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학기에 서양사 수업을 하나 듣는다. 교수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방기중 선생 영결식 이야기를 수업 후반부에 하더니, 근래 돌아가신 선생 두 분 이야기를 같이 꺼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 눈길을 따라, 그리고 내 얕은 추측을 좇아 강의실 측면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 보았다. 약이 닳아 멈춰버린 바늘이 50분을(또는 55분쯤을) 가리키고 있었다. 손전화를 확인해 보니 10시 47분. 이어가려던 말은 3분이면 마저 다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교수는 황급히 ppt창을 내렸고, 얼굴을 들지 못했다. 충혈된 수업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내가 눈치가 없었다. 또는 너무 판단이 더뎠다.)
2.
내가 순찰지구대에 일할 적 모 분소장으로 발령난 경관들이 연달아 다치거나 병들거나 죽었다. 그 분소장 중 하나인지 또 다른 사람인지는 기억이 흐릿하긴 한데, 백혈병에 걸렸다던 경관이 병원이 아닌 찻길에서 사고로 죽었다. 정복을 입고 장례식에 참석한 경찰관들의 가슴은 싸늘하게 식었다.
(그날 야간근무를 같이 한 한 경관은 마음이 심란하다면서, 소내에서 담배를 피고 인터넷바둑을 두었다. 순찰근무는 '사실상 종료'되었다. '이유'와 '핑계'의 교차로 위에서...)
2004년이었을 테다. 총을 장착하지 않고 출동한 서울의 강력계 형사가 칼에 찔려 순직했다. 전국의 모든 경찰이 한날 한시에 묵념했다. 나와 동승 경관도 하늘색 근무복에 리본을 단 채 순찰 중이던 어느 언덕길에 빽차를 세워두고 눈을 감았다. 어떤 이들은 강우석이 만든 경찰 영화가 공권력을 추앙한다며 비판한다. 하지만 나는 그 대열에서 조금 어긋나 있게 되었다. 그날 이후 그랬던 것 같다. 공권력을 제일 심하게 앓는 이에는 그걸 손에 쥔 자, 특히 현장 맨앞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
3.
공권력이 순직하면 뉴스에 나오고 영화에도 반영이 된다. 그러나 간암 같은 병은 그렇지 않다. 언제 어디서나 튀어나오는 건 당연히 매체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스스로의 -그리고 가능하다면 주변의- 몫일 수밖에 없다. 관심이라는 것은.
이번 학기에 서양사 수업을 하나 듣는다. 교수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방기중 선생 영결식 이야기를 수업 후반부에 하더니, 근래 돌아가신 선생 두 분 이야기를 같이 꺼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 눈길을 따라, 그리고 내 얕은 추측을 좇아 강의실 측면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 보았다. 약이 닳아 멈춰버린 바늘이 50분을(또는 55분쯤을) 가리키고 있었다. 손전화를 확인해 보니 10시 47분. 이어가려던 말은 3분이면 마저 다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교수는 황급히 ppt창을 내렸고, 얼굴을 들지 못했다. 충혈된 수업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내가 눈치가 없었다. 또는 너무 판단이 더뎠다.)
2.
내가 순찰지구대에 일할 적 모 분소장으로 발령난 경관들이 연달아 다치거나 병들거나 죽었다. 그 분소장 중 하나인지 또 다른 사람인지는 기억이 흐릿하긴 한데, 백혈병에 걸렸다던 경관이 병원이 아닌 찻길에서 사고로 죽었다. 정복을 입고 장례식에 참석한 경찰관들의 가슴은 싸늘하게 식었다.
(그날 야간근무를 같이 한 한 경관은 마음이 심란하다면서, 소내에서 담배를 피고 인터넷바둑을 두었다. 순찰근무는 '사실상 종료'되었다. '이유'와 '핑계'의 교차로 위에서...)
2004년이었을 테다. 총을 장착하지 않고 출동한 서울의 강력계 형사가 칼에 찔려 순직했다. 전국의 모든 경찰이 한날 한시에 묵념했다. 나와 동승 경관도 하늘색 근무복에 리본을 단 채 순찰 중이던 어느 언덕길에 빽차를 세워두고 눈을 감았다. 어떤 이들은 강우석이 만든 경찰 영화가 공권력을 추앙한다며 비판한다. 하지만 나는 그 대열에서 조금 어긋나 있게 되었다. 그날 이후 그랬던 것 같다. 공권력을 제일 심하게 앓는 이에는 그걸 손에 쥔 자, 특히 현장 맨앞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
3.
공권력이 순직하면 뉴스에 나오고 영화에도 반영이 된다. 그러나 간암 같은 병은 그렇지 않다. 언제 어디서나 튀어나오는 건 당연히 매체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스스로의 -그리고 가능하다면 주변의- 몫일 수밖에 없다. 관심이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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