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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재능'과 '그 일'

Free Speech | 2008. 7. 26. 02:25 | Posted by 김수민

내게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특기가 하나 있다. 나는 엄지와 검지손가락 사이로 볼펜을 한바퀴 돌릴 수 있다(한창 땐, 조금 짧은 볼펜을 두바퀴 돌렸다. 아니, 두바퀴 반이었던가?). 그런데 내가 그러한 쪽이 아니라 밥벌어 먹고 살 수도 있는 하나밖에 없는 재능이 있음을 요사이 깨달았다.  

어쩌나. 나는 그것과 전혀 무관하게 스물 일곱 평생을 살아왔다. 나는 이 곤혹스러움을 모른체하고 있다. 그동안 재능도 없는 분야에 도전하고 살아온 아둔함을, 나는 책망하지 않으려 애쓴다. 자신의 재능을 찾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다. 뒤늦었고 아무 밑천도 없으면서도 도전하는 용기도, 재능의 하나이다. 결국 나는 재능이 없는 거구만.^^  

나의 일부를 한껏 드러내면서도 남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는데, 안타깝다. 그러한 직종의 일은 의외로 별로 없다. 은둔과 기행의 소설가 이외수도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지 않았는가. 숨어서 해도 꾸준히 하고 이름값을 올리다 보면 마침내는 얼굴을 팔아야만 한다. 거의 모든 일들이 그렇다.

반면, '그 일'은 얼굴을 내비칠 필요가 전혀 없다. '그 일'을 하다 얼굴이 꽤 알려진 이들도 있지만, 적잖게 성공하고 나이먹은 이들까지 포함해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물론 새로운 세대는 종종 그들의 얼굴을 보길 바라나, 그럴 가능성이 없는 세부분야에 집중하면 그런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게 '그 일'이다. 쩝쩝. 아깝다.  

(내가 연극을 잘하리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몇 있다. 그러나 나는 외모컴플렉스 비슷한 것이 있어서, 그건 불가능하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불가능하다. 이건 충분히 검증되었으므로, 기죽지 말고 용기를 내라는 따위의 조언은 나한테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나더러 정치를 하라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나를 개망신시키는 지름길일 뿐이다. 내 라이벌은 '뒷집 개'-'뒷집 개짖는 소리처럼 대우한다'는 표현이 있다-이고 그는 출마할 수 없으므로 나는 누구한테도 표로 이길 수 없다.

'그 재능'과 '그 일'이 무언지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기로 하였다.(짐작은 소용 없다. 당신이 틀릴 테니까.) 나는 '그 일'에 종사하지 않고도 왕왕 '그 재능'을 발휘할 것이다. 약간이나마 즐거워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말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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