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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4 블랙홀에 이어 WON
 

블랙홀에 이어 WON

Listen to the 무직 | 2008. 6. 24. 18:05 | Posted by 김수민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나 펄 잼은 세간에서 일컷듯 '(미국의) 국민 가수'라기보다는 '노동계급의 희망'이다. 미국에서 록음악은 프롤레타리아트의 집단적인 문화이다. 반면 그것은 한국에서 중산층 이상 집안의 자식들이 듣는 음악이었고, 따라서 록밴드와 노동계급과의 연관도 크게 떨어진다. 대다수 노동대중은 물론 조직적 계급운동과 연관을 맺은 록밴드는, 처음부터 운동지향성을 명확히 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우 드물다. 안치환만 해도 록을 시도하면서 운동진영과 멀어지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리저리 흩어진 주변계층과 룸펜프롤레타리아트를 대변할 만한 밴드는 있다. 블랙홀은 그 전형이다. 그들은 분단, 지역주의, 전직 대통령, 동학농민운동 등 큼직한 주제를 다루는 한편, 오토바이 배달부, 성매매 여성, 앵벌이의 삶을 절절하게 노래했다. 그리고 제 자신의 활동방식을 주제의식과 일치시켰다. 그들은 기타를 들고 전국 구석구석 어디라도 찾아 다녔다. 나는 스무살이 되기 전 고향 구미에서 딱 두번 프로 뮤지션의 콘서트를 겪었는데, 그중 하나가 블랙홀의 공연이었다. 공연 초반에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칠곡이나 김천에서 온 관객들을 확인하고 그들은 참 흐뭇해 했다.

올초 2집 <모래시계>를 발매한 WON은 사회적으로 블랙홀의 계보를 이을 만한 그룹이다. 장르적으로는 멜로디컬 메틀이라고 할 만한 블랙홀과 달리 소위 '정통적인 메틀'을 추구하고 있다. 블랙홀의 주상균이 돈 도켄(도켄), 미하일 키스케(헬로윈)에 가까운 데 비해, WON의 손창현이 아이언 메이든류의 어프로치를 보여주는 것도 그러한 차이점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그러나 이 두 그룹의 가사에는 가지지 못한 자의 자존심이라는 공통분모가 곧잘 눈에 띈다. 주상균과 손창현이라는 두 보컬리스트는 '화자'로서는 비슷한 점이 있었다.

1998년 내놓았던 WON의 1집 <락 컴플렉스>은 기량 좋은 그룹의 평범한 데뷔작이었으나, 9년만에 나온 2집은 재미있고, 훨씬 다이나믹하다. 트윈 베이스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별다른 전위성을 가지지 못한 것은 좀 안타깝다. 그러나 록의 한국적 어법이라는 측면에서 블랙홀이나 안치환, H20에 필적하는 성과를 남겼음을 부인할 수 없는 역작이었다. 독일의 스콜피온스나 일본의 라우드니스가 그랬듯 영어권 바깥의 아티스트들이 자국어로 헤비메틀을 소화하는 일은 드물고 지난한 것이었다. 반면, 한국은 시나위, 백두산, 부활부터가 어떻게든 한국어 가사를 소화하기 위해 발버둥쳤고, 블랙홀의 주상균은 국문학 석사학위까지 받으면서 진지하게 연구했다. WON의 <모래시계>도 그 빛나는 성취의 연장선상에 있다.


노래 좋으면 꼭 음반을 삽시다!

vs.

만약 못 가진 것이 죄가 된다면 낮밤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전부 죄인인가?
또 못 배운 것이 흠이 된다면 참아가며 일만한 사람들은 전부 죄인이다

아파도 쉴 수 없고 슬퍼도 울 수 없는 어깨 위 무거운 짐이 너무 무거워
이건 아니야 절대로 이건 아냐

많이 가진 것이 힘이 된데도 손 비비며 굽신 굽신 숙이지 않겠다
많이 배운 것이 명예가 된데도 때만 되면 기웃 기웃 기웃 찾지 않겠다

기뻐도 웃을 수 없고 억울해도 호소할 수 없는 이 땅위에 시선들이 정말 무서워
이건 아니야 절대로 이건 아니야

잘 사는 것이 이것이라면 피땀 흘려 밤낮없이 일하지 않겠다
행복이란 것이 이런 거라면 정직하게 여기저기 말하지 않겠다

너와 나의 Ver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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