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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장르에 대한 세 가지 질문

Listen to the 무직 | 2008. 12. 20. 18:44 | Posted by 김수민
지난 달, 나는 <록음악의 X가지 표정> 이런 제목으로 작은 규모의 강연 및 음악감상회를 해달라는 부탁을 들었었다. 제의자의 개인적 사정 때문에 계속 보류되기는 했지만, 요즘 다시 공부를 하고 또 음악을 여러 방면으로 듣고 있는 중인데, 초심자 분들이 제기하는 질문 두 가지가 생각나서 적어본다.

1. 하드록은 뭐고 헤비메틀은 뭔가효? 하드한 거랑 헤비한 거랑 누가 더 빡센 가엽?

하드록의 개념을 협의로 따지느냐 광의로 따지느냐에 따라 다르겠다. 광의로 따지면 헤비메틀도 하드록 하위개념이다.

흔히 하드록이 록의 '정통'이라고 착각을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어찌 보면 이 록의 역사라는 것은, 1980년대 후반 사구체 논쟁을 비롯한 좌파 이론가들이 역사적으로 진행해 왔던 논쟁들과도 비슷하다. NL이 다 같은 NL이고, PD가 다 같은 PD였는가? 끊임 없이 가지가 갈라지고 변종되고 크로스오버를 일으킨다. 하드 록도 그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통은 뭔 정통. 그건 '다함께'가 자신들이 마르크스주의와 트로츠키주의의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더 우습다.

록은 블루스, 컨트리라는 양대 축을 기본으로 1950년대 틴 팬 앨리(ex. 프랭크 시나트라)의 독재를 박살내고 로커빌리라는 형태로 일단 독자적 장르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러나 블루스는 로커빌리로 전이된 것이 아니라 그것대로 계속 뿌리를 뻗어 왔다. 그러다가 슬슬 전기 기타와 앰프 출력이 빡세지면서 1960년대 중반께에 나타난 것이 하드록. 어느 그룹의 어떤 노래를 하드록 최초의 곡으로 잡느냐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 킹크스의 <넌 진짜 날 가져 브렀어>와 더 후의 <내 세대> 중 하나를 정설로 꼽는 경우가 많고, 비틀즈의 <헬터스 켈터>도 소수의견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본격적으로 하드록으로 진입하던 시기를 대표하는 밴드는 단연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 레드 제플린은 야드 버즈 출신인 지미 페이지가 기타리스트로 있었던 만큼 블루스~하드록의 행로를 잘 보여주는 밴드다. 반면, 딥 퍼플은 1기 시절 다소 잡다씨구리한 음악을 하다가 2기에서 하드록 밴드로서의 가오를 정립하였다... 후대의 헤비메틀 음악에는, 적어도 형식적 측면에서는, 블루스 필이 덜했던 딥 퍼플이 끼친 영향이 더 컸을 것이다.

바로 여기서 협의에서의 하드록과 헤비메틀이 가진 중대한 차이점이 발견된다. 헤비메틀은 블루스 필이 하드록보다 훨씬 약하게 나타난다. 주다스 프리스트가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이들 그룹도 원래 자신들이 지닌 블루스 색채를 꽤 약화시킨 편이다. 예컨대 메탈리카에게서는, 차라리 컨트리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언정 블루스의 자취는 맡기가 힘들다. 물론 전혀 맡을 수 없다는 건 아니다. 옛말에 "블루스는 로커들의 전지"라 하였거늘. 로커들이 아무리 오만방자해도 애미애비를 몰라볼 리가 있겠는가. 겸손샤방하신 초심자들께서도 당연히 빡센 메틀 음악으로부터도 그 배후에 있는 오래된 음악사조를 발견하실 수 있을 거시다..
 
두번째 차이점은 간단하다. 어느 쪽이 더 빡센가, 그리고 기타가 더 찌그러지며 강렬한가, 이다. 무식하게 나눠 보면 송골매, 무당은 하드록, 시나위, 백두산은 헤비메틀되겠다..

