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슈커에 따르면, 월드 뮤직은 인위적으로 보존된 음악이 아니라야 한다. '국악'은 이 조건을 날렵하게 빠져나갈 수 없다. 한국 땅에서는 월드 뮤직의 물줄기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대중의 내면 깊이 각인된 '전통가요'는 존재한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뽕작 매니아는 극히 드물겠지만 그들도 뽕짝을 부른다. 내가 'MT 트로트'라고 부르는 그 흐름은 뽕짝이 가요프로그램의 중심에서 밀려난 뒤에도 명맥이 끊어진 적 없다.
가령 한국의 록 매니아 가운데 어려서부터 블루스를 듣고 새긴 이가 몇이나 될까. 독특한 가정환경을 배경에 두지 않은 한 힘든 일이다. 신중현의 아들 신대철이 가지는 차별성을 보라. 그렇다고 다분히 한국적인 음악으로 어떤 장르든 소화하기에는 대중의 기호가 걸린다. 블랙홀이 초창기 '정통 록 매니아'에게 받은 냉대를 상기하라. 한국에서 음악을 시도하는 대부분은 자신이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음악과 자신이 동경하고 하고 싶은 음악 사이의 괴리에서 출발한다. 나는 영미팝을 참고하고 추종하고 베끼는 이유는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청취자 및 예비 창작자가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다양한 장르에 노출할 수 있도록, 트렌드와 무관하게 각자가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신있는 음악에 애정을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나가지 않으면, 아무리 표절에 쌍심지를 켜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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