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2000년 이후 출현한 일군의 논객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 특히 <아웃사이더>에 참여했던 지식인들과는 서로 이름을 알고 지내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연이 이어져 오는 분은 홍세화 그리고 박노자밖에 없다. '송복 퇴임식 사건'으로 조선 동아에게 연타를 얻어맞고 있을 때 그가 방어해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그 사건을 한국판 68운동쯤으로 보는 듯하다. 내가 그와 메일을 자주 주고받던 시기는 군복무 기간이었다. 그의 관심사와도 결부된 군대 이야기도 좀 나누었지만, 그무렵 내가 한국사를 전공하리고 결심하면서 이것저것 대화할 게 많았다.
한국의 진보 지식인에게는 두가지 임무가 있다. 첫째, 급진적으로 타격해 판을 흔들면서 둘째,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책을 내놓는 것이다. 조희연의 표현처럼 비정상성을 지양하는 것과 정상성을 극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사민주의와 아나키즘의 병행을 중요시하는데, 술자리에서 만난 홍기빈 씨가 똑같은 표현을 하는 걸 보고 무릎을 탁 친 적이 있다. 진중권도 그러한 축에 들지었만 최근 들어서는 후자에 기울어진 것 같다. 우석훈의 경우는 자신의 녹색지향과 재계와 관계를 넘나든 경력을 잘 조화시켰다.
박노자도 그런 색깔이 강하다. 그가 알려진 직후에는 사민주의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의 질적 핵심이 복지국가 예찬보다는 제국주의(및 오리엔탈리즘) 비판에 있음을 알면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마침 2002년 말 또는 2003년 초에 그가 '트로츠키주의 성향'이 있다는 질문을 긍정한 인터뷰가 나왔다. 그는 만델보다 캘리니코스, 하먼을 존경하는 듯했고, IS계열인 '다함께'와 꽤 친한 관계였다. 한때는 다함께 회원인지도 긴가민가할 만큼.
(그랬던 그가 어쩌다 다함께와 그렇게 틀어졌는지도 다소 미스테리다. 천상이 비조직적 인간이라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말씀하시는 것 같고, 다함께의 일사분란한 방침과 드디어 충돌한 것이 아닌가 한다. 게다가 '영세 극좌파'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다단계', '런던연합' 따위의 조롱 어린 별명보다 점잖지만, 그만큼 충격적이기도 했다. 하하, 영세 극좌파라니... 지인들과 키득거렸다. 혹시 그 '영세'가 '영세중립국'할 때 '영세'면 그나마 덜 약올랐겠지만,하면서.)
이번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짤막한 글이 그의 사상적 지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을 '개량주의자(?)'라고 표현하면서도 진보신당이 사회주의의 원칙과 이상을 분명히 하자고 한다. 좀 억지스레 정리하자면, 진중권이나 홍세화의 입장을 '전진'과 접붙인 셈이다. 요즘 진보신당 게시판에서 '전진'이 두들겨 맞고 있는데 이게 어떤 파장을 미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전진을 두둔하는 입장이었다(왠일이냐 싶지만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사회주의'를 당 강령의 문구로 넣는 데는 반대한다. 그점에서 나는 박 선생하고 다르다. 그러나 어쨌건 내가 중요시하는 'TWO TRACK'을 잘 구사한다는 점에서 나는 그에게 이념적 친화성을 느낀다. 그의 생각은 나 같은 사람보다 조금 혹은 훨씬 마르크스주의적이긴 하지만.
근래에는 뜸하지만 예전에 자주 만나서 그런지, 화면이나 지면에서 보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자신(의 기품)을 제대로 드러내서인지, 홍 선생이 어떤 분인지는 대충 알겠다. 그런데 박 선생은, 잘 모르겠다. 그가 집에서 어떤 아버지고 남편인지 좀 궁금하기도 하다. 원체, 잘 안 보여서 더 궁금한 것이다. 강연회 뒤풀이 때 그와 함께 간 곳이 술집이 아니라 커피숍이었다는 것, 어떤 학생이 그를 찾아갔더니 빵을 드시고 계셨다는 것, 고기를 안 드신다는 후문이 있더라는 것, 정도로만 그의 사생활을 어림할 뿐이다.
