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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Free Speech | 2009. 3. 2. 14:16 | Posted by 김수민
지난 주 서울시당 당원교육과 강사단 양성을 추진하는 모임에 다녀왔다. 부러 한나라당 또는 보수인체 하는 패널을 정해 교육, 주거, 의료 분야에서 토론을 벌였다. '의무교육'을 '강제훈육'쯤으로 받아들이는 일부 당원들의 인식이 섭섭하기는 하지만, 하향적이고 일방적인 강의를 피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부터 토론으로 몰아넣은 결과였다. 마치고 나서 탁월한 선택임을 깨달았다. 올 상반기 모임은 앞으로 쭉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하려는 얼마 안 되는 '실천'이기도 하다. 그밖에 '밥과 장미'의 사업도 있고, 모 선거와 관련한 문의도 어느 당직자로부터 받은 상황이다. 그러나 더이상 요구받기는 싫고, 요구받더라도 내 불참의사가 존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8년여간의 내 인생은 다소 황당하게 전개된 측면이 있다. 나는 '운동'이라는 걸 열심히, 생을 걸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 와중에 많은 것들을 포기하거나 놓쳐야만 했다. 더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당 대변인이 사석에서 "당에 취업할 생각은 없느냐"고 했다. 고마운 권유지만 내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도 억지로 몸을 이끌고 가담한 것인데, 나더러 더 해달라고 부탁하면 참 우울하다. 블로그나 당원게시판에 이따금 '정치비평'이라는 걸 쓰고 있지만, 나는 언론매체에 현실정치를 다루는 글을 2008년 초에 끊었다. 논객으로서는 은퇴상황인 것이다. 근래 들어 나를 '논객'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내가 예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르신다. 그렇기 때문에 블로그나 당게에 올린 글을 두고 논객이라고 하는 것이다.

논객'마저도' 아닌 내게 활동 내지는 활동가를 바라는 생각들이 매우 부담스럽다. 아예 소속을 정리하고 이탈하는 게 상책이라는 결론, 그 코앞까지 내딛고 만다. 의지도 박약하고 솜씨도 없는 내가, 활동에 엮여 또 활동하고 그러다 활동가가 된다면 당이나 운동단체에게도 얼마나 비극적인 일이 되겠는가. 진보신당은 대중정당을 표방한다.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깜냥껏 활동할 수 있는 정당이다. 거꾸로 말해 자신의 사정을 얼마간 제쳐두고 찾아온 당원에게 활동가의 자리를 권하는 일이 어울리지 않는 정당이다. 나는 진보정당이나 진보운동의 바깥에 내 인생의 대부분을 두고 싶고, 늦었지만 올해부터는 정치적인 영역 바깥에서 가능한 많은, 많지 않더라도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게 내 개인의 행복이고(20대 초반 시절 옥천신문의 오한흥씨를 만났을 때, 그는 행복하지 않으면 운동을 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었다. 나는 행복하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운동을 거의 끊었다), 또 나중에는 당에도 더 이로운 일일 터이다.

나는 창당 이후 벌어진 이런저런 논란을 겪으며, 내가 4차원에 불과하거나 아니면 상대가 상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호설득을 기대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전혀 못 알아듣겠다는 건 어쩔 수 없다. 당명 문제도 그렇다. 어쩌면 '내가 말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더욱 듣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경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시간이 흘러 더 만회가 어려운 지경까지 갈 공산도 크지만, 한번 당해보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앞에 닥쳐올 그런 위기로부터 동지들을 구해야 할 의무가 없으며, '구한다'는 발상과 표현도 웃기는 것이다.

요즘 '밥과 장미'에 제출할 글을 세 편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노회찬, 심상정의 리더십 비교 연구이고, 두번째는 내가 10대 중반부터 지지해 왔던 '이원정부제' 구상, 세번째는 4월 하순 세미나에 발제할 '제2공화국기 혁신정당들'이다. 예전부터 그래왔듯 대중적 실천이라기보다는 스스로의 관점과 노선을 정립할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나, 이제 열심히 안 합니다. 잡지 마세요. 확! 물어버립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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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안의 풍토에 관해 두 가지 더 이야기하려는 바가 있었는데, 그냥 여기서 짤막하게 쓰려고 한다.

1. '훌륭하고 유명한' 누가 밖으로부터 혹은 조금 뒤에 들어와서 좀 아니다 싶은 이야기를 해도 그냥 넘어가거나 상대적으로 관대한 경향. 이거,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논리에 기초해 있다. 내부에서 박봉과 무명으로 고생하며, 주변 운동권들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고 피해 오면서 운동한 사람은 뭐가 되냐는 말이다. 박봉과 무명 그리고 다른 푸대접 중 하나는 확실히 해결해줘야 한다.  

2. '솔직하게 오픈업'하자. 진보신당 창당 후 부쩍 '우향우'하는 작은 목소리들이 늘어났다. 우향우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숨기고 있다가 나중에 딴소리를 하는 것, 남이 먼저 우향우를 치고 나갈 때 자기는 아닌척하면서 욕하는 것이 더 문제다. 진보진영 내부의 극좌, 급진파를 의식할 필요도 없다. 아직 혁명성을 가지고 있다는 따위의 항변은 쓸모없는 것이다. 노회찬 대표가 사민주의를 비판한 것도 별 의미가 없다. 노대표의 낭만주의는 존중하지만, 그가 비판하는 사민주의 세력은 현실에 없으며 주대환 등은 '사민주의 우파'도 아니지 않는가. '전진'이나 그 비슷한 성향의 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개량주의라는 다른 정파의 비판을 차라리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거푸 말해두지만, 공동대표 체제 때문에 노회찬, 심상정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과거 민자당에서 김영삼은 김영삼의 말을 하고, 김종필은 김종필의 말을 했다. 무개념 보수정당이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공동대표 체제의 특징이다. 두 대표는 1년여간 솔직하게 오픈업하지 못했다. 나중에 딴소리할까 두렵다.

진보신당의 진로와 관련된 가장 큰 관건은 민주당 및 민노당과의 관계가 될 것이다. 민주당과 적극적으로 선거연합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장기적으로는 민노당과 재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절대로 어디와도 손 함부로 잡지 말자는 주장도 있다. 나는 셋 다 마뜩치 않으나, 부디 숨기지는 말았으면 한다. 과거 개혁당에서도 동상이몽("결국 민주당과 합할 것" "우리끼리만 백년가는 정당 만들 것" "민주당 깨서 신주류와 합칠 것")이 끝내 내분을 불러 일으켰다. 진보신당 창당 과정에서도 "정말 좌파적인 당 한 번 만들어보자"와 "이번 기회에 좀 더 묽고 대중적인 정당으로 가자"는 상반된 꿈이 한 몸에 들어왔다. 정당이란 본디 동상이몽의 집단이다. 다만 그것은 공식적으로 나타나야만 하는 것이다. 내부정치, 정파정치를 염두에 두지 말고 인민의 바다에서 헤엄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정말이지, 솔직하게 오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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