세번째, 사실 이게 가장 큰 요인인데, 시기별 구분이다. 대충 말해서 196, 70년대와 1980년대로 가르는 것이다. 그러나 헤비메틀의 개척자들은 1970년대 초에 나왔음을 잊지 말자. 통상 블랙 새버스나 블루 오이스터 컬트를 헤비메틀의 선구자라고 본다. 또한 1980년대 이후라고 하드록 밴드가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근래에 활약하는 앤써가 그 예다. 밴 헤일런 또한 196, 70년대 고전적 하드록은 물론 로커빌리 또는 로큰롤이라 불리우는 음악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끝으로 한가지 유의할 점은 '헤비 메틀'이 '하드 록'의 정통이거나 그 후계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헤비 메틀은 이름 자체가 지극히 경멸의 뜻을 품고 있었고, 하드록의 이단이라는 이미지가 초창기에 강했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 상업주의, 마초주의(혹은 거꾸로 소녀취향에 영합함)가 극에 이르면서 '얼터너티브'의 반격을 초래하고 말았다. 얼터너티브를 단순히 펑크의 후신으로 오해하는 감상자들이 많지만, 펄 잼의 경우 하드록, 컨트리, 소울, 포크, 블루스 등의 세례를 두루 받았으며, 사운드 가든과 앨리스 인 체인스는 출발할 때는 사실상 '헤비메틀에 맞서는 헤비메틀'이었다.


2. 컨트리와 포크는 어케 다른가엽?

헷갈리는 게 당연하다. 질문자가 한국인이라면 말이다. 컨트리는 미국의 뽕짝인 셈인데, 포크와 뽕짝을 구별 못하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장르의 생성과 분립은 미국과 다르게 진행되거나, 또는 전혀 사회적 맥락이나 음악적 계보와 무관하게 영미의 시류가 유입되면서 이뤄졌다. 

컨트리와 포크는 그냥 들어서는 양쪽을 분간하기 어려운 음악이다. 예컨대 16마디, 쓰리 코드의 형식 같은 것들은 두 장르 간의 공통점이다. 내 경험적으로는 컨트리에 기타와 베이스 말고도, 바이올린, 밴조 등등의 악기를 쓰는 경우가 좀 더 많은 것 같기는 하나, 포크에서도 그러한 특징은 곧잘 드러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컨트리가 미국에서 흑인음악과 결합하면서 남긴 블루지 필이 있는 데 반해, 포크는 유럽 백인들의 향취가 더 짙게 풍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사에서 드러나는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 컨트리는 남부의 음악으로 남북전쟁에서 패한 쪽의 자조감을 담고 있기도 하며, 삶의 곤경을 실존적 반항이나 집단 저항이 아닌 신과 운명에 의지하려는 태도가 만연해 있다. 반대로 포크는 급진 좌파들에 의해 트래디셔널 포크가 발굴되고 그것이 모던 포크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이미 '운동가요'의 성격을 듬뿍 지니고 있었다.

음악청취로 양자를 구분해 보겠다면, 조니 캐쉬와 우디 거스리를 같이 들어보는 것도 좋다. 이웃집 아저씨가 바에서 술 마시면서 털털하게 웃는 것 같은 전자와 도시에서 대학 다니는 막내 삼촌이 광장 벤치에 앉아 사람들 모아놓고 진지한 얼굴로 메시지를 전파하는 듯한 후자.

컨트리와 포크가 록적 형태로 각각 진화된 것이 바로 컨트리 록 및 서던 록과 포크 록이다. 전자에 이글스, 레너드 스키너드, CCR 등이 후자에 밥 딜런, 더 버즈 등이 있는디... 듣다 보면 또 헷갈리며, 그럼 크로스비, 스틸, 내쉬 앤 영 같은 애들은 또 뭐냐... 이런 의문도 생길 것이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양쪽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게 아녀...  


3. 팝과 록은 구분되는 건가?

팝을 그냥 숄라숄라 영어로 부르는 노래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혼동이 더 할 것이다. 그러나 가령 가요가 영어로 뭐였냐? 물론 kayo라고 표기하기도 하지만 영영사전식으로 설명하자면 Korean Pop이다. 팝은 파퓰러한 음악, 대중음악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클래식, 재즈 등등과 구별되어진다.

록도 팝과 구별되어졌었다. 이러한 시각은 사이먼 프리스,라는 열라 유명한 음악사회학자의 분류에 따른 것인데, 그도 나중에는 록도 팝이다! 씨바 이제 구분 안 된다!라고 선언해 버린 마당이다. 신해철은 '록은 비트가 강한 팝을 총칭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니 혹시 이런 주제로 누군가와 싸움질을 하겠다면 접는 게 현명할 듯. 록을 팝과 따로 취급하는 건 완전히 오류다!라고 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장르 구분에는 인위적인 잣대가 많다. 빌보드 차트에 보면, 메인 스트림 록 차트와 모던 록 차트가 있다. 이거 어케 구분하냐고? 걍, 어느 레코드사에서 나왔냐, 어느 방송채널에서 나오냐, 뭐 이런 차이밖에 없다. 정치에 비유하자면, 진보냐 보수냐 좌파냐 우파냐가 아니라 '당적'에 따라 나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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