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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빌의 헤비메탈 스토리>

Film Tent & 2nd Stage | 2009. 8. 18. 02:47 | Posted by 김수민
크리스 상그리디. 주다스 프리스트, 씬 리지, 잉베이 말름스틴 등의 음반을 프로듀싱했다. 그는 앤빌의 데모테잎을 듣고 즉시 녹음에 들어갔다. 앤빌은 1982년 혜성과 같이 나타나 스래쉬 메틀의 길잡이 노릇을 했던 밴드다. 메탈리카, 앤스랙스의 멤버들이 그것을 증언한다. 그러나 오늘날 그들은 듣보잡 밴드일 뿐이고, 멤버들은 투 잡을 통해 생활을 영위해야만 한다. 앤빌은 메탈리카에 비하면 사운드가 묵직하지 않다. 1990년대 이후 새로운 트렌드와 어울릴 만한 요소 또한 없다. 스래쉬 메틀 이외에도 록계에는 이와 같은 밴드가 다수 존재하고, 많은 밴드들이 고작해야 원 히트 원더로 사라져갔다. 그들의 일반된 공통점은 독창성의 부재나 틀에 박힌 양식 등인데, 선구자인 앤빌에게는 그와 같은 비판도 붙일 수가 없다. 앤빌은 그야말로 시대가 낳은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멤버가 우는 장면에서조차 객석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릴 만큼 경쾌하고 밝은 영화였지만, 나는 식구들마저 꿈깨야 한다는 식으로 냉소하는 가운데서도 음악을 이어가려는 그들의 모습에 눈물이 터졌다. 사실 주변인들의 비웃음은 지극히 합리적인 것이었다. 전설로 남지 못하면, 혹은 금방 데뷔했다면, 1980년대 스타일의 헤비메틀 밴드가 설 자리는 없는 게 현실이니까. 크리스 상그리디는 이들의 음반이 나와야만 한다는 당위 하나로 작업을 결행한다. 원년부터 계속 밴드를 지켜온 두 멤버는 중간중간 눈물나도록 티격태격하며 끝내 음반을 완성하고, 그것을 EMI 관계자는 팔지 못하겠다고 밝힌다. EMI의 입장도 이해가 갔기 때문에, 난 오히려 더 분통이 터졌다. 지나가다가 또 한번 정진영씨와 영화감독 이명세씨를 스쳐 지났는데, 귓전을 스치는 얘기로는 그들도 큰 감명을 받았던 것 같다. 이 영화가 폐막작으로 선정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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