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지적이지도 않은 녀석들이 자기가 욕먹으면 반지성주의라고 입방아찧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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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필자 간 상호출자(?)의 원인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겼을 텐데,
아마 거기에 촛불이 꺼지게 된 문화적 근원의 하나가 깃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에.
***
며칠 전 한겨레에 실린 촛불시위 관련한 논쟁 기사를 읽었다.
논쟁이 오고갔음을 그때 처음 제대로 알았다.
기자가 기사를 잘못 썼다는 느낌을, 혹은
잘못 쓴 것이기를 하는 바람을 가졌다.
그 기사가 맞다면 두 논객이 바보짓을 했단 이야기고,
결국 기사 후반부에 나오는 중앙대 교수가 다 정리해버린 거기 때문이다.
논쟁 당사자 두 분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예전 언뜻 보아왔던 그분들이 수준이 아무래도 그렇게 낮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논쟁한 걸 찾아봐야 하나....
***
이것저것,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궁금하기 위해서는 먼저 풀어야 할 궁금증이 있는데
그 지점에서부터 벌써 포기를 했기 때문이다.
***
나는 왜 촛불을 껐을까.
사실 시작할 때부터 껐었다.
촛불을 손에 들고 있는 게 나한테는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이건 말장난이 아니다.
일부 운동권이 그 시위를 횃불시위로 봤다면,
나한테는 그 시위가 촛불도 횃불도 아닌
들불의 첫 단계였기 때문이다.
(횃불과 촛불은 음주문화에서도 달랐다.
횃불은 초저녁에 '선포'를 끝내고 끼리끼리 모여 실내에서 마셨고
촛불은 광장에 남아서 술을 마셨다.
촛불은 그래도 상관없는데, 횃불 이 사람들은 좀 이상하지 않냐...)
질문을 바꿔보자. 왜 광장에 나가는 것을 그만두었을까.
며칠 결근한 사이 원천봉쇄가 시작됐다.
그러니 답은 쉽다. 다른 작전이 없어서.
다른 작전을 왜 못 만들었냐, 이건 나름 심오한 주제지만 답하기 쉽다.
내가 못나서. 이걸 타개할 만큼 잘난 사람도 없어서.
***
새 시대의 첫차가 아니라 구시대의 막차
였다는 것만 또 한번 곱씹을 수밖에.
***
결정적으로 나는 그때 나온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이명박측도 잘 모르니까, PD수첩에 낚인 사람, 김대중 노무현이 밀어넣은 사람이라고
추정했을 것이다.
그때 난
앞에 있거나 아니면
겉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눈과 귀도 믿기가 힘들다.
나중에,
다른 공간에서,
다른 양상의 일이 터지기 전까지
머리를 너무 굴리지 말아야겠다.
***
내가 당시에 가장 흥미롭게 지켜본 건 치열한 내분 양상이었다.
생긴 것은 물론 옷차림까지 비슷한 어떤 아저씨 둘이서
멱살을 잡고 싸운 적이 있었다.
뜯어말리면서 고생했는데 나중에는 말리는 내가 그 두 사람의
표적이 될 뻔했다.
그리고 간신히 각자 갈 길을 가기 시작했을 때
두 분 중 하나가 경찰이 던진 벽돌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그분 아니었으면 벽돌은 내 명치께로 날아왔을 것이다.
나머지 한 분은 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른체 앞으로 달려나갔고...
그야말로 아와 비아의 대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었다.
온건하면 온건하다고 프락치
과격하면 과격하다고 프락치.
물론 살벌한 풍경이었지만 참 유치했다. 애들 싸움 같았다. 보드라운 아이들과 성깔 있는 아이들.
가장 보드라운 아이들은 극좌 운동단체인 '다함께'.
오히려 가장 헤비했던 쪽이, 그리고 애들 같지만은 않았던 쪽이 '안티이명박'이었다.
삭발식은 프랑스 좌익+일본 우익 정도의 포스였달까.
암튼, 다들 어디서 스트레스와 울화를 받고 오셔서
민란 에너지를 발산하셨을까.
이명박이 이딴 식으로 계속 봉쇄를 해대면
추후에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내 예상이다.
정치 성향을 떠나서 그때 모인 사람들은
97~07년의 아이들이었던 것 같다.
