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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

책이라곤 읽지 않는 | 2008. 12. 7. 00:19 | Posted by 김수민

홍기빈의 <소유는 춤춘다>를 읽는 중이다. 얇은 분량에 여기저기 삽화가 들어간 이 책이 독자층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좀 알쏭달쏭하기는 하나, 내가 읽기에 참 좋다.ㅎㅎ 책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가 인상적이다.

(...) 대학에 들어가서 똑똑한 학생들을 만나다 보니 남들보다 뛰어난 쪽으로 경쟁을 하는 것보다는 내게 의미가 있고 남들에게도 쓸모가 있어 보이는 일이나 공부를 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그 결과 경제학이나 국제 정치학을 시작으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공부하게 되어, 지금도 계속 이것저것 공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공부나 다른 뜻 있는 일을 하는 데 꼭 특출한 머리와 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학교에서 과목과 학과를 나누어 가르치는 지식의 틀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그는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외교학으로 석사를 땄다. 현재 정치학 박사논문 제출을 앞두고 있는데, 그의 연구 주제는 엉뚱하게도 '지구정치경제학'이다. 그가 경제학, 외교학, 정치학을 연이어 공부했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가 한국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았다면 그리하기는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와는 두 번 만난 일이 있다. 물론 나는 그에게 '빨간테 안경'을 쓴 어떤 대학생으로 기억되었을 뿐, 그는 내가 <프레시안>에서 자신의 글을 반박했던 이라는 것까지 알아채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사민주의와 아나키즘을 함께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어떤 이야기보다 그것을 뚜렷이 기억하는 건, 그 말이 나를 개안케 했기 때문은 아니고, 나의 생각과 표현에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또 그는 내가 수업시간에 교수로부터 '여운형주의자'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에(발설자는 고 방기중 선생이다), 갑자기 반색을 하기도 했다. 그는 박헌영이 싫다고 했고, 그때 가장 옳았던 것은 여운형 노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도에 땅 몇평을 사서 움막을 짓고 사는 게 꿈이라고 했다. 책날개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 있다.

어린 시절 창경원에서 코끼리와 처음 만나 길고 커다란 코와 악수하며 비스킷과 물벼락을 주고받은 뒤, 코끼리를 평생의 토템으로 삼고 있다.



코끼리는 죽기 직전 남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조용히 눈을 감는다고 한다. 그래서 코끼리의 주검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옛날 발간된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에 나왔던 내용이다. 코끼리라...

나는, 토템까지는 아니고, 후생에 고래로 태어나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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