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

« 2024/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5

전파낭비 | 2009. 7. 18. 17:39 | Posted by 김수민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5가 17일 종영됐다. 당초 16회 분량이었지만 시청자들의 요구로 20회까지 늘어났다. 시즌 5가 시작할무렵 나는 시즌 1의 1회부터 보기 시작했다. 80회 이상의 전편을 본 셈이다. 김현숙씨가 사촌누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만 같을 정도가 됐다. 시즌 6을 가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좀 막막하다. 내가 팬이 된 까닭은, 리얼 드라마 형식의 독특한 재미가 있고, 연기력 빵꾸가 나지 않았으며, 여러 등장인물로부터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터이다.  

이영애(김현숙)는 그리 불행하고 불운한 인물은 아니다. 설정상 중산층으로 되어 있지만 집안을 들여보면 잘 사는 편이다. 항상 골치가 되는 건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외모와 꼬이고 뒤틀리는 러브 라인이다. 거기에 시즌 5에서 계약직으로 내려앉은 노동조건이 추가된 정도다. 하지만 그녀가 외모적 소수자로서 마주치는 불이익은 만만하지 않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그녀는 따지는 과정에서 항상 "아줌마" 소릴 듣게 되고, 이것은 그녀가 핸드백을 휘두르는 도화선이 되고야 만다. 이영애는, 그러니까 김현숙은, 정말이지 제대로, 속시원하게 '팬다'. 그는 주변 인물들과도 돌아가면서 쉴 새 없이 싸우는데, 내가 발견한 이상한 점 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제부 김혁규(고세원)와의 사이에는 이렇다 할 이야기도 없고, 대화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시즌 6에서는 둘 사이의 관계가 부각됐으면 한다.

대화가 많지 않은 영애와 혁규. 가끔 이렇게 위협감을 느끼는 정도?



여러가지 애로사항에도 불구 내가 이영애를 행운녀라고 여기는 이유는 친구의 존재다. 학교 동창이자 직장 동료인 변지원 역은 도지원(동명이인데 나이가 덜 든 쪽)이 맡았다. 이 배우는 이목구비가 참 예쁘다. 하지만 <용의 눈물>에서 세종대왕비 심씨로 나왔던 12년전과는 판이하게, <막돼먹은>에서는 망가질대로 망가진다. 예쁘긴 하지만 키가 작고 돌아이(돌아온 이혼녀)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 또, 집안이 엽기적으로 지저분하다. 아, 동질감!

반면, 내가 전혀 동질감을 느끼지 못한 인물이 정지순, 일명 개지순이다. 얻어쳐먹는 건 좋아하지만 식사를 사는 법이 없으며, 아부에서 비아냥까지 미움받을 만한 짓은 두루 하고 다니고, 처음에 여자한테 치근덕댔다가도 여의치 않으면 바로 깡끄리 무시한다. 얼마 전에는 사면발이에 걸려 "사발면이 생각난다"고 놀림받는 등 진상의 극치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참다못해 그를 때린 직장동료도 부지기수다. 아마 나라도 한방 먹였을 법하다. 하지만 그가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무거운 짐에 힘겨워할 때, 과거 사랑한 여자의 결혼 소식을 듣고 눈물흘릴 때야말로 드라마의 가장 슬픈 장면이 연출된다. 물론, 연민도 잠시, 그는 또 개지순으로 돌아가지만. 이 배우의 등장은 연기적 측면에서 <막돼먹은>이 거둔 최대 수확이다.

영애와 어머니가 한 화면에 잡힐 때, 가끔 유체이탈인 줄 알고 허걱하는 경우가 있다. 시즌이 뒤로 올수록 그렇다.



시즌 5에서는 청년실업자, 계약직, 인턴 사원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고용과 노동 문제를 비추기도 했다. 워낙에 유행어가 되어 별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88만원세대'라는 문구도 자막으로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누군가가 해고된다는 예고를 담고 있는데, 이외에도 여러가지 돌발변수들이 갑자기 나타나 시즌 6이 어떻게 흘러갈지 엄청난 궁금증과 조바심, 그리고 '자칫 막장드라마로 변하지 않을까' 약간의 걱정 안겨다주며 시즌 5가 끝났다. 시즌 6을 만든 건 8할이 시청자의 공로인 만큼 그것이 마지막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로 시즌 6은 당연히 러브 라인을 정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 같다.

영애와 설킨 남자는 예전 직장후배였고 이미 두차례 사귀며 친숙해진 '도련님' 최원준과 상냥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던 디자인 과장인 장동건(이해영). 영애 곁에 최후에 남는 남자는, 제작진이 구체적인 결말을 다 정해놨을 공산이 높으나, 내 생각엔 시청자가 좌우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가을에 시청 소감 게시판에서 한판 벌어지면 흥미진진하겠다. 구경만 할 계획이지만 나는 장동건 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