이명박 치하에서 두해 세해 지나면
어떻게 달라질런지.
"마구 삐뚤어질 테다!" ??
***
아무래도 서울 사람들만으로는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제일 크게 퍼진다.
***
구미역 앞에서도 100명 정도 모여서 집회를 했다.
그중에 교복들은 모조리... 중하위권 학교(비평준화니깐)의 여학생들이었다.
공부 잘해봐야 소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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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일에는 관심이 없어서 뭐가 뭔지 잘 안 보고 지낸다.
오늘 보니까 단일화를 위한 민노총 총투표와 여론조사가 선관위의 제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듣자하니 여론조사 문항이 가상대결과 적합도를 측정하는 거였단다.
누구한테 불리하고 누구한테 유리하고를 떠나서
참으로 멍청한 방안이다.
멍청하기만 하면 좋을 텐데 아주 몰상식적이다.
가상대결은 누가 나가면 더 유리한가,를 따진다는 측면에서
본선경쟁력을 겨루는 유효한 잣대처럼 인식되지만
여기에는 '단일화'를 하는 복수 집단의 공통 기반을 무시하고
두 후보의 선호도 차도 명확히 가리지 못한다는 위험이 있다.
예컨대 A대B와 C대B를 조사한다고 했을 때
A와 C를 둘 다 선호하지만 C보다는 A로 단일화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 사람은 가상대결조사에서 A와 C를 둘 다 선택하게 됨으로써
A의 손을 들어주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이런 가상대결조사에서는 단일 후보의 적대진영에도 투표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두 후보의 단일화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부조리가 생겨난다.
가령 A는 싫고 C는 좋은 사람이 A대B에서 B를 지지하고 B대C에서는 C를 지지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표들로 C가 승리를 한다면, C는 B쪽 진영에 얼마간 걸쳐 있는 사람의
지지를 입어 A를 누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알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닭대가리를 굴려서인지는 몰라도
여기에 적합도가 추가되었다.
이 적합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데
눈치를 보아하니 두 후보 중 누가 단일후보로 나은가를 묻는 것 같다.
바보 아닌가? 그럼 한나라당 지지자들까지 껴들게 된다.
내가 이 블로그에 연재를 하고 있어서 나중에 또다시 입에 올리겠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
옛날 민노당 경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자기가 대국민조사에서 가장 높은 적합도를 기록했다고
자랑을 했다.
그러나 그 여론조사를 깊숙히 보니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은 0.1%인가 0.2%. 노회찬, 심상정보다 더 낮은 꼴찌였다.
쉽게 말해서 민노당 후보를 찍지도 않을 사람들이
"아 뭐~ 권영길이 되겠지~" 이렇게 이야기한 여론이 적합도에 반영이 된 것이고,
권영길 선본은 그런 사람들한테 얻은 적합도를 갖고 자랑을 하고 있었던 거다.
여론조사 단일화의 경우 노무현, 정몽준이 했던 조사가 정석이다.
여기서는 그냥 심플하게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어서
이회창 지지자는 걸러내고 승부를 가렸다.
역선택 방지조항이라고, 당시 다른 여론조사를 근거로 해 이회창 지지율이 30.1%인가를 밑돌면
그 여론조사는 무효로 한다는 단서도 있었다. 때문에 여론조사 두 개 중 하나는 무효가 되었다.
울산 북구의 경우는 전국적 관심을 끄는 선거가 아니라 역선택 위험이 조금은 덜한 것으로 보인다.
주대환 옹호발언부터 시작해서
근래에는 '잘나갈 듯했던 서울시당 위원장 후보'를 낙선시키는
화려한 행보를 걷게 계신
최병천 당원이 바로 가상대결 조사를 들먹였던 장본인이다.
지금 진보신당에는
정치전략에서 손을 떼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언젠가는 떼게 될 것이다. 망하면 망해서 흥하면 흥해서.
나는 일단 손을 뗐다. 같이 좀 뗍시다.
나는 처음부터 김창현과의 단일화 자체를 반대했다.
그의 됨됨이 때문이었지만, 사실 민노당의 수준상 합리적인 단일화방안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근데 진보신당도 오십보 백보다.
보폭이 작기 때문에 오십보 차이는 남들이 보기에 별로 크지 않다.
