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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친구들

Free Speech | 2008. 11. 22. 03:13 | Posted by 김수민

어떤 사람이 논문을 쓰는 데 인터뷰가 필요하다며 연락해 왔다. '토마토 친구들'이라는 단체에서 일했던 이들을 만나 인터뷰했고 그에 이어서 나를 인터뷰할 생각이며 이전에 인터뷰이들이 나를 만나보라고 한결같이 이야기했다는 것이다(왜지?). 나는 최근 사정상 만나기는 힘들고 전화나 서면으로 인터뷰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토마토 회원이었던 분들 말고, 나를 토마토 회원이었다고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토마토는 민주노동당 분당, 진보신당 창당의 와중에 해산하였는데, 나는 그보다 1년 반쯤 전에 토마토를 탈퇴했었다. 토마토는 2006년 여름 정식으로 출범했으니 내가 '토마토'라는 이름의 조직에서 활동한 건 두세달 남짓이다. 물론 토마토 이전의 '새로운당운동을모색하는학생당원모임'(정확한가? 기억이 가물하다)까지 포함하면 열달쯤 된다.

내가 탈퇴한 까닭은 당시 민주노동당이 북핵과 일심회 문제로 홍역을 앓는 데 심각한 회의가 들어서 탈당까지 염두한 채 당활동을 중단할 때 벌어진 일이었다. 자연히 토마토 탈퇴는 내가 민노당 연세대학생위원회 집행부를 그만둘 때와 겹친다. 그런데 토마토가 출범할 당시 벌어진 논쟁 때문에 내가 나갔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 논쟁은 늦여름에 있었고, 내 탈퇴는 가을에 이뤄졌다(또 가물거린다. 10월인지 11월인지). 논쟁은 거세게 이뤄졌지만 길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가을에 탈퇴한 것에 대해서, 그 이유를 모르면 물어보거나, 그게 귀찮으면 입을 닥치면 될 일이었다.

"말도 없이 나가고. 김수민답지 않다. 뭐하나 지르고 나가지 그랬냐"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웃기는 얘기였다. 탈퇴한 사유를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지를 게 있을 만큼의 사유가 있어서 나갔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무슨 글을 쓰고 나갔다면 그것 때문에 입방아를 찧을 게 뻔했다. 그래서 그냥 말 없이 활동을 마쳤다. 나중에 희한한 소문이 난 것을 알고, 나는 '역시나'를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문화가 그 조직을 망하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졸업논문을 애써 준비하는 분에게 무슨 죄가 있으겠느냐만, 나는 내가 토마토와 연계되는 것에 대해서 몹시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내가 탈퇴한 이후의 토마토는 내가 있을 적보다 더 부진하거나 더 희한하게 굴러갔다고 나는 평가한다. 또 오해할까 싶어 덧붙이자면, 그런 현상은 나의 탈퇴하고는 무관하다. 인과관계가 아니라 선후관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토마토는 민주노동당을 혁신하고 새로운 학생운동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출범했던 단체다. 노선은 대충 민주사회주의+사회민주주의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소위 '평등파'를 떠올리면 된다. 학생당원에서는 평등파가 자주파는 물론이고 '다함께'보다도 세가 작았다. 그 가운데서 토마토는 시작했다. 그런데 이념이고 지향이고 한때의 구성원으로서 잘 알고 있다만, 이 조직은 과연 무얼하려고 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 이전에 이미 가입했던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처음 토마토 전신인 '새로운정당운동을모색하는학생당원모임'에 가입했을 무렵, '전진'에도 학생모임이 있다는 전언을 듣고 나는 "그쪽에 이야기해서 같이 하면 좋겠네요"라고 했다. 그러더니 상대방은 "우리가 먹힐걸요?"라면서 가벼운 어투에 살짝 경계심을 실었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때 전진의 학생은 세 명이었단다. 그 세 명이 무서워 그 엄살을 떨었는지 아니면 '전진'이라는 그룹 자체를 배척하려고 한 건지는 몰라도 그를 비롯한 몇몇이 나타냈던 사고방식은... 아, 말하기도 귀찮다, 아무튼 이게 조직이 망한 이유였고 그것은 애초부터 배태되어 있었던 것이다.

주절주절 말하기는 귀찮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망해야 할 조직이었다. 나는 거기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중 몇몇은 요사이에도 가끔 만나 살갑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조직으로는 영 아니었다. 미꾸라지 몇마리만 분탕질을 쳐도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좁은 물'이기도 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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