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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이재영'에 해당되는 글 1

  1. 2007.10.10 이재영이라는 지식인 2
 

이재영이라는 지식인

Forum | 2007. 10. 10. 13:45 | Posted by 김수민
몇주 전 어느 심상정 후보 지지자와 술을 마셨는데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심상정 주변으로 오피니언 리더들이 몰려 들고 있다." 나는 대꾸했다. "노회찬 주변에도 브레인들이 있다. 이재영이나 김정진..." 그는 말을 끊고 코웃음을 치더니 심상정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의 이름을 열거했다. 유명도로 맞붙어보자는 의도인 것 같았다. 그 친구의 태도에 내가 연민이나 분노를 굳이 표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가득찼다. 이재영에 대한 안타까움 말이다.


이재영이라는 지식인이 있다. 그는 현재 좌파 매체 <레디앙>에서 기획위원으로 일한다. 예전에는 민주노동당 정책라인의 중추를 맡았다.

2002년 개혁당과 민주노동당의 공개논쟁에서 유시민과 맞붙은 것도 그다. 누더기라고 비판받기도 하고 작업 당사자들도 각자 찜찜함이 남았겠지만, 여하튼 그는 당의 강령 등을 정비하는 일을 주도하였다.

그의 진보정당 건설은 아주 오랜 작업이었다. 그는 관념적 논쟁에 물들어가는 대학학생운동이 싫어 공장으로 갔고, 현장노동운동이 정치세력화를 꾀하던 시점부터 한국사회주의노동당, 한국노동당, 민중당 등을 거치며 진보정당 작업을 했다. 노회찬, 주대환, 황광우, 윤영상 등과 같은 길을 걸어온 것이다.

90년대 안에 이뤄질 것 같지 않아 보이던 그 구상은 마침내 1997년 국민승리21로 첫단계의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진보정당에 여러 파벌이 꺼어들고 애초의 '컨센서스'까지 유지되지 못할 만큼 정파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그가 딛고 선 여지는 줄어 들었다.


제기랄. 그는 그 좋은 머리로 공부를 오래 해서 상징자본을 쌓던가 처음부터 저널리스트나 서적 집필자가 되던가 하는 길을 가지 않고 그토록 고생을 했을까.

물론 이재영 씨의 얼굴을 보면 고생한 사람의 티가
나지는 않는다. 그와 만나 이야기해보면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다. 거꾸로 엄청난 낙관으로 고난을 이겨냈으리라는 추측이 강해질 수도 있지만. 그는 쾌활한 사람이다. 중력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점에서 진중권과 닮은 구석이 많다.

우석훈은 자기 블로그에서 이재영을 진중권과 함께 '희망'으로 꼽았다. 둘이 다른 점이라면 앞사람은 빨간색, 뒷사람은 분홍색이라나? 또 우석훈은 다른 글에서는 이재영을 문무를 겸비한 인재로 평하기도 했다. 우석훈은 이재영이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건지, 아니면 글쓰는 동안 뭔가 중대한 착오를 일으켰는지 '이재영 의원'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의 어떤 선거에선가 출마해 손을 주머니에 넣고 연설했다는 이재영 씨가 국회의원이 되는 모습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재영은 자신의 재능에 비해 턱없이 낮은 대접을 받고 있다. 당 바깥에서는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취급도' 되지 않는다. 나는 민경우를 알지만 엔엘 애들은 이재영에 관심없다. 졸지에 정태인은 오피니언 리더고 이재영은 끼워주지도 않는 경우도 있으니 할 말 다했지 뭐.

비극은 그가 당의 창당에 공헌했고 앞으로 혁신의 방법을 쥐고 있는, '당 이론가'라는 것이다. 당 이론가가 당내에서 발을 못 붙이면 어디서 붙이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가 당직을 그만두게 만든 민주노동당은, 일즉다 다즉일이라고, 탈당자의 속출을 겪어도 싼 수준을 도처에서 노출시키고 있다.  


이재영은 내가 좋아하는 또다른 지식인 이재현처럼, 팬에게 책을 모으는 기쁨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 그의 저서들이 많이는 아니어도 몇권은 나왔으면 한다. 그를 잘 모르고 앞으로 조금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자본주의> 한국판 맨 뒤에 실린 이재영의 보론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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