수준을 보아하니 그냥 재통합하는 게 어떨까.
나는 무소속으로 돌아가고.
내가 대학에서 제일 먼저 참여한 집회는 등록금투쟁이었다. 내가 부총학생회장에게조차 무섭다는 말을 들어가며 학원민주주의 장례식 퍼포먼스를 제안해 백양로 삼거리 집회에서 부분적으로 관철시켰던 기억이 난다. 본관점거 끝에 이십몇만원쯤인가를 되돌려받는 것으로 투쟁은 일단락됐다.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거였군...' 그러나 해가 넘어갈수록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여러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2009학년도에 이르러 나는 졸업했다. 말하자면 나는 낀세대의 일원이다.
고려대 정경대를 다녔던 학생이 자살했다. 등록금을 내지 못해 2000년에 자퇴하고 학교를 옮겼던 그는 다시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역시나 학비대기가 여의치 않아 2006년 또다시 자퇴를 하고 말았으며, 그후 고시를 준비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쌀농사 짓는 집안에서 자라나 청운의 꿈을 안고 '명문대'에 들어간 98학번의, 잔혹한 20대가 학비폭등과 취업란 속에서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저께 그의 시신이 서강대교 근처에서 발견되었고, 정씨가 묵던 방에는 고시원비 체납을 알리는 쪽지가 붙어 있다는 후문이다. 오늘자 <한겨레>의 기사에는 <'죽음으로 내려놓은 등록금, 취업의 '짐'>이라는 표제가 걸려 있었다.
대학 본부가 학생들의 '땡깡'마저도 쌩까고 등록금 드라이브를 걸던 시기, 고려대 총장은 어윤대였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내가 3학년이었던 2006년도는 결코 잊을 수 없다. 고려대에서는 개혁성향으로 알려졌던 장하성 교수까지 등록금인상을 반대하는 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연세대에서는 21퍼센트 운운하며 위협한 뒤 등록금 12퍼센트 인상을 결정했다. 100일이 넘는 본관점거의 결과는 총학생회의 패배였다. 학교 당국이나 등록금 인상에 찬성하는 학생들(우리 세대에 들어 대학가에 이런 놈들이 늘었다)은 고려대나 이화여대에 비하면 비싼 것도 아니라는 핑계를 댔다. 어윤대 총장은 당시 연세대 정창영 총장의 전범격이었다. 어 총장이 연대에서 명박을 받던 그날, 나란히 형제처럼 걸어가던 두 사람의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윤대와 정창영 둘을 보다가 당시 서울대 정운찬 총장을 보면, 그 역시 신자유주의의 자장 안에 있지만 그래도 참 제정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윤대, 당신이 그토록 까불어댄 덕택에 당신이 재임하던 시기에 재학하였고 또 자퇴했던 학생 하나가 죽었다. 돈 없으면 학교 다니지 말라는 것인가, 아니면 등록금 못내면 장학금 받으면 그만이라는 건가? 니가, 너희가 무슨 마리 앙투와네트냐. 빵 없으면 케잌? 장학금제도라는 것이 모든 어려운 학생들, 학생들의 모든 어려움을 헤아릴 만한가? 만약 가정형편을 일일이 감안할 자신이 있다면, 아예 빈부에 따라 등록금금액을 달리하지 그래.
안병만 현 교육부장관이 3불정책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단다. 개혁파는 생각보다 개혁적이지 못하고, 수구파는 그저 기득권세력만 대변하지는 않는 1987년체제의 한 편린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1987년체제의 안전판은 깨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밀리는 분위기다. 어윤대 개인의 장관 등극은 좌절됐지만, 바야흐로 어윤대식교육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고려대 들어가도 사람 죽는다는 걸 입증한 자들이, 대한민국에 부자로 태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더 다양한 사례로 과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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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논리 자체가 현실을 은폐하고 개개인을 억압하는 폐해도 있지만, 이번 사안에서 어차피 진영논리는 설 자리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이를테면 누가 나더러 "지난 번에 올린 글에는 (대체로 또는 거의) 동의한다"고 밝힌다고 해서 그걸 덥썩 물 것은 아니다. 대충 쇼부치고 넘어가는 게 아니므로, 아무리 나에게 어떤 것을 동의하고 전반적으로는 의견이 겹친다고 씨부려봐야 내게는 그 어떤 소용도 없다. 남의 머릿속을 헤집고, 그러고 나서 요리조리 발을 빼고, 그러면서도 뱉고 싶은 건 다 뱉어버리고, 말이 말을 만들어 버리는 최악의 논변. 거기에 아무리 내 입지에 유리하더라도 '한 편'을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
끝끝내 상대의 이면을 들여다 보려 하고 못 보면 지어내서라도 관찰일기를 써야 직성이 풀리는 습성은, 결국 제 자신이 상대로부터 뒤돌아선 채 마구잡이로 맞지도 않는 뒷차기를 날리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건, 다짜고짜 '빠큐'를 날린 신해철 당신도 마찬가지야.)
