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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구이

Free Speech | 2009. 3. 6. 17:51 | Posted by 김수민

어려서부터 똥냄새는 잘 참으면서도 생선 비린내는 도저히 감당을 못했다. 할아버지 댁에서 부엌 옆을 지나갈 때는 숨을 참고 달려야 했을 만큼. 비린내로 생선구이에서 멀어진 탓에 비린내 안 나는 생선과도 약간 서먹서먹한 사이였다. 생선 냄새는 유년기의 내가 밥을 잘 먹지 않는 데 한몫을 했다. 지금이야 술집에서 토끼처럼 아니 말처럼 당근을 씹어 삼키지만 어렸을 적에는 강제로 떠민 당근이(된장도 안 주고ㅠ) 야구방망이만해 보였다. 그만큼 냄새에 민감하고 입맛도 자극적인 것을 따르는 어린놈으로서는, 무작정 밥숟갈 위에 엎어진 채 다가오는 생선으로부터 고개를 돌릴 수밖에.(차라리 초딩에게 "순대 간 쥐긴다"고 권하는 편이......) 부모가 모두 포항 출신이고 친척 가운데는 비린내를 만끽하는 분조차 계시지만, 나는 생선구이 다루는 손길이 아직도 어색하다. 대신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대로 회를 먹고 특히 홍어회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그래도 생선 섭취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늘 들었다. 때문에 돈까스집에 가면 자주 생선까스를 시킨다. 어제, 한 띠동갑 형님이 생선구이로 저녁을 들자 하셨다. 좀, 좀 먹어보자 싶어 흔쾌히 따라갔다. 비린내 제거는 기본적으로 되는 곳일 테니까. 생선구이집에서 매식해 보기는 생전 처음이다. 다 먹고 든 소감은, 고기를 줄이고 여길 자주와야겠다는 것. 살코기를 씹는 맛이 고기에 뒤지지 않거니와 식후에 뱃속이 더 편하다. 목축에 투입되는 곡물량을 감안하면 생선을 먹는 게 인류에게도 훨씬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다. 이상은 어지간한 이들은 다 아는 것인데, 이러한 레벨의 사실과 진실들을 요즘 들어 뒤늦게나마 자주 -알고 있는 수준이 아니라- 깨닫게 된다. 여러분들과 생선의 관계는 어떠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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