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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무릎꿇다>를 읽다

책이라곤 읽지 않는 | 2008. 6. 10. 11:26 | Posted by 김수민
학교 도서관이 무료배포 서가를 마련했다. 최근에 2차 배포에 포함된 책은 대부분 영어 서적이었다. 제목이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읽고 싶은 것이 없었다. 1992년 대선 이후 나왔던 <정주영 무릎꿇다>를 뽑았다.

1992년 초,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창당된 통일국민당은 강령에 토지공개념, 금융실명제 그리고 재벌해체를 명시하고 있었다. 재벌이 기업의 힘을 빌려 만든 당의 정강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당시의 정주영을 베를루스코니나 로스 페로에 비견하는 건 무리다. 특히 정주영은 이건희와 다른 종류의 사람이다. 이건희가 후일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권력을 하위 파트너로 두는 노선을 걸은 반면, 직접 정치에 뛰어든 정주영은 정치의 고유 영역과 그 속성을 인정했던 셈이다. 달리 말해 재벌이 곧 국가라기보다는, 정치에는 정치에 맞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가졌던 거다. 따라서 그 밑절미는 자본주의나 부르조아 정신이 아니라, 민족주의나 애국심이 된다.    

그외에도, 관훈클럽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한국에도 공산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에도 공산당이 합법적으로 활동 중이라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알다시피 한국사회는 '공산당'과 '북한'을 분별할 능력이 없다. 이때 김대중은 정주영의 주장이 헌법 실정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정주영의 북한관은? 경제개방을 통한 5년내 흡수통일이었다. 김대중은 이에 북한의 무력도발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후일 정주영의 경제주의적 통일관은 김대중의 햇볕정책에서 빠질 수 없는 기조가 되었고, 두 사람은 역사적 화합을 했다.

책의 뒷표지에도 써 있는 것이지만 "경제전쟁에서 익혀온 노회한 술수"에도 불구하고 정주영은 "결국 정치에 무릎을 꿇었다." 그후 정주영의 아들 정몽준은 독자정당이 아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새와 우수리를 노리다가 후보단일화 경쟁에서 좌절했다. 정주영의 천지동우회까지는 동행했으나 민자당으로 방향을 튼 이명박은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다. 주구장창 '탈여의도'를 외치고 'CEO 담론'을 펴면서 기존 정치인들을 비효율적 이미지에 몰아넣은 전략은 주효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토지공개념을 담아낼 비전 같은 건 없으며 그의 노선은 자본주의가 아닌 대자본가주의로만 치달았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한다는 말이, "정치를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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