에드워드 베렌슨의 <카요 부인의 재판>. 프랑스 급진당 당수 조제프 카요가 <르 피가로>의 규탄 캠페인으로 궁지에 몰리자, 카요 부인이 그 신문의 편집장을 저격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이 책은 사건사를 다루는 데 그치고 있지는 않다. 연애, 이혼, 결혼이나 당대의 여성관, 남성관, 페미니즘 그리고 정치적 배경과 전쟁 일보직전의 분위기 등이 이 사건을 통해서 해부되고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결투였다. 툭하면 벌어진 이 난장판에는 장 조레스도 두차례 가담한 바가 있단다. 카요 부인의 재판에 배석한 판사들도 결투문화의 잠재적 일원이었는데, 그 판사 중 하나의 이름-'다구리'에 나는 폭소했다).
신해철CF사건 역시 그 논란이 내보이고 있는 양상과 그것이 드러났던 다른 사례들을 돌아보고 숙고하게 하기도 한다. 그에 대한 여러 두둔이나 옹호, 지적과 비난들이 깔고 있는 한국사회의 사유와 통념이 그대로 드러났다. <카요 부인의 재판>과 그나마 비슷한 한국사의 아이템으로 '정인숙 사건'을 생각했는데, 조금 더 지난일들을 톺아보니, 황우석사건과 더불어 신해철사건도 꼽힐 만하다는 생각이다.
신해철이 일관된 교육관을 가진 게 아니라느니, 그러니까 논평할 가치도 없다느니, 해명 글에 나타난 교육관은 이번에 지어냈다느니, 따위의 질러댐과 둘러댐을 넘어서서, 현실 속에서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나 그의 생각을 이용해서 먹고 사는 구조는 실재하며 고로 이를 직시하고, 그것에 관해 발언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신해철 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여러 논자들이 스스로의 난점을 뾰록낸 것도 많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식이니 논객이니 지성인이니 해봐야 마지막에 남기는 그 부분, 그 앙금이야말로 알짜배기가 아닐까 한다. 진중권의 "연예인이니까 널럴하게 봐줘야"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가당찮은 속내읽기와 혐의중심 독해를 일삼는 어느 댓글러에게 꺼지라는 거친 언사를 일삼았다. 왜 그랬을까. 나도 속내와 혐의를 읽어내는 독해, 그것에 바탕한 공세에 수년간 지쳐 있었고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남기는 그 부분, 그 앙금이야말로 알짜배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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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해명 글이 올라온 곳은 신해철닷컴인데, 회원가입을 하지 않으면 볼 수 없게 되어 있군요. 이거 영 낚이는 것 같아 찜찜하긴 했지만, 원문을 모두 봐야겠다는 생각에 가입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그는 사교육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혔군요. 스스로 예찬론자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어림하고 멋대로 추측한 것보단 훨씬 더 과격한 사교육 옹호론이었습니다. "이명박 덕택에 득템" 발언을 정권을 조롱하는 퍼포먼스라거나 혹은 그러려는 척하면서 위기를 돌파하려는 꼼수로 읽어내신 분들의 자리는 더 좁아졌습니다. 애초에 그건 속내 읽기와 혐의 씌우기의 향연에 불과했지요. 이명박이 사교육시장을 키워 결국 자신이 돈을 벌기에 이르렀다는 것은 신해철의 인식체계 내에서는 사실입니다. 이걸 곧죽어라 해석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 계신데, '이명박'이란 말을 듣자마자 광속으로 치달은 귀결이 아닌가 하네요. 이명박을 싫어할 테니까, 이명박을 조롱한 것이다? 그게 아니면 뭐냐? 신해철의 말을 통해서 누군가가 이명박이 결과적으로 조롱당했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신해철의 의도를 따져묻기 좋아할수록 되레 그렇게 생각 안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듯하네요. 사람들의 예단을 밑도는, 별 뜻 없이 뇌까린 말이라든가 다른 경우를 따져볼 수도 있고, 뭔지 모르면 그냥 접어두면 되지, 뭐하러 그런 독심술을 펼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번 해명 5부작에서 신해철은 이명박 정권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신해철이 착각한 거라는 반론은 가능하겠습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이미 사교육비 지출은 극에 이르렀고, 2008년을 기점으로 그래프가 그다지 상승한 것은 없다거나 하는 근거를 제출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니가 무슨 의도로 이명박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이명박 땜에 니가 득템한 건 아니다,라고 할 수는 있겠지요.
