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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연애

Free Speech | 2009. 7. 14. 18:35 | Posted by 김수민
어떤 진보적인 친구는 한나라당 지지자는 물론이고 민주당 지지자인 여자와도 사귀지 않겠다고 했다. 작년만 해도 그랬는데 나는 경악한 나머지 일장훈시를 늘어놓고 말았다. 한편 나는 일전에 어느 보수적인 친구에게 "운동권 여자와는 연애 안했다(안한다)"고 밝혔다가 '이중적인 놈'이라는 우스개 섞인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운동권 여자와 '연애해야 한다' 혹은 '연애하는 게 어울린다', 그리고 그 친구의 알 수 없는 환상, "운동권은 싫어도 왠지 운동권 여자에게 끌린다"에 답변을 했을 뿐이다. 뭐, 그렇게 살았다. 동지애와 연애가 결합하는 것이 경이롭거나 또는 편안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가급적 사적 영역이 일과 떨어지기를 바랐다. "말이 잘 통하면 좋지 않느냐"고들 하지만 운동권이라고 해서 말이 잘 통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주관이 강해 오히려 벽 보고 이야기하는 모양새가 되기 더 쉽다. 노선의 차이보다는 그것이 일상에 가져올 스트레스가 더 염려스럽다. 물론 무엇보다도 나는 사실 꾸준히 만나다가 누구를 좋아하기보다는 한눈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좋아했고 연애도 그런 식으로 해온 데다가, 특히나 내가 몸담고 있는 모임이나 정파는 다른 곳보다 여성 비율이 확연히 적어서 자연스레 연애는 '딴데'서 하기 마련이었다(요즘은 정치하고 별 관련없는 여자들이랑 잘 지낸다. 덧붙이자면 그들이라고 고민과 철학이 없는 게 아니고, 또 나름대로 정치적 소신도 있는 경우도 많다). 어제 만난 한 친구는 운동단체에서 만난 사람과는 연애를 안 할 거라고 했다. 그에게 별달리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도 알고 나도 아는 사람들 중에 여자 한명만 오면 법석을 떨고 얼굴이나 몸매가 조금이라도 눈에 들어오면 뻘닭짓을 하는 자가 있어서, 그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이다. 운동조직 뿐이 아니다. 특정집단내에서의 연애는 언제나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걸 욕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지만, 당사자 일인에게나 조직문화에게나 이롭지 못한 풍경을 자주 보았다. 사실 조직문화보다도 개인에 더 해로운 일이다. 자신이 죽치기 쉬운 집단, 제 뽄새가 먹히기 좋은 영역에 안주하면 하릴없이 딱딱해지거나 쓸데없이 물컹해진다. 내 개인적으로도, 대학 새내기 시절 다른 학교 여자를 안 만나본 게 조금 후회되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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