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일에는 관심이 없어서 뭐가 뭔지 잘 안 보고 지낸다.
오늘 보니까 단일화를 위한 민노총 총투표와 여론조사가 선관위의 제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듣자하니 여론조사 문항이 가상대결과 적합도를 측정하는 거였단다.
누구한테 불리하고 누구한테 유리하고를 떠나서
참으로 멍청한 방안이다.
멍청하기만 하면 좋을 텐데 아주 몰상식적이다.
가상대결은 누가 나가면 더 유리한가,를 따진다는 측면에서
본선경쟁력을 겨루는 유효한 잣대처럼 인식되지만
여기에는 '단일화'를 하는 복수 집단의 공통 기반을 무시하고
두 후보의 선호도 차도 명확히 가리지 못한다는 위험이 있다.
예컨대 A대B와 C대B를 조사한다고 했을 때
A와 C를 둘 다 선호하지만 C보다는 A로 단일화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 사람은 가상대결조사에서 A와 C를 둘 다 선택하게 됨으로써
A의 손을 들어주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이런 가상대결조사에서는 단일 후보의 적대진영에도 투표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두 후보의 단일화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부조리가 생겨난다.
가령 A는 싫고 C는 좋은 사람이 A대B에서 B를 지지하고 B대C에서는 C를 지지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표들로 C가 승리를 한다면, C는 B쪽 진영에 얼마간 걸쳐 있는 사람의
지지를 입어 A를 누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알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닭대가리를 굴려서인지는 몰라도
여기에 적합도가 추가되었다.
이 적합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데
눈치를 보아하니 두 후보 중 누가 단일후보로 나은가를 묻는 것 같다.
바보 아닌가? 그럼 한나라당 지지자들까지 껴들게 된다.
내가 이 블로그에 연재를 하고 있어서 나중에 또다시 입에 올리겠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
옛날 민노당 경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자기가 대국민조사에서 가장 높은 적합도를 기록했다고
자랑을 했다.
그러나 그 여론조사를 깊숙히 보니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은 0.1%인가 0.2%. 노회찬, 심상정보다 더 낮은 꼴찌였다.
쉽게 말해서 민노당 후보를 찍지도 않을 사람들이
"아 뭐~ 권영길이 되겠지~" 이렇게 이야기한 여론이 적합도에 반영이 된 것이고,
권영길 선본은 그런 사람들한테 얻은 적합도를 갖고 자랑을 하고 있었던 거다.
여론조사 단일화의 경우 노무현, 정몽준이 했던 조사가 정석이다.
여기서는 그냥 심플하게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어서
이회창 지지자는 걸러내고 승부를 가렸다.
역선택 방지조항이라고, 당시 다른 여론조사를 근거로 해 이회창 지지율이 30.1%인가를 밑돌면
그 여론조사는 무효로 한다는 단서도 있었다. 때문에 여론조사 두 개 중 하나는 무효가 되었다.
울산 북구의 경우는 전국적 관심을 끄는 선거가 아니라 역선택 위험이 조금은 덜한 것으로 보인다.
주대환 옹호발언부터 시작해서
근래에는 '잘나갈 듯했던 서울시당 위원장 후보'를 낙선시키는
화려한 행보를 걷게 계신
최병천 당원이 바로 가상대결 조사를 들먹였던 장본인이다.
지금 진보신당에는
정치전략에서 손을 떼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언젠가는 떼게 될 것이다. 망하면 망해서 흥하면 흥해서.
나는 일단 손을 뗐다. 같이 좀 뗍시다.
나는 처음부터 김창현과의 단일화 자체를 반대했다.
그의 됨됨이 때문이었지만, 사실 민노당의 수준상 합리적인 단일화방안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근데 진보신당도 오십보 백보다.
보폭이 작기 때문에 오십보 차이는 남들이 보기에 별로 크지 않다.
수준을 보아하니 그냥 재통합하는 게 어떨까.
나는 무소속으로 돌아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