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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21

Free Speech | 2009. 2. 6. 01:44 | Posted by 김수민

사이코패스일 것 같다고 생각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았고 심지어 자기가 한 짓이 무엇인지 어림하지도 못했으며, 부끄럽다 싶을 땐 죽는 소리를 냈다가 기댈 데가 생기면 안면을 몰수했다. 그도 눈물을 흘렸지만, 그것이 남을 향한 적은 없었다. 나는 사이코패스에 대해 유심히 들여다본 적은 없다. 그저 화가 났고, 그가 사이코패스와 과연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없었을 뿐이다. 그러나 또한, 그가 나와 얼마나 다른지도 알 수 없다. 어떤 이는 사이코패스가 자본주의적 인간형의 한 극단이라고 한다. 앞의 그 '자본주의적'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수식은 치워도 될 것 같다. 언제는 인간이 온전한 죄책감을 갖고 있었던가.

수달 전부터 인터넷에 흘러다녔던 사이코패스 테스트문항이 있다. 그것을 실제로 심리학계나 정신의학계에서 쓰는지는 모르겠다. 항목별로 0~2점의 점수를 스스로 매겨 40문항 전체에서 획득한 총점을 재는 테스트이고, 이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싱겁게 판별된다. 24점이 넘으면 사이코패스라나. 24점과 23점 중간에 아주 웃기는 벽이 들어선 셈이다.

사이코패스를 다루는 세설이 나올 때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중에는 사형제를 반대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살인범을 사형해서는 안 된다고 버티는 사람들마저 "사이코패스는 어쩔 수 없다"고 되내이며, 사이코패스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인간들과 선천적, 생물학적으로 다른 차이가 있다는 입장에 합세하고 있다. 해부학적으로 확연히 다른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알기로 사이코패스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라고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관련한 통계를 본 적은 없지만, 살인범 가운데서도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가 수두룩할 것이다.

돈 많은 놈이야 만만한 놈을 족칠 때 야산에 끌고 가 "아구를 돌리"면 그만일 것이다. 살인으로 몰고가는 큰 힘 가운데 하나는 빈곤을 비롯한 사회적 환경에서 나온다. 따분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모든 살인과 그 예방에 관해 의무를 지고 있다. 우리는 그러나 신문, 방송, 인터넷에 살인사건 소식이 떴을 때와 살인범이 잡혔을 때, 각기 엄청나게 다른 분노의 게이지를 내보이고 있을 따름이다. 살인사건을 남의 일로 치고 지나치던 우리는(이것을 욕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 살인행위를 사이코패스나 하는 짓으로 규정하고 그를 우리로부터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떼내려 하기에 이르렀다. 동종이 아닌 척, 일행이 아닌 척하며, 마녀사냥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것이다.

그래도 사이코패스는 비인간적인 것이라고, 인간의 본성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 맞춤한 금언을 하나 드리고 싶다. 앙드레 글릭스만. "어떤 비인간적인 것도 네게 낯설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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