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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걸

Forum | 2008. 2. 15. 04:13 | Posted by 김수민

작년 봄 조한혜정 교수의 1학점짜리 수업을 들으면서 댄 킨들러의 <알파걸>을 읽어보게 되었다. 알파걸은 페미니스트 어버이를 둔 딸들로 포스트 페미니즘의 징후로 평가받았지만, 구자유주의도 모른 채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한국사회에서 그것이 어떤 의미로 통용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당시 수업에서 내가 제출한 쪽글이다.


글쓴이 : 김수민 글쓴날 : 2007/03/28 16:39 조회수 : 20

베타보이와 오메가걸이 알파걸을 말하다

평점 3.8 이상의 성적에, 모종의 클럽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일주일에 10시간 이상을 학교 내외의 과외활동에
 참여하며, 사회적 인정과 부의 축적을 향한 욕구가 강하고 신뢰성이 높은 여학생. 댄 킨들런은 이들을 알파걸
이라고 부른다. 일주일에 10시간 이상을 학교 내외의 과외활동에 참여하지만 리더 역할을 맡지 못하거나 기껏
해야 독박을 쓰고, 평점이 3.8을 넘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부모님보다 못살 각오를 하고 살며 인정욕구
도 희박한 ‘베타 보이’가 책을 읽고 난 뒤, ‘오메가 걸’을 만났다.


  베타 보이: 당신은 ‘알파걸’인가?

  오메가걸: 평점은 4.0이 넘는다. 그러나 리더 역할? 그 둘이 양립가능하다고 보나? ‘과외활동’을 하기는 한다.
 중학생, 고등학생 과외 말이다. 사회적 인정은 차치하자. 물론 부를 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난 가난
하다. 지은이는 서문에 예시한 설문조사 문항에 몰라서인지 일부 그랬는지 ‘알파걸’의 기준에 집안의 경제
사정에 대한 질문을 빠트렸다.


  베타보이: “여권주의자가 아니다. 그냥 평등주의자”라는 알파걸 몰리의 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페미니즘은 평등이념의 한 단면일 뿐이며, 따라서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입장이 아닌지. 여성운동을 했지만 사회평등에 기여하기는커녕 제 몫 챙기는 방향으로 흘러버리는 경우도 많았지 않았나?

  오메가걸: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평등주의자도 여권주의자도 아니다. 나는 부지불식간에 남성중심의 질서에 익숙해진 채 살았을 것이다. 새롭고 반항적인 사고나 행동양식을 지녀야겠다는 계획도 없다. 우리 아버지가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니고, 어머니가 페미니스티인 것도 아니다. 알파걸은 잘나가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어버이 밑에서 성장해서 ‘더 잘 나가려고 하고’ ‘문화적으로 세련된’ 인간에 다가서는 사람들이다.


  베타보이: 그렇다면 당신이 알파걸이 아닌 것은 전적으로 가정환경 탓인가?

  오메가걸: 글쎄. 전적인 것은 아니면서 결정적인 요인일까? 다만 알파걸과 내가 비슷한 점은 각박하게 살고 있다는 거다. 아무리 담론을 포장해봐도 알파걸은 시간을 빡빡하게 쓰는 사람들일 것이다. 풍요로운 체 할 수는 있어도 여유로울 수는 없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에 그들은 과외활동을 한다. 과외활동이 즐겁기는 하나 그것이 휴식과 사색, 느린 동작을 위한 시간을 앗아가면 임금노동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억압할 수 있다. 무작정 ‘느리게 살자’느니 떠드는 것도 마음에 안 들지만, 알파걸이 신인류로 포장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베타보이: 신인류까지는 아니더라도 알파걸을 한편으로는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 나아가 ‘포스트 페미니즘’의 징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메가걸: 무심해진 것도 진보일 수는 있다. 예컨대, 동성애자에 대한 무관심 같은 거. 그런데 이건 좀 무식해진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 


  베타보이: 해방을 운위했지만 자유롭지 못한 세대가 있었다. 한국의 386운동권 같은 예가 그렇다. 알파걸은 그 거꾸로인, 자유만 건네받고 해방의 에너지를 가지지 못한 신세대로 볼 수 있을까? 지은이는 ‘혁명의 딸’이라고 그랬는데.

  오메가걸: 혁명의 딸? 그 혁명은 뭔가.

  베타보이: 1960년대 구미의 인권, 반전, 평화, (반)문화, 여성운동이겠지.

  오메가걸: 토니 블레어나 클린턴 부부를 보면 느껴지는 것이 없나? 그 혁명은 신자유주의 보수혁명인 것 같다. 신자유주의 보수혁명에 활력을 불어넣은 쪽은 신보수주의자가 아니라 ‘전직 좌파’, ‘소싯적의 아나키스트’ 등이 아닌가. 하이에크도 그랬고. 알파걸은 현대의 시류를 만족시키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과연 저항하는 방법을 알까? 나처럼 어딘가 모자란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베타보이: 마지막 질문이다. 알파걸에 비판적이지만 당신에게 정말 선망의 마음조차도 없을까?

  오메가걸: 당연히 부러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될 수 없기에 더 이상의 선망을 가질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들이 새로운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이 성공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 이렇게 말하니 ‘무식한 여자 대학생의 전형’처럼 보이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들은 출세할 여학생일 뿐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봐야 그들과 직장에서 경쟁하는 정도?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도 지지할 만한 대상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알파걸이라는 이름에서 선정주의를 느꼈고, 남자들에 의해 대상화되었다고 생각했다. 피해의식인가?

  베타보이: '피해의식'이라. 그것도 알파걸과 오메가걸을 가르는 차이일까? 아무튼 코멘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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