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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통신

Film Tent & 2nd Stage | 2009. 8. 14. 19:10 | Posted by 김수민
찌는 듯한 무더위가 제천에도 찾아왔군요. 어제 개막작 상영 중간에 잠시 비가 내렸습니다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어제 개막작에는 제천시민들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파가 꽉 들어찼고 저는 하마터면 서 있을 뻔했습니다. 영화 시작 전에 사람들이 조금 빠지고 자리가 났습니다. 하지만 뒷자리인지라 어정쩡하게 영화보는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차 빠지는 소리 등등으로 제 귓전은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영화 중반에 비가 내리더군요. 예정에 없던 비를 사람들이 피하고 있는 동안, 저는 우산을 쓰고 유유히 앞자리 좋은 곳으로 가 신문지를 의자에 깔고 앉았습니다.

올해로 네번째 제천영화제 방문이라 이미 두 군데의 찜찔방을 겪은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3의 찜질방을 팠습니다. 어제 밤 황토방, 숯방, 산림욕방, 소금방, 자수정방을 골고루 떠돈 후 새벽 3시경을 눈을 감았습니다. 뒤척뒤척하면서 6시간쯤 잤을까요, 충분히 잤다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록페스티벌에 가면 비와 싸워야 하고, 영화제에 가면 졸음과 싸워야 합니다.

현장음들을 조금 녹음해두고 있습니다. 서울로 복귀한 다음, 내주 월요일이나 화요일 인터넷 라디오방송 통해서,영화제에서 겪었던 일과 나왔던 영화나 뮤지션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따금 길거리에서 녹음기를 꺼내고 있으면, 카메라 들고 있는 것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쳐다보는군요. 굉장히 난감합니다. 게다가 잡을 수 있는 것도 한정되어 있죠. 극장 옆거리의 공연소리는 녹음했지만, 저글링하던 아이들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녹음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탓에 놓친 소리들도 많습니다. 심지어 어제는 고속버스에서 졸라 음악을 쳐듣다가 배터리가 나가서, 개막식 소리는 하나도 담지 못했죠.

영화표를 예매하는 도중에 잠시 혼선이 생겼습니다. 어쩐 일인지 예매번호를 쳐도 내역이 나오지 않는다는군요. 그래서 주민번호까지 쳤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앞번호를 '2'로 친 겁니다. 자원활동가 분께서는 밤을 새서 제 정신이 아니라고 변명하셨습니다. 예매내역을 보더니 개막작인 <솔로이스트>에 대해 물어왔습니다. 자활 분들은 영화사랑으로 나섰지만 정작 보고픈 영화를 보지 못하는 아픔이 있지요.

제가 오늘 첫 관람한 영화는 <폴섬 감옥의 쟈니 캐쉬>입니다. 컨트리 사상 최고의 뮤지션인 쟈니 캐쉬가 교도소에 들러 공연하는 내용입니다. 공연실황보다는 제소자들과 맺었던 관계에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교도소를 주제로 만든 노래들의 가사가 압권입니다. 컨트리는 한국 사람들도 좋아할 만한 음악 양식인데, 문제는 가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어니까 다가오지를 않는 거죠.

첫 영화를 관람하러 오른 엘리베이터에 배우 정진영씨가 같이 올랐습니다. 안 그래도 에이미트가 김민선 씨를 압박하는 데 대해 항의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차입니다. 이런 데서 흔히 마주칠 만한 연예인들과는 다르게, 왠지 더 반갑게 느껴지네요.

두번째 영화는 <전설의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입니다. 오넷 콜맨, 키스 자렛, 칼라 블레이와의 협연이 아름답게 이어졌는데, 사실 그의 음악적 모태는 컨트리였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그가 인권운동에 참여하는 부분도 나옵니다. 포르투칼 공연 와중에 식민지해방운동을 옹호했다가 잠시나마 감옥신세까지 졌다는군요. 그 무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마일스 데이비스와 헤이든은 이런 대화를 나눴답니다. "미친 놈아!" "마일스 잘 지내죠?"

저녁을 가볍게 해결했습니다. 배가 아니라 비용이 가볍습니다. 빨간오뎅 4개, 튀김 3개, 떡볶이 등등 순대만 빼고는 다 1000원입니다. 종이컵에 담긴 닭강정은 500원이구요. 닭강정 하나, 빨간오뎅 2개, 튀김 3개 먹고 2000원냈습니다. 숙박료는? 어제처럼 찜질방으로 갈 예정입니다.

설문지 돌리던 사람이 저더러 혹시 게스트냐고 묻더군요. 가슴에 ID카드 없는 거 안 보이시나. 혼자 있으니까 그렇게 보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내일은 제게도 일행이 생깁니다. 세미나를 여기서 하기로 했거든요. 그 친구들도 온 김에 영화 한편 볼 겁니다. 맛집을 좀 뒤져보고 있습니다. 500원짜리 닭강정도 먹여주고 싶지만, 황기순대, 곤드레밥 등 명물이 많은 곳이 제천이거든요.

잠시 후 8시에 <할리우드로 가는 지름길>을 관람합니다. 아까의 두 영화와는 다른 픽션(드라마)입니다. 말도 안되는 녀석들이 떠볼라고 수작부리다가 진짜 떠버린다는, 대충 그런 내용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대 만빵입니다. TTC 극장 옆 모 PC방에서 숨인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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