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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사

책이라곤 읽지 않는 | 2008. 11. 6. 12:02 | Posted by 김수민
오바마현상으로 주가만 오르는 게 아니라 블로그 조회수도 오르는구만. 어제 이 블로그 조회수를 보고, 열풍에 끼어든 것 같아 머쓱해진다. 거푸 말하지만, 나는 미국 시민이라면 투표하지 않았을 것이며, 오바마에게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는다. 다만 케냐와 인도네시아에서 들려오는 함성에는 귀가 솔깃하다. 뉴욕과 워싱턴에서 쏘아올린 그놈의 '글로벌' 시대정신에 부합한 정치인은 WASP가 아니라 '아프로-아메리칸' 이었던 것이다.

미래학자 워런 와거가 <인류의 미래사>라는 소설을 냈었다. 피터 젠슨이라는 이가 손녀에게 편지를 써 2000년 이후 200년의 역사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세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는 계기 중 하나로, 여성이자 흑인이고 소속 정당은 '빼앗긴 자의 연합'이며 이름은 '차베스'인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 있다. 2032년경 유색인종이 미국 인구의 반 가까이에 이르고, 결국 내전이 벌어져 민주당-공화당 체제가 무력화된 결과다. 그뒤 미국 차베스 정권은 자본가연합과 필사의 대결을 벌이다 세계대전이 벌어지고야 마는데, 이때 미국과 유럽의 성향은 현재의 성향을 뒤바꿔 놓은 듯했다.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세계당'의 주도 하에 세계연방으로 묶인다. '작은당'의 승리로 정부 없는 개인들의 지배가 오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성공한 어떤 한국계 여성(누군지, 무엇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의 라디오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다. 민주당원이기도 하지만 당연히 자신이 유색인종으로서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 중엔 꼴통보수가 꽤 많지 않았었나? 모 하원의원을 봐도 그렇고. 히스패닉의 경우에도 오바마보다 힐러리에게 더 끌리는 건 아닌가, 그래서 대선에서의 응집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미 대선에서 유색 인종 및 소수 민족의 대다수는 오바마에게 표를 던져 백인층에서 매케인에게 뒤진 그를 당선자로 올려 놓았다.

나는 여전히 오바마 정권기에 정치적으로든 사회경제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변혁은 없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유색인종의 비율 증가가 몰고올 미국의 변화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체성 정치'가 '계급 정치'와 제대로 배합된다면 유럽과 다른, 또는 유럽보다 더 진보적인 흐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런 흐름이 물밑에서 진행 중이며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3할의 시민들이 창조자로 나서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인류의 미래사>와 더불어 <세상을 바꾸는 문화 창조자들>이라는 책의 일독을 권한다.(난 아직 이 책이 거는 희망에 관해 유보적이긴 하지만.)

한편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이번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지는 않다. 아직 충분히 민주당이 선명한 색깔과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것은 이번 선거와 결부된 저서가 아니다. 레이코프는 미국판 강준만이 아닌 것이다. 민주당이 레이코프의 전략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일단 의문이 들고, 미국적 이상과 가족적인 근본 프레임을 천성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전제하는 레이코프에게도 한계가 있다. 근래 미국에서는 제3당을 바라는 여론이 고조되었단다. 물론 오바마의 부상으로 잦아들었겠지만, 이 흐름을 부자당이나 우익 민중주의에 내어줘서는 안 된다. '빼앗긴 자의 연합'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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