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필자 간 상호출자(?)의 원인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겼을 텐데,
아마 거기에 촛불이 꺼지게 된 문화적 근원의 하나가 깃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에.
***
며칠 전 한겨레에 실린 촛불시위 관련한 논쟁 기사를 읽었다.
논쟁이 오고갔음을 그때 처음 제대로 알았다.
기자가 기사를 잘못 썼다는 느낌을, 혹은
잘못 쓴 것이기를 하는 바람을 가졌다.
그 기사가 맞다면 두 논객이 바보짓을 했단 이야기고,
결국 기사 후반부에 나오는 중앙대 교수가 다 정리해버린 거기 때문이다.
논쟁 당사자 두 분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예전 언뜻 보아왔던 그분들이 수준이 아무래도 그렇게 낮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논쟁한 걸 찾아봐야 하나....
***
이것저것,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궁금하기 위해서는 먼저 풀어야 할 궁금증이 있는데
그 지점에서부터 벌써 포기를 했기 때문이다.
***
나는 왜 촛불을 껐을까.
사실 시작할 때부터 껐었다.
촛불을 손에 들고 있는 게 나한테는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이건 말장난이 아니다.
일부 운동권이 그 시위를 횃불시위로 봤다면,
나한테는 그 시위가 촛불도 횃불도 아닌
들불의 첫 단계였기 때문이다.
(횃불과 촛불은 음주문화에서도 달랐다.
횃불은 초저녁에 '선포'를 끝내고 끼리끼리 모여 실내에서 마셨고
촛불은 광장에 남아서 술을 마셨다.
촛불은 그래도 상관없는데, 횃불 이 사람들은 좀 이상하지 않냐...)
질문을 바꿔보자. 왜 광장에 나가는 것을 그만두었을까.
며칠 결근한 사이 원천봉쇄가 시작됐다.
그러니 답은 쉽다. 다른 작전이 없어서.
다른 작전을 왜 못 만들었냐, 이건 나름 심오한 주제지만 답하기 쉽다.
내가 못나서. 이걸 타개할 만큼 잘난 사람도 없어서.
***
새 시대의 첫차가 아니라 구시대의 막차
였다는 것만 또 한번 곱씹을 수밖에.
***
결정적으로 나는 그때 나온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이명박측도 잘 모르니까, PD수첩에 낚인 사람, 김대중 노무현이 밀어넣은 사람이라고
추정했을 것이다.
그때 난
앞에 있거나 아니면
겉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눈과 귀도 믿기가 힘들다.
나중에,
다른 공간에서,
다른 양상의 일이 터지기 전까지
머리를 너무 굴리지 말아야겠다.
***
내가 당시에 가장 흥미롭게 지켜본 건 치열한 내분 양상이었다.
생긴 것은 물론 옷차림까지 비슷한 어떤 아저씨 둘이서
멱살을 잡고 싸운 적이 있었다.
뜯어말리면서 고생했는데 나중에는 말리는 내가 그 두 사람의
표적이 될 뻔했다.
그리고 간신히 각자 갈 길을 가기 시작했을 때
두 분 중 하나가 경찰이 던진 벽돌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그분 아니었으면 벽돌은 내 명치께로 날아왔을 것이다.
나머지 한 분은 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른체 앞으로 달려나갔고...
그야말로 아와 비아의 대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었다.
온건하면 온건하다고 프락치
과격하면 과격하다고 프락치.
물론 살벌한 풍경이었지만 참 유치했다. 애들 싸움 같았다. 보드라운 아이들과 성깔 있는 아이들.
가장 보드라운 아이들은 극좌 운동단체인 '다함께'.
오히려 가장 헤비했던 쪽이, 그리고 애들 같지만은 않았던 쪽이 '안티이명박'이었다.
삭발식은 프랑스 좌익+일본 우익 정도의 포스였달까.
암튼, 다들 어디서 스트레스와 울화를 받고 오셔서
민란 에너지를 발산하셨을까.
이명박이 이딴 식으로 계속 봉쇄를 해대면
추후에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내 예상이다.
정치 성향을 떠나서 그때 모인 사람들은
97~07년의 아이들이었던 것 같다.
이명박 치하에서 두해 세해 지나면
어떻게 달라질런지.
"마구 삐뚤어질 테다!" ??
***
아무래도 서울 사람들만으로는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제일 크게 퍼진다.
***
구미역 앞에서도 100명 정도 모여서 집회를 했다.
그중에 교복들은 모조리... 중하위권 학교(비평준화니깐)의 여학생들이었다.
공부 잘해봐야 소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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