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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비면 걸린다

전파낭비 | 2009. 9. 2. 18:20 | Posted by 김수민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나로서는 용산참사 등에 등장한 컨테이너 진압을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검색하니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멤버들이 속는 장면에서 여러 네티즌들은 언론장악을 떠올리기도 했단다. 그러나 제작의도는 짐작할 수 없다. 그냥 공중에 떠있는 설정을 위해 컨테이너가 등장했을 수도 있다. 최초로 제안한 PD나 작가가 "이 기획, 용산참사가 떠오르지 않냐?"라는 다른 스태프의 질문에, "어? 아닌데. 그렇게 보이나?"라고 했을 수도 있고, "힌트는 얻었는데 별 상관 없어요"라고 했을 수도 있다. 어떤 대답이었든 둘러대기용일 수도 있고 진실일 수도 있다. 제작진이 한마음으로 폭력진압을 풍자하기 위했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얼마 전 뉴라이트단체가 이 프로그램에 시비를 걸면서, 화면에 '1.9MB'라는 자막이 걸린 사진을 제시했다. 이게 청와대 2메가님보다도 0.1MB가 딸리는 지능이라는 뜻인지, 저용량 수치 가운데 아무거나 쓴 것인지, 역시 모를 일이다. 누가 캐물어도 굳이나 대답할 이유도 없다.

걸리는 건 덤비는 놈이다. 컨테이너 진압을 풍자했다는 소리가 확산되려면, 지난번처럼 뉴라이트가 한번 덤벼주면 된다. 어차피 쇼오락프로에서 사회풍자 또는 그 가능성을 단숨에 읽어낼 시청자는 드물다. 설령 읽어냈더라도 그게 사회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연인원 1000만명을 돌파한 <괴물> 때문에 극미 정서가 확산되었다는 증거는 조금도 없다. 다만 덤비면 일이 된다. 덤비면 용산참사 풍자가 되고, 2MB 조롱이 된다.  

실제인지 가상인지 따져드는 게 무의미한 쇼오락프로에, 순혈주의적 이념투쟁에서 한국에서 제일 가는 뉴라이트가 덤볐다는 건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몇달 전 신해철의 학원광고를 둘러싼 찬반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 하지 않아도 될 소리, 남의 내면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자세가 이 사회에 팽배해 있다. 그러나 이제 먼저 덤비는 놈은 거꾸러질 것이다. '월간조선발 마녀사냥 사태'도 어느새 10년도 더 지난 일이 되었다. 추세는 이렇다. 독살을 시도하는 놈은 지고, 부글거리다 어설픈 선빵 날리는 놈도 진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속인 놈은 없고 속은 놈만 득시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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