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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학부모라는 사람들

Free Speech | 2010. 1. 5. 18:50 | Posted by 김수민
중학교 졸업 직전 학교에서 졸업여행을 떠났다. 강당에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교장이 연단에 올랐다. "마, 친구 사귀는 건 급한 게 아입니다. 친구는 대학 가면 다 사귈 수 있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세요." 그의 퇴장에 이어 예정에 없던 마이크를 잡은 캠프측 관계자는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교장 선생님 말은 틀린 거야. 지금 곁에 있는 친구들을 소중히 생각해야 돼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사귈 수 없어."

그 교장의 지론에 동의할 사람은 얼마 없을 게다. 하지만 그건 불쑥 솟아나온 말씀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맡고 있다는 사람들, 특히 학부모들 대다수가 가진 가치관을 극도로 뚜렷하게 표출했을 뿐이다. 대한민국 학부모는 우월한 자리에 오르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우월하다고 해서 우월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그때는 우월감 가지는 법을 가르친다. "저기 저 불쌍한 애들을 봐. 넌 얼마나 행복하니." "그런 걸 못한다고 신경쓸 필요 없어. 공부 잘하면 돼." "애들이 따돌린다고? 야 커서 잘되면 걔들은 다 패배자야." "여자(남자)친구? 외모? 대학만 가봐. 다 풀려." 그나마 마지막 선동이 있어서 다행이다. 거짓말임이 확실히 들통나기 때문이다.

대인관계는 당사자가 맺는 것이고,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이다. 연애도 취직도 결혼도 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걸 대한민국 학부모 대다수는 승인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부모와 자녀가 남남이라는 현실을 짓밟아버린다. 구조적 요인은 있다. 자신의 성장환경과 자녀의 성장환경이 현격히 다르다. 자녀의 오늘과 자신의 옛적을 쉽게 등치시키거나, 세상이 달라졌으니 몸소 겪으며 깨달은 것조차 내동댕이친다. 내 세대의 부모들이 그렇다. 쉽게 말해 쥐뿔도 모르는 사람들이란 얘기다. 허나 그런다고 참작이 되는 건 아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어른이 애한테 배우는 거"라는 교훈은 언제나 있어 왔다.

해결은 자녀가 할 수밖에 없다. 남들이 부러워하기는커녕 제 자신도 몇가지 스펙으로 허장성세 떠는 일 외에는 죄다 군색해진 상황은 결코 부모가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리고 좀 더 자아실현을 할 거면 자신이 그런 학부모는 되지 말아야 한다. 자신 없으면 가만 있고, 쭐리면 디지시라. 그럼 최소한 자녀가 찐따가 되지는 않을 터.

벌써 여러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그럼 우리(내) 부모들이 잘못가르쳤다는 말인가?"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두 눈 똑바로 뜨고 말해줘야 한다. 그게 아니면 도대체 뭐가 잘못됐다는 말인가? 그리고 잘못은 누가 했다는 말인가? 모든 게 다 이명박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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