것 같았다. 그러니 내가 말을 전해주었어야 했는데 뻘쭘하게 앉아 있던 터라 그러지 못한 것이다. 그분은 서너차례 그런 일을 겪다가 조금 먼저 자리를 떴다. 그가 일찍 일어난 것이 소통을 포기해서인지 다른 사정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빈자리가 안타까웠다. 나는 마음 씀씀이가 대범치 못해 이런 기억은 두고두고 남는다.   

크게 안타깝지는 않지만 마음에 걸리는 비슷한 기억들이 더 있다. 작년 여름 경찰과 대치하다가 밤을 샜던 어느 날, 옆에 있던 어느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하남에 사는 스무살 청년이었다. 그는 하남시민이 추진하는 주민소환투표에는 찬성하지만 화장장을 향한 반발은 집단이기주의이라고 했다. 자신의 동생이 고등학생인데 자신의 고교 시절 선생이기도 한 이가 촛불집회참여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서, 친구들과 몰려가 따졌다는 일화도 들었다. 겪은 사람은 알겠지만 그런 현장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참 뒤 그와 나와 나의 일행은 귀가했는데, 지하철에 내려가기 전 설렁탕 한술이라도 같이 뜨고 헤어질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흔히 있는 기회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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