언행불일치나 자기모순의 관점에서 접근하시는 분들. 이 문제에 대해서 지난번에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하나 유의할 만한 제보가 들어왔네요. 라됴방송에서 사교육 문제는 하나둘셋하고 학부모들이 모두 손을 떼야 한다, 학원에 자식을 보내지 말자는 동맹을 맺자,는 이야기를 했다는 제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안을 모두에게 권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이걸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그것이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 것인지? 학원 안 보내서 성적이 하위권이 되고 대학에 못 가도 좋으니 다같이 하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할 수 있는 사람끼리만 하자는 이야기는 아닌지, 못박기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아직은.
그 제보와 제보자 분의 해석이 맞다고 치지요. 그런데 이번 글에서 신해철은 공교육은 음식과 같고 사교육은 핸드폰 같은 것이며, 평소 그저 어린이들의 과도한 사교육을 비판하고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학교에를 보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는군요.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공교육과 사교육을 이야기하면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라면 학교는 안 다니고 학원에만 다니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것도 뭐 일단 접수하도록 하지요. 혹 이게 거짓말이라고 입증하실 분 계신지. 그보다 제 눈에 띄는 건, 제보자의 제보내용과 신해철의 설명이 둘 다 진실이라고 쳤을 때, 그가 이번의 비판자들 상당수가 '모순'이나 '불일치'라는 단어로써 비판받을 만한, 일관성이 있고 체계적인 사교육관을 견지하고 있는지부터가 의심스럽네요. 그간 변동이 있었던 것을 잊어먹거나 말하지 않으면서 신해철이 자신은 일관되었었다고 우긴 건지, 아니면 몇번인지 헤아리지도 못할 만큼 스스로 입장이 엎치락뒤치락했던 건지... 오히려 사태는 더 오리무중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담론지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해명 글 가운데 제가 공감했던 것은 "이 나라는 소신도 세트메뉴로 가야 하나"라는 항변이었습니다. 어떤 말을 했던 것을 두고 어떤 사람이 표하지 않은 의견, 그 여백들까지 꽉 채워버리고 나서, 인물에 대해 조작된 이미지에 걸맞지 않으면 불일치니 모순이니 하는 것은 처음부터 너무 소모적이었습니다. 아, 소모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무의미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신해철이 했던 발언의 텍스트를 모으고(그것도 위에서 말했던 이치대로 간다면, 모으면 모을수록 더 모아야 하는 지경으로 갑니다), 라됴방송의 경우 편집 없이 모두 따서 올리는 그런 논증 작업을 굳이나 해야 하는 걸까요? 가장 무게를 둘 수 있는 건 본인이 '최근'에 '글'로 정리를 해서 올린 내용일 겁니다. 이를 두고 가치판단을 하는 게 훨 낫지요.
저는 이번 해명 5부작을 통해 확인한 신해철의 교육관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이야기하면 그만이지요. 그걸 여기서 길게 늘어놓지는 않겠지만(여기서 니가 신해철에 비판적임을 증명하라고 다그치는 얼빵한 사람 없길 바랍니다. 종전의 댓글 내용을 감안하면 없으리라고 사료됩니다만), 추천을 하자면 <레디앙>에 올라온 하재근 씨의 글이 가장 적절하다고 보여지네요. 하재근은 모순이니 언행불일치는 물론이고 학원광고를 찍지 않는 게 대안이라는 데도 동의하지 않지만, 신해철의 사교육관에 대해서 분명히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글은 "신해철 의견에 동의 못한다. 그건 이러이러해서 그르다"는 데 그치지 않고 안타깝다는 투의 감정이입을 계속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안타까울 게 뭐가 있나요. 신해철이란 사람의 의식이 그 정도인 것을.
