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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Free Speech | 2008. 7. 20. 13:26 | Posted by 김수민

최근 우리 집안이 불교에 귀의하면서 개고기를 본지가 꽤 됐다. 나는 아홉살 때 매달린 채 할아버지에게 껍질이 벗겨진 개와 마당 큰 대야에 담겨진 그 잘린 머리를 보았다. 그리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냥 '헉'하고 지나갔다. 아니 차라리 '헐~'에 가깝나?) 그러나 개고기를 즐기지는 않았다. 고기에서 나는 향도 마뜩치 않았거니와 아무리 먹어도 특별히 맛을 느낄 수 없었다. 맛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걸 먹을 바에 닭이나 소, 돼지를 먹지.

자신과 거리가 먼 고기를 먹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그것은 인류의 진화와 문명화에 엮여 있기도 하다. 소는 소를 먹으며 광우병에 걸렸고, 인간은 그런 소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럼에도 개고기를 먹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너는 진화가 덜 되어 미개인의 습속이 남아 있다,는 소리도 입밖에 낼 이유가 없다. 다만 한가지만큼은 알아두는 게 좋겠다.


개를 먹으면 절대 체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먹어본 사람들은 다 동의할 텐데, 여기에는 그리 산뜻하지 않은 원인이 숨어 있다. 개는 닭, 돼지, 소보다 지능이 발달하여 스트레스에도 예민하다. 개를 때려잡을 때 온몸에 물이 오르면서 고기가 순해지는 것이다. 물론 이는 도축방법의 개선과 개고기 양성화를 떠받치는 사실이기도 하다.


개고기 먹으면 야만인이라는 오리엔탈리즘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방금 어느 누리집에서 '피를 토하듯' 개고기를 지지하는 글을 읽고 문득 생각이 났다. 분명한 건, 개의 몸과 마음은 돼지나 소보다 인간에 더 가깝다는 사실이다. 로버트 할리가 달팽이와는 달리 인간의 친구인 개를 어찌 먹느냐는 이다도시에게 반박하였듯 "달팽이도 우리의 친구"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물오른 개고기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앞지르는 생물학적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 아, 솔직히 다 때려치우고, 난 찜찜한 기분에 비해 맛이 영 떨어지기에 개고기를 안 먹는다. 달팽이? 찜찜하지 않고, 맛만 있으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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