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해방파입네 맑스주의자입네 하는 운동권 아해들을 보면, 대학사회 진보화의 길은 최소 10년간은 물거품이 된 것 같다. 걔들이 설치면 설칠수록 판은 더 고약하게 망가진다. 대안적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도서관과 강의실을 오갈 뿐이다.
한때는 희망을 동아리나 학회에서 찾았다. 소속 단체가 없음에도 학내에서 학술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인데... 동아리들은 자그마한 시도도 주저할 만큼 무기력에 쩔어 있어서 더이상 추진하기가 힘들었다. 또 요샌 정치경제학을 공부하는 좌파적 동아리에도, 단체 성격에 맞지 않는 학생들이 들어온다고 한다. 후배들은 선배들을 경원시하고, 선배들은 무능하다. 예전엔 싸가지는 접어두고 논리적으로 박살을 내주거나, 아니면 변치 않는 정렬과 의지로 모범을 보이는 경우가 존재했다. 전자는 이제 거의 없고 후자는 쪽도 못 쓴다. 둘 다 그다지 지속가능한 모델은 아니었지. 01, 02학번은 수가 적은 데다가 일부 대가리급들은 빤한 수작들이나 배운 것 같고, 03, 04학번은 진짜 말도 아니다. 좀 배웠다고 행세하고픈 맘은 잘 알겠는데, 새내기한테도 뭐라할 깜냥도 못돼.. (혹시 이거 읽고 발끈한 연세대 학생 있음 뎀비세엽. 내 근처에서 좀 보고 알았던 사람이면 개개별로 문제점을 짚어줄게.)
요즘 대학생들이 수업은 잘 들어가다 보니 남은 키는 강의 속에 있다. 물론 진보적 의식은커녕 시민의 소양을 떠받칠 만한 강의와 선생은 매우 드물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끽해야 민족주의자인 교수들이 상대적 진보로 꼽히고, 상경계열이나 사회학과에 좌파 교수가 조금 있는 수준이다. 중도개혁 교수들은, 어디보자 법대 같은 데 몇몇 있는 수준인가. 내가 강의 들어본 교수 중에는 존경할 만한 보수주의자는 하나도 없다는 게 내 의견이다. 실은 이런 게 더 암담하다.
남는 건 30대 젊은 시간강사들이다. 이념을 떠나서, 수업 열심히 하고 교육방법 괜찮고 마인드 좋은 사람이 꽤 많다. 최소한 원로, 중견급 교수들보단 나은 편이다. 나는 <88만원세대> 3만권 판매를, 출중한 어느 강사의 무정형 강의 확산으로 평가하는 편이다. 이왕이면 더 가까이서 학생들을 만나는 게 좋겠지. 시간강사들을 구하고 키울 방안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는 게 어떨까.. 위에서 이야기했듯 88만원세대의 의식과 교육은 세대내적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대학에 들어왔던 강사들과 연대해야 한다.
비정규직 강사 문제를 거론한 박홍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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