신해철 두둔론 중에도 희한한 것들이 눈에 띕니다. "그는 좌파가 아니라 자유주의자이다." 자유주의자라도 신해철이랑 생각이 얼마든 다를 수 있어요. 좌파? 모르죠. 좌파니 자유주의자니 하는 개념과 용어를 쓸 필요가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것이 설명을 더 편하게 해주느냐? 설명 더 편하게 하려고 경계를 죽죽 긋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별로 편하지 않아요. 진보진영의 논객들 일부가 내고 있는 관점인데, 가만 보면 박근혜처럼 "수첩 백단어"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듭니다.
또 어떤 분은 이 사건을 계기로 신해철이 카리스마 어린 자리를 버리고 내려왔다는 식의 의미부여를 하고 계십니다. 그게 신해철 두둔론이라는 건 아닙니다. 언제는 올라가 있었냐고 묻고 싶을 따름입니다. 예술인이고 연예인이고 공연인이니까 때에 따라 높게 올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요. 그러나 그도, 언행불일치니 옳고그름이니 떠나서 n개의 정견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입니다. 연예인이니까 좀 봐주라는 진중권씨의 옹호도 촌스럽습니다.
요약을 하지요. "이러려구 그러는 거 아니겠어? 그게 아니면?"이라고 어리석게 되물어야 하는 머릿속 해부법부터, 학원광고 이전에 견지해왔던 교육관을 단정짓거나 또는 그때만큼은 일관되었다고 전제하고 배신, 실망 등을 운위하는 것보다는, 신해철이 해명 5부작으로 피력한 교육관 자체에 대해 논평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논의는 계속 신해철의 행위와 해명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한국사회의 교육 자체에 대한 성찰과 토론으로 이어지겠지요. 물론 '인물'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빠져버려 각기 입을 닫고 숨어버릴 가능성도 있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죠? 그건 자신들의 주제가 한 인물을 두둔할 거냐, '처리'해 버릴 거냐,에 불과했다는 고백에 지나지 않습니다.
뭐, 학원광고를 두고 수군거릴 때는 한가했다가, 조금 더 그의 교육관에 대해서 언행불일치니 하는 공세 말고 직접적이고 자신의 본격적인 가치판단이 들어 있는 비판을 할 때가 되어서 갑자기 바빠져서 토론을 이어가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개학도 했으니깐여. 다만, 생각이라도 좀 해봅시다. 화제에서 신해철을 빼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신해철의 앞뒤와 전후, 속내와 혐의에 골몰하지 말고, 그와 내가 다른 점은 무엇이며 어느 것이 옳고 그른가를 따져보자는 겁니다.
연세대에서 교육사회학을 가르치는 한준상이라는 교수가 있습니다. 그의 저서로 <국가과외>라는 게 있는데, ebs의 수능강좌를 비판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좀 거칠게 그의 지론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국가가 교육에 개입하는 것은 창조성이나 다양성을 파괴하는 길이다. 글의 일부만 읽어보면 언뜻 탈-국가주의, 반-국가주의, 즉 아나키즘(이 무정부주의와 동일어가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로 읽힙니다. 그러나 그는 '시장'에 대해서는 별 비판을 하고 있지 않죠. 국가의 권위주의에 저항하지만 시장의 권위주의에는 저항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의견들이 교묘하게 '국가 이외의 영역' 또는 '시민사회' 등의 이름 뒤에 시장원리의 독재와 독주를 숨기고, 자신들의 수구보수적 논리를 급진적으로 치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해철과 한준상의 견해는 서로 유사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겠지만, 이번을 계기로 국가, 시장, 공(公), 공(共), 사(私)가 얽힌 문제들을 다뤄보면 좋겠습니다. '민영화'를 덮어두고 시대적 진전으로 포장하는 이명박 정권 치하에서, 우리가 '득템' 내지 '득햏'할 수 있는 호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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