아마 그가 가진 '의외의 목소리'도 베일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얼굴은 에단 호크삘인데 말은 제2의 이다 도시? 그의 성대모사를 곧잘 하는 나도 그의 정신세계는 조금도 짐작할 수가 없다. 이상, 사실 박노자의 사상보다는 인간 박노자가 더 궁금하다,는 잡설이었음.
한국의 진보 지식인에게는 두가지 임무가 있다. 첫째, 급진적으로 타격해 판을 흔들면서 둘째,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책을 내놓는 것이다. 조희연의 표현처럼 비정상성을 지양하는 것과 정상성을 극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사민주의와 아나키즘의 병행을 중요시하는데, 술자리에서 만난 홍기빈 씨가 똑같은 표현을 하는 걸 보고 무릎을 탁 친 적이 있다. 진중권도 그러한 축에 들지었만 최근 들어서는 후자에 기울어진 것 같다. 우석훈의 경우는 자신의 녹색지향과 재계와 관계를 넘나든 경력을 잘 조화시켰다.
박노자도 그런 색깔이 강하다. 그가 알려진 직후에는 사민주의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의 질적 핵심이 복지국가 예찬보다는 제국주의(및 오리엔탈리즘) 비판에 있음을 알면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마침 2002년 말 또는 2003년 초에 그가 '트로츠키주의 성향'이 있다는 질문을 긍정한 인터뷰가 나왔다. 그는 만델보다 캘리니코스, 하먼을 존경하는 듯했고, IS계열인 '다함께'와 꽤 친한 관계였다. 한때는 다함께 회원인지도 긴가민가할 만큼.
(그랬던 그가 어쩌다 다함께와 그렇게 틀어졌는지도 다소 미스테리다. 천상이 비조직적 인간이라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말씀하시는 것 같고, 다함께의 일사분란한 방침과 드디어 충돌한 것이 아닌가 한다. 게다가 '영세 극좌파'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다단계', '런던연합' 따위의 조롱 어린 별명보다 점잖지만, 그만큼 충격적이기도 했다. 하하, 영세 극좌파라니... 지인들과 키득거렸다. 혹시 그 '영세'가 '영세중립국'할 때 '영세'면 그나마 덜 약올랐겠지만,하면서.)
이번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짤막한 글이 그의 사상적 지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을 '개량주의자(?)'라고 표현하면서도 진보신당이 사회주의의 원칙과 이상을 분명히 하자고 한다. 좀 억지스레 정리하자면, 진중권이나 홍세화의 입장을 '전진'과 접붙인 셈이다. 요즘 진보신당 게시판에서 '전진'이 두들겨 맞고 있는데 이게 어떤 파장을 미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전진을 두둔하는 입장이었다(왠일이냐 싶지만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사회주의'를 당 강령의 문구로 넣는 데는 반대한다. 그점에서 나는 박 선생하고 다르다. 그러나 어쨌건 내가 중요시하는 'TWO TRACK'을 잘 구사한다는 점에서 나는 그에게 이념적 친화성을 느낀다. 그의 생각은 나 같은 사람보다 조금 혹은 훨씬 마르크스주의적이긴 하지만.
근래에는 뜸하지만 예전에 자주 만나서 그런지, 화면이나 지면에서 보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자신(의 기품)을 제대로 드러내서인지, 홍 선생이 어떤 분인지는 대충 알겠다. 그런데 박 선생은, 잘 모르겠다. 그가 집에서 어떤 아버지고 남편인지 좀 궁금하기도 하다. 원체, 잘 안 보여서 더 궁금한 것이다. 강연회 뒤풀이 때 그와 함께 간 곳이 술집이 아니라 커피숍이었다는 것, 어떤 학생이 그를 찾아갔더니 빵을 드시고 계셨다는 것, 고기를 안 드신다는 후문이 있더라는 것, 정도로만 그의 사생활을 어림할 뿐이다.
아마 그가 가진 '의외의 목소리'도 베일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얼굴은 에단 호크삘인데 말은 제2의 이다 도시? 그의 성대모사를 곧잘 하는 나도 그의 정신세계는 조금도 짐작할 수가 없다. 이상, 사실 박노자의 사상보다는 인간 박노자가 더 궁금하다,는 잡설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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