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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스탁'에서 만난 찌질한 사람들

Free Speech | 2008. 10. 19. 14:31 | Posted by 김수민

어제도 신촌 우드스탁에 갔다. 근래 들어 1, 2주에 한번씩은 꼭 들르고 있다. 없어진 줄 알았던 '수석 종업원'(?) 형님도 요즘 계속 나오고... 이 양반을 예비군 훈련 때도 한 번 만난 적이 있지... 어제는 수년간 친하게 지냈던, 하지만 한 차례도 우드스탁엘 함께 가지 못했던 친구와 동행했다.

'우드스탁'을 모르시는 분들께 잠시 설명하자면, 그곳은 음악을 크게 튼다. 이를 두고 어제 동행한 친구는 "침묵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음악의 볼륨이 많은 것을 제압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사람들이 입을 닥치고 앉아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수학 문제를 풀거나 시를 쓰는 게 역설적으로 가능할 뿐. 우드스탁에는 한 그룹이 한 탁자를 차지하는 법이 없다. 섞이고 끼어서 그냥 앉는다. 음악이 크기 때문에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일어나 춤추는 데 안성맞춤이고, 처음 만난 이들끼리 스스럼 없이 이야기한다. 우드스탁의 테이블은 사실상 하나다.

어제도 자리를 거의 꽉 차 있었고 우리는 출입문과 가까운 어느 자리를 배정 받았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 둘은 마흔즈음에 이른 아저씨들이었는데, 그 옆에 앉은 여성 둘과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이야기라기보다는.... 걍 추근덕거림이었다. 여자 두 분은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멋진 사람들이었고, 솔직히 특히 그중 한 분은.... 암튼 간에... ;;;

그래 뭐 그 술집에서 옆에 앉게 되면 자연스레 이야기도 하고 그런 거신데... 이 아저씨들의 추근덕거림은 도가 지나쳤다. 하나는 뚱뚱하고 안경 쓴 걍 전형적 아저씨고, 다른 하나는 아저씨 티가 좀 덜 나나 어쩔 수 없는 아저씨.... 적당히 하면 될 텐데 도를 넘기 시작했다. 계속 같이 일어나서 춤을 추자고 하질 않나, 밖에 나가서 가볍게 한 잔하자고 하질 않나...

그 추근덕거림이라는 게 도무지 스스로 쪽팔린 줄을 모르는 지경이었다. 그 여자 분들이 마음이 좋고 열려 있어서 그 정도로 해뒀지, ㅉㅉ. 연이은 찝적거림 끝에 춤도 잠깐 대충이나마 같이 췄고, 좀 더 우드스탁에 있다가 집에 가겠다는 여자들도 아저씨들이랑 같이 우드스탁엘 나갔다.

그들이 비운 자리로 엉덩이를 끌어 당겨 옮겼는데 냅킨 몇장에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와 친구는 폭소를 터트렸다.

"You are very pretty."
"This meeting is never ending story."

푸하하, 이건 또 무슨 영어나. 걍 핸드폰에 "예뻐요"라고 찍어서 보여주지. 그 나이 먹고 무슨 추태여...
같이 있던 친구는 "그 사람들 어디까지 가려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추리 끝에 나는 "그 아저씨들, 있다가 여자 분들한테 따귀 안 맞으면 다행"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역시, 그 아자씨들은 얼마 뒤에 다시 우드스탁에 나타났다. 누가 봐도 작전실패였다. 또 어떤 여자 일행 곁으로 가서 앉더니, 뭔가 여의치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시 밖으로 튀어 나갔다.

나이 먹고 하는 짓도 추하고, 기껏 거는 수작도 레벨이 낮긴 하지만, 진짜 짜증났던 건 '우드스탁'이라는 술집을, 무슨 만남의 광장이나 흥신소로 전락시켰다는 점이다.

꼬시고 싶으면 좀 진득하게 앉아 있어라!

사실 나도, 비슷한 일을 어떤 여자에게 당한 적이 있었다. 3년 전쯤이었나... 난 끝까지 버텼고, 그 사람이 취해서 엎드려 잘 때가 되어야 해방될 수 있었다.

난 우드스탁에서 "나가서 한 잔 하자"는 사람이 젤 싫다.

하여간 우리는 나이 먹고 저렇게 되지 말자고 굳은 결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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